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무의미 (비진도)

kyeong~ 2017. 8. 23. 00:20




무의미



살아온 세월이 무의미하고

무의미한 세월이 흘러간다

날마다 길을 떠나는 나는

기쁨이 있다거나

꿈이 있다거나

그래서 나서는 것은 아니다


비진도를 기억한다고 해서

비진도가 그리운 것은 아니다

섬 깊숙이 뿌리를 박고 있는

동백나무 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을

비진도 밖의 사람인 내가

그립다는 것은 허울이다


눈을 뜨고

바람이 불고

습관처럼 나서야 하는데

비진도! 그 이름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갈 곳이 생기는 것이다

이유가 없을 때

그 발걸음은 가장 가벼운 발걸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서

그곳을 가지 못한다 해도

꼭 가야 할 이유가 없을 때

돌아설 수 있는 발걸음은 얼마다 새털 같을까


그대여 사는 것에 대해

목적을 갖지 말자

비진도에는 비진도 사람이 살고

나는 비진도 밖에서 살고

용감한 방랑은 의미를 새기지 않는다.




梁該憬

2016.10.23. 비진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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