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가을이 벗어놓은 허물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얗게 뒤척인다
허물은 원래 상념을 벗어놓는 것
구겨서 어딘가 버려야 하는 것
어느 구석자리로 스며들기 위해 몸을 비틀어보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다시 거품처럼 들고일어난다
얼마나 흔들려야 사그라질까
억새 앞에서 생각한다
생은 바람 앞에서 허물이고
허물은 거품 같은 것
거품은 한때 은빛 찬란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억새는 말이 없고
벗은 허물은 가을볕에 헌납을 한다
생은, 벗은 허물 속으로 사라지고
가을은 생이 든 허물을 삼킨다 .
/梁該憬
2019.10.12.토 명성산 억새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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