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나무의 짐 (김제 모악산)

kyeong~ 2017. 8. 23. 00:38






나무의 짐



꽃이 피고 지는 계절

꽃짐을 등에 지고 사는 일이

아름다운 일인 걸 알까

그저 짐이라고 바람이 부는 데로

꽃잎 흩날리기를 기다릴까


예전에는 길을 나서는 것이 서먹했지만

어디를 가나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지금

이렇게 사는 일이 숙명이라 생각하는 것처럼

꽃짐은 나무의 운명이리라


지난날을 아름답게 꾸미는 시간의 힘

인간의 시간은 갈수록 꽃에 빠져든다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지고 마는 꽃

지는 꽃, 슬퍼하지 마소서

아름답게 사는 일은 짐을 지고 사는 일이다.


梁該憬

2017.4.23. 일. 모악산을 오르다가


'poem-아직도 모르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연가(지리산 천왕봉에서)  (0) 2017.08.29
오월에 잠시 (희양산)  (0) 2017.08.23
때로는 봄이 싫은 (관매도)  (0) 2017.08.23
57번째 봄(강진 만덕산)  (0) 2017.08.23
길에서 (옥정호)  (0) 2017.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