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바위산을 오르며 (영덕 팔각산)

kyeong~ 2017. 8. 23. 00:27

 


바위산을 오르며


여덟 봉우리 바위산을 오른다

바람이 몇 번이나 걸려서 넘어졌을

모난 몸을 가진 그를 네발로 기대어

오랫동안 숨겨왔던 숨을 쏟아낸다

기댄다는 것은 등을 보이는 일

낮은 몸으로 참았던 숨을 토해낸다

어쩌면 바위 사이에

평생 기다리는 정령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틈 속으로 내생의 숨이 전부 녹아들고 있다

차가운 바닥

서로가 갈 길을 잃은 체 얼어붙는 중이다

시리게 녹아내리는 퍼런 하늘

코끝이 베일 것 같은 바람

갈수록 거친 봉우리

나의 등줄기는 점점 길어지고

그가 잠시만 비켜서면 언제나 아찔한 절벽

저 홀로 기대어

숨소리를 통과시키는 중이다.



梁該憬

2017.1.21. 영덕 팔각산을 오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