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길 (구봉도에서)

kyeong~ 2017. 8. 23. 00:32




길은 언제나 떠돌이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도

멀리 떠나고 있다

영영 망명이라도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유배라도 떠나고 싶은 것인지

회색이 번지는 어느 날

또다시 만난 길

나를 불러들여 그때를 말하려 하지만

겨울나무 같은 나를 두고 길은 떠났다

잠시 유품 같은 낙엽을 보면서

천천히 길을 잃는다

흔적을 지우는 바닷가에서

만나는 길마다 떠나보내고

내 안에서 잠드는 집

길은 늘 허공이다.



梁該憬

2017.2.19. 일. 대부도 해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