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지리산 연가(지리산 천왕봉에서)

kyeong~ 2017. 8. 29. 01:19

 

 

 

지리산 연가

 

모난 돌을 따라 언제 끝날지도 모를 길
남들이 올라간 길을 따라
거친 호흡으로 올라보겠노라
발등에 올라앉는 꽃을 어루만지지도 못하고

하늘만 올려다본다


가슴이 터질듯한 이 시간이
저 산 아래 삶보다 나은 거겠지
뒤처져서 오르는 길이지만
저울질할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이러다 가파른 길에 놓인 모난 돌이
닳을 때까지 오를지도 몰라


산꽃이 바람처럼 투명한 시간
지리산은 나를 목말을 태우고 간다
가도 가도 하늘만 건너가는 지리산
몇 날 며칠 하늘만 가득할 테지
푸른 하늘 때문에 다른 기억을 다 잃겠다
그다지도 푸르렀던 하늘 때문에 거친 호흡을 다 잊겠다.


지리산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만은
지리산을 다녀온 날이면
나 혼자 지리산을 다녀온 것처럼 신명이 난다

나만 본 하늘인 것처럼

나만 꽃을 본 것처럼.

 

梁該憬

2017.8.26.토.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