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8.6.6. 현충일, 설악산에서( 설악산 귀때기청봉을 걸으면서)

kyeong~ 2018. 6. 6. 23:45




현충일, 설악산에서

 

침묵의 상자 속에서 오는가

계절은 언제나 기척 없이 오네

마음속에 잠재웠던 생각들을 쏟아내는 나무들

짙어서 단단한 줄기를 박차고 일어나는 잎새

그 짙은 그늘 때문에

내 생각은 그늘 밑으로 숨는다

수없이 걸었던 설악의 길

난 아직도 서툴다

생각 많은 나무 그늘에 숨어서 걷는다

숨어서 걸었던 길이라 서툴다

나뭇잎보다 고르지 못한 숨소리 때문에

부서져 버리는 길

길은 그대로 달리고 있지만

난 부서진 길의 조각을 맞춘다

그렇게 걸었건만 헤어져야하는 길

길은 언제나 허공이다.

돌아서 나오면 멍하니 먼 곳

음정이 맞지 않는 숨소리

허공을 맴돌다

짙은 나무 그늘에 이슬처럼 내린다

이러다 잎이지는 날

부서져 버린 숨소리, 그래서

나는 늘 설악의 길이 서툴다.

 

梁該憬

2018.6.6. 설악산 귀때기청봉을 걸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