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240218. 계룡산 바람

kyeong~ 2024. 2. 20. 16:16





바람 연정/ 梁該憬

아무리 찾아도
보이는 건 없는데
어찌 이리 나를 반기는가
온몸을 붕대처럼 감고 도는 이 기운
내가 오기를 그토록 기다렸는가
텅 빈 곳에 서있어도 
요란하게 들리는 소리
겨울 내내 행방을 찾았는데
여기서 만날 줄이야
옷깃을 풀지 않아도
껍질을 다 벗은 산 때문에 주춤했는데
기세좋게 달려드는 바람에 
머리카락 헝클어진 몸을
전부 내어주었네

그리고 하루종일 그냥 걷는다

너를 만났는데 또 그냥 걸어야 한다
가부좌 틀고 있는 바위옆을 지날 때에도
허리굽은 노송옆을 지날 때에도
수십 년 정분이 가슴에 있는데
너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2024.02.18. 계룡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