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산을 오르며
여덟 봉우리 바위산을 오른다
바람이 몇 번이나 걸려서 넘어졌을
모난 몸을 가진 그를 네발로 기대어
오랫동안 숨겨왔던 숨을 쏟아낸다
기댄다는 것은 등을 보이는 일
낮은 몸으로 참았던 숨을 토해낸다
어쩌면 바위 사이에
평생 기다리는 정령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틈 속으로 내생의 숨이 전부 녹아들고 있다
차가운 바닥
서로가 갈 길을 잃은 체 얼어붙는 중이다
시리게 녹아내리는 퍼런 하늘
코끝이 베일 것 같은 바람
갈수록 거친 봉우리
나의 등줄기는 점점 길어지고
그가 잠시만 비켜서면 언제나 아찔한 절벽
저 홀로 기대어
숨소리를 통과시키는 중이다.
梁該憬
2017.1.21. 영덕 팔각산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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