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8.12.15. 바람이 분다해도(발왕산에서)

kyeong~ 2018. 12. 15. 23:49




바람이 분다 해도

 

 

아무리 춥다 해도

가고 싶어 간다

북극점 같은 그곳에 서서

순환하는 산하를 보노라면

내 삶이 돌고 돌아

여기에 올 수밖에 없었던 약속이었나

아침과 저녁 빛깔이 닮았듯이

수년 전과 지금의 체온이 너무도 닮아

빙빙 돌아가는 북극점 같은 여기에서

산줄기마다 선을 긋고

내 삶의 층마다 선을 긋는다

 

산은 저렇게 달려가는구나

가파른 절벽을 다듬어가며

첩첩산중을 세상에 풀어 놓는구나

해는 또 저렇게 부서져 내리는구나

어느 날 내린 눈발이

부서져 내린 해의 분신이었는지도 몰라

 

이산과 저 산이 손잡고 순환하는 세상

여름과 겨울은 다른 계절이 아니라

세월의 도르래를 잡고 순환하는 중

겨울을 퍼 올리면 아래에서 곤함을 달래는 여름

여름을 퍼 올리면 순응하듯 낮은 곳을 향하는 겨울

그래서 여름에 와도 그곳이 좋더라

겨울에 와도 그곳이 좋더라

바람이 분다 해도 그곳이 마냥 좋더라

 

梁該憬

2018.12.15. 발왕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