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눈의 나라 (감악산)

kyeong~ 2017. 8. 23. 00:22

 

눈의 환생


어디까지가 갔다가 돌아오는 것일까

무슨 미련이 있길래

마디마다 쌓여 나무로 환생하는 것일까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나무가 되어있다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다시 돌아와 나무가 된 것일까


나무가 두팔을 벌리고 있는 이유가 있었네

마지막 잎새 지우는 계절

나목이어도 좋겠네

별처럼 떠돌던 영혼은

백혈구를 가진 나무가 되어 있네


성스런 영혼의 탄생앞에

시간은 얼어붙고

바람이 눈을 감는다

숨을 쉴 수없는 나목을

마디마디 어루만지며

똑같이 나무가 되어가는 거룩한 시간

신은 눈의 환생을 기도한다


梁該憬


2016.12.24. 감악산 상고대를 보며

 

고지를 향하여


넉넉한 들판에
모여있는 바위의 전시장
수억 년의 계절 동안
일어서 산이 된 바위들

꽃이 지고 들녘이 휑할 때

가장 높이 있는 바위가 되고 싶다


바위들이 겹쳐있는 곳
험준함과 둥근 것이 공존하며
침묵의 탑처럼 버티고 있는 바위 성들
숨결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절벽을 향하여
나는, 가난한 마음을 던져 본다


높이 오르고자 함이 숙명인 것처럼
손을 내밀지 않은 바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잡고 오르고 또 오른다
아득히 먼 천황봉

발바닥 반만 올려놓을 수 있으면
못 오를 곳이 없으리라.



梁該憬

2016.11.12. 토. 월출산 천황봉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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