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 路

20231101.수. 북한산 둘레길(우이령길)

kyeong~ 2023. 11. 2. 12:38

 

가을의 한복판에 들었다
설악산을 시작으로 단풍의 세력은 남으로 남으로 밀려가고 있다
어디를 가면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을까
내 생의 절정기가 밀려가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듯이
생각에 잠긴다
또 다른 생의 절정을 찾듯 단풍길을 찾아 나선다
먼저 보았던 설악산과 피아골에서는 절정의 맛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산우들이 걸어보겠다는  우이령길
이 길에서 가을의 깊을 맛을 느낄 수 있을까
가보지 못한 길이라
계절과 단풍의 시간을 짐작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하루 전 급하게 마음을 먹고 우이령길을 나서본다








  가을 빈 가지 / 梁該憬

무수한 가지들이
단풍잎을 빼곡히 들고 있네
그중에 잎을 갖지 못한 나뭇가지
무성한 단풍잎에 묻혀 보이지 않네
지난여름이 얼마나 힘들었길래
붉은 잎 한 장 내밀지 못하네
하필 마른 나뭇가지에
새 한 마리 앉았다 가네
떠나는 새를 향해
흔들 잎이 없어 단풍잎 사이로 고개를 묻네
밤새 돌아누워 붉은 잎의 등을 긁으며
흐린 하늘 속으로 숨어든 새를 기억하네
그래도 붉은 잎 아래서 밤을 맞이하니 그게 어디야
단풍마저 지고 나면  그 아래가 전부 벼랑이지
마른 나뭇가지, 새에게는 잠시 길이었지.


11월 우이령길에서~



 
 

우이령은

도봉구 쌍문동에서 강북구 우이동으로 가는 고개인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또 도봉산과 삼각산 사이로 우이동에서 송추로 넘어가는 고개를 일컫기도 한다.

6.25전쟁때 미군이 2차로 너비의 비포장 도로를 개설하여 교통로로 이용하다가,
1968년 북한의 김신조가 대한민국 대통령 박정희를 암살하기 위해 서울까지 침투했던 경로로 이용되어 
1.21사태이후 폐쇄되었다.
이후 출입이 통제되어 생태계가 보존되어 오면서 개발이냐, 보존이냐 갈등이 있었다. 
1983년 정부에서 4차로로 확포장하려 했다가, 환경 단체의 반발로 계획이 철회되었다
폐쇄 41년만인2009년에 개방되어, 현재는 예약제로 탐방을 받고 있다
(예약하지 않은 일반인은 통행할 수 없다).

오랫동안 일반인 출입을 통제했던 덕인지 야생동물들을 간간이 볼 수 있다.
다람쥐와 꿩, 심지어 멧돼지도 출몰한다고 하며, 입장 전 멧돼지를 볼 경우 대처 요령이 안내되어 있다.
또한 유격훈련장에 거위떼가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거위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애완동물처럼 사람을 따라다닌다.
유격훈련장과 의경 막사, 대전차 차단시설 등 군경시설이 있으며, 석굴암이라는 사찰도 있다.

오봉산의 오봉 옆모습을 보며 산행할 수 있고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와 비포장 길이 놓여 있어 등산 초보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다만 유격훈련장에서 석굴암 사찰 방면은 경사가 다소 가파르다.
이곳이 군용 훈련장임을 짐작할 수 있는 시설물과 안내판이 있으며,
현재도 간간히 훈련장 보수작업하는 군인들도 볼 수 있다.
우이령길을 상시개방 하자는 말도 있다. 실제로 서명운동도 하고 있다.

 

♠ 2023.11.01. 수. 날씨: 종일 흐림

  • 북한산둘레길 21코스 우이령길(예약필수)
  • 산행코스: 오봉산 석굴암 입구 버스정류장- 교현탐방센터-유격장-석굴암왕복-유격장-소귀고개(우이령)-우이탐방지원센터-우이역
  • 산행시간:12시~16시( 놀멍 쉴멍 도시락시간 포함)
  • 산행거리: 약 8km(약 16000보)

 

♠   우이령 탐방 예약제 안내

  • 인터넷 예약(총 800명) :http://reservation.knps.or.kr
  • 전화 예약(총 200명) : 65세 이상, 장애인, 외국인만 가능
  • 교현탐방지원센터(031-855-6559) / 우이탐방지원센터(02-998-8365)
  • 예약은 교현 탐방지원센터와 우이탐방 지원센터 입장 방향에 따라 예약하도록 되어있다.
  • 운영시간; 9시 ~ 18시
  •  입장마감;  9시 ~ 16시(하절기), 9시 ~ 15시(동절기)

 
 
♠  우이령 가는 방법

  •  우이탐방지원센터 방향

      신설경전철>'북한산 우이역(종점)' 하차(2번 출구)
 

 

  • 교현 탐방지원센터 방향 

      3호선 구파발역 2번 출구/연신내역 3번 출구

     704번, 34번 버스 환승 > '우이령. 오봉산 석굴암 입구' 하차
 
 
♠  우이령 트레킹 코스

  • 교현 출발 : 교현탐방지원센터 ~ 오봉전망대 ~ 우이탐방지원센터 4.5km 3시간
  • 우이 출발 :우이탐방지원센터~오봉전망대~우이탐방지원센터 4.5km 3시간

경기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 260-2
 
연신내역 혹은 구파발역에서 
34번이나 704번 버스를 이용
오봉산 석굴암 입구에서 하차 (40~50분 소요)
 
 

 

우이령, 오봉산 석굴암입구 정류장에서 교현탐방지원센터 이동경로
도보 500미터
 
 

교현리 우이령길 초입 풍경
마을 지번이 석굴암길로 시작한다
경주 석굴암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오봉산 아래에도 석굴암이 있다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는 커다란 안내판을 시작으로
우이령길을 본격적으로 접어든다
 

 

 

양주에서 시작하는 우이동길 벽화에
담쟁이가 가을색을 칠하고 있다 
가을 삼매경에 단풍 찾아 떠나는 길
담쟁이를 보니 
오늘의 가을색은 이런 색이구나
 
 
 

버스정류장에서 약 500미터 거리의 교현탐방지원센터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우이령탐방지원센터까지 약 4.5km
교현리 초입부터 우이동 둘레길 끝까지는 6.8km
우이령길 중간의 석굴암 암자까지 왕복하는 거리를 합하면 대략 8km의 거리다
산을 자주 찾는 우리는 당연히 8km 거리를 선택하였다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카카오톡으로 받은 큐알코드를 찍고
예약한 인원수를 확인한 후 입산을 허용한다
 
 

국립공원은 
입산과 하산시간이 정해진 곳이 많으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북한산 둘레길중 예약이 필요한 곳은 이곳 우이령길이다
 
 

가울이 물씬 익어가는 계절
처음으로 우이령길을 걸어본다
생각보다 길은 넓고 완만하게 시작한다
군사시설물이 있고 군용 차량이 오고 가는 길이라서 
트레커들은 호강하며 이 길을 걷게 된다
맨발로도 넘어갈 수 있는 길이다
 
전신주에 적힌 번호를 보니 
예전에 산길 초입을 기억하기 위해 전신주 번호를 적어두곤 했었다
한때 전신주 번호가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교량옆에 휴식할 벤치가 있어서 
산우들이 잠시 간식 보따리를 풀었던 곳이다 
교현탐방센터에서 둘레길 우이령정상까지는 대략 3km
이런 길이라면 가뿐하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비가 올 듯 말 듯 흐린 날씨
길바닥을 장식하는 낙엽에서 축축한 냄새가 올라온다
깃털을 모두 날려버린 앙상한 억새가 손짓하는 우이령길 초입
미리부터 기분이 좋다 
풍경 좋고 길이 편안하고 
웃고 떠들 수 있는 벗이 있고.....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듯하다...
 
 
 

날씨는 흐리지만 마음은 푸른 하늘이다
그래서 얼마 전 길에서 차를 세우고 찍었던
철새사진을 올려본다
우이령길이 딱 이만큼 기분 좋았다는....
 
철새들이 먼 길을 떠나기 전 
떼 지어 소리를 내며
미리 비행연습을 수없이 한 후 떠난다고 한다 
 
 

걷고
또  걷고 
낙엽과
길과
흐린 하늘과
조용한 기운
그래도 사진은 연신 찍고 싶었던 날이다
 
좀 늦은 출발을 했던 탓에
길에는 드문드문 탐방객을 만난다
 
부지런한 탐방객들이 밀려가고
흐린 날의 오후
오후 내내 같은 채도를 이루는 시간을 따라 한가하게 걷는다
 
 
 

겨우 1km 왔는데
하하하.... 많이 걸었던 것 같은 느낌
언제나 여행의 백과사전 같은 안내판 지명들
저 단어하나면 세상 어디든 다 검색하고 찾아간다는 사실
 
 

오봉 전망대
 
여성봉에서 바라보던 오봉이
우이령길에서는 처음 만난다
이 길에서 처음 만났지만 낯설지 않다
여성봉에서 몇 번 보았던 오봉의 뒤편 자태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보던 
옹기종기 암봉 다섯 형제의 모습은 멋짐 뿜뿜이다 
 
 

유래가 적혀있는 안내판
 
 

관음봉과 오봉
수묵화처럼 묵직하게 다가선다
앞에 가리는 잡목만 없었다면
영락없는 흑백사진 같은 날이다
정오와 오후 그리고 저녁의 구분이 없는 색깔
흐린 날의 오후 풍경이 이렇게 편안하게 다가선다
 
 

익어가는 가을 속에 솟아있는 오봉 때문에
오늘의 사진놀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눈으로 보고 담아와서 정리하는 시간
이런 즐거움 때문에 길을 나서는 일이 횡재하는 기분이다
 
 

가을잎을 배경으로 다시 한컷
이리저리 우이령 절경의 구도를 찾아본다
길을 찾아 떠나는 나의 길은 구도의 길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구도 말고.....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2km 지점의 유격장
여기서 석굴암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나처럼 우이령길을 처음 걷는 사람이라면 
숨겨진 보물 같은 비경을 가진 석굴암에 꼭 들려보길 권한다
 
 

긴급재난센터 앞을 지나서... 석굴암으로...
 
 

약간의 급한경사를 따라 500m쯤 위치에 석굴암이 있다
흙길이 아니고 아스팔트포장길
갈참나무 잎들이 길을 쓸어내리는 가을날 
처음으로 석굴암 길을 걸어본다 
바람이 없어서인지 한없이 고요하다
경사길을 오르느라 번지는 숨소리까지 들린다
자칫 내 안의 모든 기도들이 튀어나와 저 낙엽처럼 절집 앞마당에 뒹굴 것 같은 날이다 
 
 

석굴암 입구에서 암자로 오르지 않고
왼쪽 넓은 터를 찾아 방향을 바꾸고
 
 

관음봉과 석굴암
 
 

관음봉과 석굴암이 보이는 
비밀의 장소 같은 곳에 지고 온 짐을 내려놓고
긴 휴식을 했다
각자의 마음과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꺼내놓고 
언제나 그랬듯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가 시작되었다
남의 손을 거친 음식은 내게는 언제나 최상의 요리다 
 
 
 

낙엽 위 만찬이 끝나고 
포대화상 같은 배를 씰룩거리며
석굴암 탐방에 나선다
일주문 같은 나무터널을 지나니....
 
 

금박을 입힌 일주문 있다 
관음봉과 오봉의 정기를 받아 
이곳에서 관음정진하는 수행의 장으로 들어가 본다
 
 

불이문不二門
 
사찰로 들어가는 3문(三門) 중 절의 본전에 이르는 마지막 문을 지칭하는 용어.
‘불이’는 진리 그 자체를 달리 표현한 말로, 본래 진리는 둘이 아님을 뜻한다.
유마거사의 불이법문(不二法門)이 유명하다.
일체에 두루 평등한 불교의 진리가 이 불이문을 통하여 재조명되며,
이 문을 통해야만 진리의 세계인 불국토(佛國土)가 전개됨을 의미한다.
 
또한, 불의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불(佛)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여기를 지나면 금당(金堂)이 바로 보일 수 있는 자리에 세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문을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한다.
 
 

 
일주문을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만나는 다리
이런 돌다리는 사찰에서 극락전 앞에 연못을 파고 
연못 위를 건너는 다리를 조성해 놓는데
이를 극락교 또는 피안교로 부른다.
그런데 일주문 아래 뜬금없이 이런 돌계단을 놓았는지 알 수 없다.
해태상의 해태는 불교에서는
선악(善惡)을 판단하는 영물(靈物)로 알려져 있다.
 
 

석굴암에서 보면 
뒤편 암봉이 수도승처럼 보인다는데
내 탁한 눈으로는 찾을 길이 없고
그냥 단풍사이로 눈에 들어노는 암봉하나 찍어본다
 
 
 

석굴암 풍경
다섯 봉우리의 다섯 마음
그 안에 내 마음하나 

 

우리나라는 석질이 단단한 화강암이 많아서
동굴법당을 만들기 쉽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동굴법당을 가지고 있어서
이곳을 석굴암이라고 한다
산우들과 함께 하느라 이곳저곳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이곳 동굴법당은 나한전으로 이용되고 있다 
 
 

대웅전
 
석굴암 창건에 대해서...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께서 창건했으며,
고려 공민왕 당시 왕사(王師)였던 나옹화상께서 3년간 수행정진 하셨다고 한다..
초안스님의 은사이신 동암선사께서는
조국광복을 위해 끊임없이 상해 김구선생의 임시정부를 도와 광복 운동을 하시면서
틈틈이 석굴암에 오셔서 수행정진 하셨고,
조국은 해방이 되었지만 1950년 6·25 사변으로 인하여 석굴암의 전각이 모두 소실되고 말았다.
창건주 초안스님의 세수 28세 1954년 6월 5일 석굴암에 오셨을 때에는 대지 한 평도 없었고,
법당은 정말 전소되고,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석굴 안에는 전화로 인해 아미타불, 지장보살, 나한님과 수구다라니 목판만 남아 나뒹굴고 파손되어 있었다.
안스님께서 모두 소중히 수습하는 동시에,  폐허가 된 경내지에 임시로 움막을 짓고
주변에 널려 있던 수많은 전사자들의 시신을 화장 또는 안장해 주셨다.
 
 

삼성각과 관음봉
 
 

대적광전(좌), 삼성각(중), 범종각(우)
 
 

석굴암 전각 중에 가장 규모가 큰 대적광전
현판이 없지만 
문살과 기둥에 색을 입히지 않아
잔연과 그대로 어울리는 전각이다
 
 
 

석굴암에서 건너다 보이는 상장능선
날이 맑았으면 선명하게 보일 텐데
멀지 않은 곳임에도 흐리다
세상이 바라는 데로 모두 맑았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흐린 세상 앞에서도 우린 지금이 좋다! 좋다!
산길을 걷는 자만이 위안을 삼을 줄 아는 풍경과의 타협이다
 
 

상장능선에서 함께 어우러져 있는 능선들
 
 

윤장대 주변 소나무가 숲을 이루어 어두컴컴하지만
은행나무가 등불처럼 밝히고 있다
함께 숲을 이루지만
잠시 등불이 되는 나무가 있듯이
우리 함께 걸어가는 지금은 그대가 등불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절집에 등을 켜지 않아도 되겠다
마당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노란 등불 같은 은행나무
 
 

절집 탐방을 마치고 
유격장이 있는 곳으로 다시 하산
 
 

유격장에서 시작해 우이탐방지원센터까지 이모저모 안내판
이 숲길을 그냥 걷지 말고
좌우를 살피며 자연생태를 살피며 걸으라는 안내판이다
 
 

우이령 아름다운 가을숲길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우리 땅의 현실
현실을 외면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군부대가 모두 이전하고 이곳에서 아무런 훈련을 하지 않는다 해도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이곳은 남아있어야 한다
 
 

절집풍경을 뒤로한 채
다시 오봉과 함께하는 가을길이 시작한다
듬직하고 우람한 오봉
그 주변의 숲과 함께 어우러지니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누가 뭐래도 지금은 그렇다
 
 
 

소귀고개까지는 1킬로
금방 걷지 뭐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11월 초입의 날씨보다는 따듯한 날
 
 
 

우이령 바로 전
바위고개노래에 관한 안내판
 
 

이홍렬 작사의 바위고개가 우이령이라는 설이 있다고 한다
 
 

우이령 牛耳嶺.
우리말로 '소귀고개'라고도 불린다
삼각산과 도봉산 사이로 넘어가는 우이령 11월 초하루의 가을길은
가장 운치 있고 잔잔한 날이다
바람도 없고
하늘도 높이 날뛰지 않고
낙엽도 순하게 길에 엎드려 있다
각자의 마음으로 길을 덮고 있는 낙엽이지만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우이령고개 대전차 장애물
철원지방이나 화천지방에서 보던 무시무시한 장애물이다
대전차 장애물을 정점으로 
우이동 방향으로 점점 고도를 낮추며 걷게 된다
오늘 걷는 길중에 높은 지점이라 그런지 낙엽이 가장 많이 떨어져 있지만
눈치도 없이 아직도 청춘을 자랑하는 초록 단풍잎이 손을 흔든다
 
 
 

우이령길을 걸으면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구간의 시작이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바닥에 떨어진 단풍마저도 붉은 융단을 걷는 것처럼 이쁘다
봄꽃 피는 계절에도 느끼지만
단풍이 드리워진 길을 걸을 때마다
누가 나를 위해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선물할까
내가 원했으니 스스로에게 선물한 느낌이다
 
 
 

낙엽을 뿌려도 보고
폼내고 서서 사진도 찌고
걸음은 가다 서다 가장 느리다
 
 

무성하게 숲을 이룬 단풍나무
햇빛을 받는 만큼 섬세하게 조금씩 물들어간다
한꺼번에 와르르 붉어지는 것보다 
겹겹이 오색의 빛깔을 뿜어내는 단풍나무 군락에서 
한정판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쁘다 
 
 

올해 단풍다운 단풍을 못 보고 지나나 했는데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단풍이 기다리고 있다
해마다 가장 화려한 날을 선사해 주는 산의 정령에게 감사한다
열심히 걷는 자는 반드시 보고 싶은 풍경을 얻게 된다는 기분 좋은 날이다 
 
 
 

우이령 탐방지원센터에서
21코스 완주 스탬프를 찍는 산우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나도 북한산둘레길 도전을 하고 싶어 집니다
 
 
 

우이령탐방지원센터에서 우이역으로 내려가는 길
두 갈래 길에서 좀 더 걷는 오른쪽 길을 걷는다
선택을 반기듯 화려하게 손을 흔드는 단풍나무들
 
 

느릿느릿 걸으며 시간을 많이 보낸 탓에
쉼터에서 쉬지 않고 낙엽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었다 
 
 

오늘의 단풍 마지막 악장은 은행나무 융단길...
마지막까지 관객을 지루한 적 없이 기쁘게 한 우이령 둘레길이다 
바닥에 내려놓은 순간까지도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자연의 극치를 본다
 
 

오늘 트레킹은 우이동 산악문화 허브에서 마무리한다
우리나라 대표 산악인 엄홍길 산악체험 전시관이다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들러서 살펴보고 싶은 곳이다 
 


이렇게 이쁠 줄 알았으면 카메라를 메고 오는 건데
비가 온다길래 그냥 왔더니 후회 막급이다
 
도보 4.5킬로의 길
최고의 정원사가 가꾼 단풍나무 정원을 만났다
이 길이 이제야 내게로 왔는지
소중한 애장품을 건진 것처럼 아름다운 길이다
웃으며 재잘거리며 걸었지만
이후 첫 번째로 오는 가을에 이 길을 혼자 걷고 싶다
겹겹이 세세하게 들어 있는 빛깔을 찾아 좀 더 긴 시간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석굴암 나한전에서 오봉산 다섯 형제의 다섯 마음에
내 마음 하나를 더 얹어보는 관음기도를 하는 시간도 갖고 싶다 
절집에서 명상을 하고
자박자박 낙엽이 떨어지는 길에 내 안의 것도 내려놓고 싶다   
 
20231101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