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231101 가을 빈가지(우이령 길에서)

kyeong~ 2023. 11. 2. 23:25

 

가을 빈 가지 / 梁該憬

무수한 가지들이
단풍잎을 빼곡히 들고 있네
그중에 잎을 갖지 못한 나뭇가지
무성한 단풍잎에 묻혀 보이지 않네
지난여름이 얼마나 힘들었길래
붉은 잎 한 장 내밀지 못하네
하필 마른 나뭇가지에
새 한 마리 앉았다 가네
떠나는 새를 향해
흔들 잎이 없어 단풍잎 사이로 고개를 묻네
밤새 돌아누워 붉은 잎의 등을 긁으며
흐린 하늘 속으로 숨어든 새를 기억하네
그래도 붉은 잎 아래서 밤을 맞이하니 그게 어디야
단풍마저 지고 나면  그 아래가 전부 벼랑이지
마른 나뭇가지, 새에게는 잠시 길이었지.



20231101. 수 우이령길에서

 

 

 

 

 

'poem-아직도 모르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0218. 계룡산 바람  (0) 2024.02.20
20231111.갈대밭에서(금강변 마실길에서)  (0) 2023.11.13
구봉산 죽은 소나무  (0) 2023.09.19
20230521 소백산 철쭉  (0) 2023.05.25
연두 연서(월영산에서)  (1) 202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