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어둠에 대하여(가지산 무박산행)

kyeong~ 2017. 10. 20. 01:57

 

 

 

어둠에 대하여

 

밤의 부표같은 별들을 지나

노곤한 내 어깨를 툭툭쳐주는 나무를 지나

바닥에 우표처럼 붙어있는 낙엽을 지나

어둠이 지나간다

검은 살갗을 지닌 어둠이 지나가는 자리

그 밤 내내

한 몸둥이처럼 엉겨붙어 있기를 바래본다


옷을 입지 않은 것들의 천국

누가 만져본 본 적이 있는가

보았다면 옷을 입혀본 적이 있는가

바닥에 우표처럼 누워있는 낙엽을 보는 순간

처음인 것처럼 오늘도 설렌다

조숙한 여인처럼 어둠에 맛 들겠다

 


어둠은 빛이 고난이겠다

밤새 끌어않았던 것들을 풀어헤쳐야 하는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무형의 시간을 다시 만날때

그 날도 나뭇잎은 떨어져 나가겠지

옷을 입지 않은 어둠 때문에

나무, 돌. 별, 모두 벌거숭이다

 

梁該憬

2017.10.14.토 어두운 밤길 가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