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풍경
겨울이면
눈이 녹을 줄 모르는 길에
푸른 하늘이 물드는 날
'운탄고도'를 걷는다
세상을 이루는 색은 두 가지
흰색의 보색은 파란색
순한벌레처럼 고도를 걷는다
물레에서 실을 뽑듯
정처없이 길을 뽑아내는 발걸음
그 길이 무명실 같다
종일 걸으며 풀어낸 실 위에
베틀에 베를 짜듯 드나드는 햇빛
무명천이 하늘 아래 가득하다
바람은 숭숭 드나들고
펄럭이는 깃발 같은 무명천
무명깃발을 나부끼며
나의 내면은 먼 곳을 향하여 물레를 돌린다
梁該憬
2018.1.6.토. 정선 '운탄고도'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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