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산에 오르면
하늘이 문을 연다
바람을 가두었던 문이었던가
하늘이 넓을수록 바람은 거세다
저 많은 눈을 갉아 먹고
오랜만에 찾아든 이마저 밀어내더라
고삐 풀린 바람이여
사방이 그대 가는 길이라
바람이 등을 떠미는 길을 따라
낮은 곳으로 흐르는 길
그렇게 기세 좋은 바람도
소나무숲에서는 부서지더라
솔잎처럼 가늘게 부서지더라
부서진 바람은 햇살같이 빛나더라
다시 바람을 만나면
숲 하나 불러야겠다
梁該憬
2018.1.28.일
선자령에서 바람을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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