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눈꽃은 꽃술이 없는 까닭에(2018.1.13 덕유산에서)

kyeong~ 2018. 1. 13. 23:46

 

 

 


 

눈꽃은 꽃술이 없는 까닭에


눈꽃의 색을 흰색이라 한다

햇빛 몇 줌이면 사라지고 마는 저 색을 흰색이라 한다

흰색의 어원은 어디에서 왔는지

꿈처럼 왔다가 가는 유령 같은 색

그래서 흰색은 슬프다

덕유평전을 가득 메운 눈꽃

꽃술도 없이

씨방도 없이

밤새워 번식한 눈꽃들

붉은빛 하나 없이 전부 흰색이다

오늘이 지나면 또 언제 만날까

꿈결같이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마음껏 발자국을 남겼다

눈꽃을 지날 때마다

투명한 지문이 나이테처럼 찍힌다

흰색의 두근거림이 찬란히 빛나지만

투명한 나이테를 가진 저 눈꽃은

꽃술이 없다

이 두근거리는 눈빛을 삼킬 목젖이 없다

그래서 흰색은 언제나 슬프고

덕유산 한 귀퉁이 물빛 지문은 슬픔보다 짙다.


梁該憬

2018.1.13. 덕유산에서 눈꽃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