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봉의 풍경
잎이 다 떨어지네
바람이 와서 붉은 것들을 데려가네
가지마다 한두 잎씩만 두고 다 데려가네
바람은 나뭇잎들의 저승사자
일 년을 못 채우고 떠나간다
지킬 것이 없는 참나무는
온몸에 골이 깊어가고
어제보다 더 거칠어가고
바람이 간 곳을 향해 가죽만 남은 손을 흔든다
이내 체념을 하며
그림자에 기대어 침묵한다
바람을 따라간 잎들은 길을 잃은 것인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저 참나무가 다시는 내 발소리를 못 들으면 어떡하지
20년 후의 침묵에 갇혀있는 내 모습 같아
나는 참나무를 잊기로 했다
마른 나뭇가지를 올려다보지 않기로 했다
길을 잃은 그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梁該憬
2018.10.21.일. 마산봉에서
'poem-아직도 모르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3.31. 바람 부는 날(완주 기차산 장군봉에서) (0) | 2019.03.31 |
---|---|
2018.12.15. 바람이 분다해도(발왕산에서) (0) | 2018.12.15 |
2018.6.6. 현충일, 설악산에서( 설악산 귀때기청봉을 걸으면서) (0) | 2018.06.06 |
바위틈에 피는 철쭉(2018.4.28. 주작산에서) (0) | 2018.05.15 |
상고대(2018.2.10.계방산에서) (0) | 2018.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