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9.10.12.토 명성산 억새밭에서

kyeong~ 2019. 10. 12. 23:46



억새

 

가을이 벗어놓은 허물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얗게 뒤척인다

허물은 원래 상념을 벗어놓는 것

구겨서 어딘가 버려야 하는 것

어느 구석자리로 스며들기 위해 몸을 비틀어보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다시 거품처럼 들고일어난다

얼마나 흔들려야 사그라질까

억새 앞에서 생각한다

생은 바람 앞에서 허물이고

허물은 거품 같은 것

거품은 한때 은빛 찬란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억새는 말이 없고

벗은 허물은 가을볕에 헌납을 한다

생은, 벗은 허물 속으로 사라지고

가을은 생이 든 허물을 삼킨다 .

 

/梁該憬

2019.10.12.토 명성산 억새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