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지도 않았던 친구가 연락만 해줘도 좋은데
보태서 길을 떠나자고 하면 더없이 기쁘다
선약이 있었지만 뒤로 조정을 하고
연락을 한 친구와 함께 단양의 선암골로 향했다
그곳에서 휴식하기 위해 터를 장만했다고 한다
몇몇의 친구들과 물소리가 밤새 들리는 곳에서 만추의 가을밤을 보낼 수 있었으니
이가을이 얼마나 기쁜지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무작정 따라갔고
그 밤이 무르익도록 친구가 준비한 와인에 알딸딸하게 자신도 숙성되었다
가는 길
오는 길
사진 찍기 좋은 명소 구경도 하고
슬리퍼 신고도 부담이 없을 정도의 낙엽 쌓인 길을 걸어도 보고
새벽에 눈을 떴을 때 그림처럼 다가서는 선암골의 풍경은 소박하지만
한동안 눈가에 맴돌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선암골 생태 유람길 1코스(물소리길) 전체 개념도
그중에 친구의 농막을 중심으로 왕복 5킬로 정도의 일부만 걸었다
우리 동네 플라타너스의 잎이 아스팔트를 메꾸는 계절
불러주는 친구를 따라 단양으로 향했다
중간에 괴산의 문광저수지 풍경을 덤으로 얻는 바람에
약 4시간 소요하여 단양의 가산리에 도착했다
친구 농막주변에 11월이 무색할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는 개망초
들판에 나서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어릴 적 소꿉놀이할 때 계란으로 사용했던 꽃이라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농막에 배낭을 내려놓고...
농막앞을 흐르는 맑은 시냇물
바닥이 훤히 보인다
이렇게 맑은 일급수 냇물을 얼마 만에 보는 건지
자세히 보면 민물고기가 그대로 보일정도다
저 너른 바위에 앉아서 물소리 들으며 여름에는 한숨 자도 좋겠다
바닥이 훤하게 들여다 보이는 개울
친구들이 투망으로 민물고기를 잡아서 도리뱅뱅을 해 먹었다
밤이 이슥토록
춥지도 않고
약간의 비를 뿌려서
가을 냄새가 풍기는 밤
어찌 잠을 잘 수 있으리오
이런 밤을 보낼 수 있게 불러준 몇몇의 벗들이 고맙다
장어며 삼겹살이며
배불리 먹고 나니
친구가 무작정 걷잔다
랜턴을 들고 마을을 한 바퀴 돌더니
더듬더듬 산길 따라 데크가 있어서
걷고 또 걷고... 이 길을 약 2km 걸었나 보다
동네를 도는 줄 알고 슬리퍼를 신고 나섰다
비가 온 후의 낙엽길
미끄럽기도 하고 잘 보이지도 않고.....
조심조심 끈질기게 따라갔다
군인의 딸답게
하룻밤 묵고 다음날
새벽에 만난 아침 풍경
저 길 건너 철망이 있는 길을 밤에 걸었던 것이다
농막이 있지만 노숙을 하고...
노숙을 하는 이유는
우리의 생활이 높은 건물의 아파트
빌딩속 책상머리...
세상에 둥둥 떠있는 느낌이다 보니
흙바닥에 자리를 펴고 누워있으면
죽는 것 처럼 편하다
죽은자의 얼굴이 항상 편안했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주어지면 흙위에 몸을 눕히고 편히 쉰다
농막 안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
따듯한 아침밥을 지어먹고
저길이 밤인데도 너무 좋았던 기억에
다시 걸어보기로 했다
물가에 있는 농막을 벗어나
마을 농로를 따라 걷노라면
잘 익은 콩이 추수를 기다리고...
하나 뽑아서 우적우적 먹고 싶은 김장무우도 만나고...
가산 보건소 못 미쳐
가산교를 만난다
가산교위에서 건너다 보이는 산길 데크를 어젯밤 더듬더듬 걸었던 것이다
물가를 따라 조성한 데크길
선암골 생태유람길이다
말 그대로 유람하는 기분으로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걸어가면
속세를 모두 잊을만한 길이다
우리가 걸었던 선암골 생태유람길은 가산쉼터(가산교)에서
하선암 조금 못미치 대잠교까지 걷고
농막으로 되돌아왔다
가산교에서 쳐다보면 이런 시설이 보이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
이런 철문이 보인다
이 길은 멧되지 때문에 철망을 해두었다고 한다
아프리카열병이 전염되는 것을 방지하게 위해
정부에서 시설한 철문이다
통과한 후는 이 철문을 반드시 잠그고 가라는 안내문이 적혀있는 구간이다
낙엽이 미끄러워 아래로 떨어지는 낙상방지를 위해
안전휀스를 설치해 두었다
맑은 물길을 따라 걷는 구간이라서
기 구간을 물소리길이라 이름하였다
하선암까지 2.6킬로
걷는 데까지 걸어가 보자
이쁜 구간만 걷고 이곳까지 되돌아올 수도 있다
낙엽이 푹신하게 쌓인 길
어젯밤 내린 비에 가을냄새가 가득한 길이다
물빛도 한없이 고요하고요
바람이 없어 흐르는지 마는지 알 수가 없다
퇴계 이황이 이 길에 반했다니...
내 눈도 이황의 수준인가.
건너다 보이는 가산리 마을
펜션도 몇 개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보고
선암골 생태유람길
이름도 산골이름답게 정스럽다
이젠 슬슬 겨울로 접어드는 채비를 하는 선암골
잎이 거의 다 떨어져 있어서 스산할 만도 한데
낙엽 위를 걸으니 만추의 느낌이 한없이 따뜻하다
칡넝쿨은 가을이 늦게 온다
아직도 푸른 잎이 많은 걸 보니
가산 삼거리에서 1.5킬로 걸어온 지점
어젯밤 이곳에서 신발 벗고 개울은 건너고
숙소로 갔다
근데.... 오늘은 더 걷자고 한다
하선암 방향으로 고고씽
무진장 떨어져 있는 낙엽들
햇빛의 수고가 이렇게 많은 잎을 만들고
그 잎은 다시 흙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생의 마지막은 흙에서 보낸다
그래서 누구나 흙냄새를 좋아하나 보다
토종벌꿀
비를 맞지 않을 자연조건을 이용하여
벌통을 두었다
그런데 이곳을 살펴보니 꽃이 많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꿀은 만들어지나 보다
절편같이 생긴 떡바위
그위에서 도시락을 펼치고 먹었으면 참 좋겠다
숲이 우거지고
자연경관이 잘 보호된 구간이다 보니
당연히 뱀이나 벌이 활개를 칠 것 같다
지금은 벌이나 뱀이 동면으로 간 것 같아 안심하고 통과...
난 단풍이 이 정도 남아있는 나무를 좋아한다
그래서 해마다 잊지 않고 한 장씩 남겨둔다
대잠교까지 갔다가
다시 턴하여 왔던 길을 다시 올라간다
칡넝쿨이 무성한 길
그래도 걸어갈 수 있는 정도의 길은 나있다
강아지풀도 가을볕에 나와서 꼬리를 흔들고 있다
어젯밤 이 길을 양말까지 벗고 건너갔다
바닥이 미끄러워서 조심조심하면서.
밝은 시간이라 바닥에 자갈을 골라 밟으면서
이번엔 신발을 벗지 않고 건넜다
혹여 미끄러워서 바닥에 넘어질까
안간힘을 쓰면서 건너고 나니 어깨가 으쓱으쓱.
다시 농로를 따라
저 앞에 보이는 작은 농막용으로 설치한 컨테이너박스까지 걸었다
완전 무공해 마을
지명도 몰랐던 이곳에 하룻밤을 묵게 될 줄이야
단성면 가산리 88-1
행복하고 푸근한 곳에서 하룻밤의 숙면을 얻고 간다
단양에도 이렇게 이쁜 단풍길이 있다
길을 가다가 차를 세우고 몇 장 얻었다
작년에는 훨씬 단풍이 이쁘고 많았다는데
며칠 전 춥고 바람이 많아서 단풍이 많이 떨어졌단다
그래도 이쁜 길이다
20231106. 일. by 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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