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작지왓을 습작하다
남보다 서둘렀지만
뒤따라 오던 사람들이 앞질러간다
가파른 계단 위로 쏟아지는 호흡은
앞질러가는 발걸음을 놓아버린다
골짜기에 접혀 숨어 있는 길을 따라
온 힘으로 오르다 보니
뒤쳐져 있는 감정선은 기복을 오르내린다
선작지왓으로 가는 길
오래된 문장을 꺼내 들고 아홉 번째 습작을 하고 있다
가장 빨리 오른 적은 없지만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던 기억을 적고 있다
오늘은 습작 노트에
무릎 아래에서 자라던 조릿대가
산머리까지 올라갔다고 쓴다
천년을 산다는 주목은 왕이 아니었다
꽃분홍 철쭉은 왕의 그녀가 아니었다
선작지왓 조릿대 평전에서
산머리를 지나는 하늘은 먼저 온 사람들을 어루만진다
조릿대의 천하,
철쭉꽃의 생은 오월의 변두리에서 지고 있다.
梁該憬
2021.5.30. 일. 한라산 윗세오름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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