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8.10.21.일. 마산봉의 풍경 (마산봉에서 )

kyeong~ 2018. 10. 21. 23:50



마산봉의 풍경

 

잎이 다 떨어지네

바람이 와서 붉은 것들을 데려가네

가지마다 한두 잎씩만 두고 다 데려가네

바람은 나뭇잎들의 저승사자

일 년을 못 채우고 떠나간다

지킬 것이 없는 참나무는

온몸에 골이 깊어가고

어제보다 더 거칠어가고

바람이 간 곳을 향해 가죽만 남은 손을 흔든다

이내 체념을 하며

 그림자에 기대어 침묵한다

바람을 따라간 잎들은 길을 잃은 것인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저 참나무가 다시는 내 발소리를 못 들으면 어떡하지

20년 후의 침묵에 갇혀있는 내 모습 같아

나는 참나무를 잊기로 했다

마른 나뭇가지를 올려다보지 않기로 했다

길을 잃은 그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梁該憬

2018.10.21.일. 마산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