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바다 (정동진 바다부채길)

kyeong~ 2017. 8. 23. 00:23




바다



덩치가 커서 온종일 먹어도 배고프겠다

배고파 우는 아이처럼

날마다 먹이를 찾아 뒤척인다

오늘도 그들은 배가 고프다

그래서 일어서지 못하고

부서지고 밀려가고 마는 것들

배가 고픈 것들은 절망할 틈이 없다

금방 잡은 물고기처럼 입을 벌리고

살기 위하여 호흡하는 것이다

큰 덩치 속에 든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세상을 향하여 입을 벌리고 있는 그들

제 살을 먹고, 바위를 먹는다

바닷가 바위가 상처뿐인 이유는

오랫동안 그들의 먹잇감이었기 때문이다


모래, 바위를 먹고 사는 그들의 배설물 위를 걷는다

바닷속을 거쳐 나왔다고

모래가 파도처럼 발등에 오른다


梁該憬

2016.11.26. 토. 정동진 바닷가에서

 

'poem-아직도 모르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위산을 오르며 (영덕 팔각산)  (0) 2017.08.23
산은 공전한다 (영동 민주지산)  (0) 2017.08.23
눈의 나라 (감악산)  (0) 2017.08.23
고지를 향하여(월출산)  (0) 2017.08.23
무의미 (비진도)  (0) 2017.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