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겨울 이맘때 회룡포에는
밖으로 솟는 뿌리며
잎이 떨어져 나간 상처에
사그락사그락 새살 돋는 소리가 난다
새살은 눈부시다
눈부신 시간 위를 희미하게 길을 내는 겨울
강바람에 금방 굳은살이 박인다
그래도 나무는 기억한다
밤을 지새워 하얀 살이 돋아나던 밤
나무는 까치발을 세운다
잎사귀 하나 없는 빈털터리였다가도
하얗게 어루만지던 새살 덕분에
나무는 꿈을 꾼다
꿈을 따라 희미한 길, 굳은살이 될 때까지
숲으로 걸어간다.
梁該憬
2017.1.22.일. 예천 회룡포의 눈을 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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