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9.10.26.토 소금강 단풍지대에서

kyeong~ 2019. 10. 26. 23:46



단풍의 독백

 

나는 나무 여신을 위한 일벌이다

소금강의 가을은 깊고도 길다

노인봉에서부터 청학동까지

계절은 길고 일벌은 바쁘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햇빛은 바쁘게 건너가고

내 몸은 햇빛처럼 붉게 물들어

나무 여신을 돌본다

날마다 작은 손을 뻗어

여신을 위해 빗물을 받고

햇빛을 얻기 위해 새벽기도를 하고

바람이 불 때마다 여신과 춤을 춘다

 

찬바람이 가을을 떠밀고 있을 때

은하수처럼 무리 지어

여신을 위한 축제를 연다

어느 날 툭 떨어져

웅크리고 있겠지만

여신을 떠날 때가 가장 붉은 순간이 있었다고.

 

梁該憬

2019.10.26.토 소금강 단풍지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