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설악산에서
침묵의 상자 속에서 오는가
계절은 언제나 기척 없이 오네
마음속에 잠재웠던 생각들을 쏟아내는 나무들
짙어서 단단한 줄기를 박차고 일어나는 잎새
그 짙은 그늘 때문에
내 생각은 그늘 밑으로 숨는다
수없이 걸었던 설악의 길
난 아직도 서툴다
생각 많은 나무 그늘에 숨어서 걷는다
숨어서 걸었던 길이라 서툴다
나뭇잎보다 고르지 못한 숨소리 때문에
부서져 버리는 길
길은 그대로 달리고 있지만
난 부서진 길의 조각을 맞춘다
그렇게 걸었건만 헤어져야하는 길
길은 언제나 허공이다.
돌아서 나오면 멍하니 먼 곳
음정이 맞지 않는 숨소리
허공을 맴돌다
짙은 나무 그늘에 이슬처럼 내린다
이러다 잎이지는 날
부서져 버린 숨소리, 그래서
나는 늘 설악의 길이 서툴다.
梁該憬
2018.6.6. 설악산 귀때기청봉을 걸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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