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
살아온 세월이 무의미하고
무의미한 세월이 흘러간다
날마다 길을 떠나는 나는
기쁨이 있다거나
꿈이 있다거나
그래서 나서는 것은 아니다
비진도를 기억한다고 해서
비진도가 그리운 것은 아니다
섬 깊숙이 뿌리를 박고 있는
동백나무 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을
비진도 밖의 사람인 내가
그립다는 것은 허울이다
눈을 뜨고
바람이 불고
습관처럼 나서야 하는데
비진도! 그 이름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갈 곳이 생기는 것이다
이유가 없을 때
그 발걸음은 가장 가벼운 발걸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서
그곳을 가지 못한다 해도
꼭 가야 할 이유가 없을 때
돌아설 수 있는 발걸음은 얼마다 새털 같을까
그대여 사는 것에 대해
목적을 갖지 말자
비진도에는 비진도 사람이 살고
나는 비진도 밖에서 살고
용감한 방랑은 의미를 새기지 않는다.
梁該憬
2016.10.23. 비진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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