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에서/ 梁該憬
낯선 곳에 나를 내려놓았다
조금 걸어야겠다고 강으로 간다
잘 가라 잘 가라
손을 흔드는 갈대들
속으로는 가을바람이 야속해
서로 부둥켜안고 산다
약속도 없이 왔는데
무리로 손을 흔드는 갈대들
갈대밭 너머에는 강물이 흐르지만
내키 만한 큰 갈대숲에 들어서서
갈대처럼 서있어 본다
함께 기대어 서있으니
가을빛에 길어진 그림자를 묻어버린다
지금 이 순간은 벅찬 약속도
아픈 이별도 생각하지 않는다
평생 함께했던 그림자마저 잊고
갈대에게 보고 싶었다는 말을 전하네
갈대숲은 흔들릴 때마다
내 마음을 흘러가는 강물이었다
갈대강에서 참 보고 싶었다 말을 전하네
내일은 다시 또 혼자가 되어
허리 긴 그림자를 돌아볼지라도.
2023.11.11. 금강변 갈대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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