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대하여
밤의 부표같은 별들을 지나
노곤한 내 어깨를 툭툭쳐주는 나무를 지나
바닥에 우표처럼 붙어있는 낙엽을 지나
어둠이 지나간다
검은 살갗을 지닌 어둠이 지나가는 자리
그 밤 내내
한 몸둥이처럼 엉겨붙어 있기를 바래본다
옷을 입지 않은 것들의 천국
누가 만져본 본 적이 있는가
보았다면 옷을 입혀본 적이 있는가
바닥에 우표처럼 누워있는 낙엽을 보는 순간
처음인 것처럼 오늘도 설렌다
조숙한 여인처럼 어둠에 맛 들겠다
어둠은 빛이 고난이겠다
밤새 끌어않았던 것들을 풀어헤쳐야 하는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무형의 시간을 다시 만날때
그 날도 나뭇잎은 떨어져 나가겠지
옷을 입지 않은 어둠 때문에
나무, 돌. 별, 모두 벌거숭이다
梁該憬
2017.10.14.토 어두운 밤길 가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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