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8.1.6.토. 고도의 풍경(정선 '운탄고도'를 걸으며)

kyeong~ 2018. 1. 6. 23:58




고도의 풍경


겨울이면

눈이 녹을 줄 모르는 길에

푸른 하늘이 물드는 날

'운탄고도'를 걷는다

세상을 이루는 색은 두 가지

흰색의 보색은 파란색

순한벌레처럼 고도를 걷는다

물레에서 실을 뽑듯

정처없이 길을 뽑아내는 발걸음

그 길이 무명실 같다

종일 걸으며 풀어낸 실 위에

베틀에 베를 짜듯 드나드는 햇빛

무명천이 하늘 아래 가득하다

바람은 숭숭 드나들고

펄럭이는 깃발 같은 무명천

무명깃발을 나부끼며 

나의 내면은 먼 곳을 향하여 물레를 돌린다

梁該憬

2018.1.6.토. 정선 '운탄고도'를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