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덕유산을 모른다 하겠는가
누가 덕유산의 원추리를 모른다 하겠는가
내가 알면 다 아는 거지
다 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것이다
태풍을 맞고도
비를 맞고도 찾아갔던 원추리밭
이젠 그만 갈 거라고도 했다
새빨간 거짓말...
또 덕유산 화원을 못 잊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길을 떠난다
어차피 갈 건데 일기예보 따윈 무시한다
덕유산 원추리밭에 다녀와야
칠월의 숙제를 다한 느낌이다
원추리 연가/梁該憬 올여름은 우울증 심한 여인 같다 이집저집 창문으로 뛰어드는 소나기였다가 무슨 화가 그리 났는지 벌겋게 달아오르는 정오 뿌리까지 타들어가다가 정분난 바람과 비가 되어 뒤엉켜 돌아다니더니 여린 꽃 상처 난 것도 모르네 어르고 달래는 것도 하루이틀 보따리 싸서 덕유평전으로 갔다 여름의 낮잠 같은 안개가 멀리 있는 사람 잊고 가슴에 있는 사람 잊고 낮잠 안에 든 것만 보라 한다 안갯속에 환한 미소 덕유의 기억이 되는 원추리 수천 년을 건너온 여름이 우울증 심한 여인 닮았더라도 한지 같은 안개에 원추리를 탁본하느라 가슴을 두드린다 |
덕유산
2024.07.23.화. 날씨 흐림
산행시간: 오전10시~오후5시
산행코스: 무주리조트-곤돌라-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봉-동엽령-칠연삼거리-칠연폭포왕복-안성탐방소
산행거리: 약 10km
무주 덕유산 리조트 곤돌라 탑승장
황화코스모스가 반겨준다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설천면 심곡리 산 43-15
전화번호 :063-322-9000
해바라기는 이제 시작이다
절반도 안 피었지만
올해 처음 만나는 해바라기 밭이다
곤돌라 탑승료 편도 17000원을 내고 설천봉까지 올라왔다
설천봉 1525m의 시계는 오리무중이다
오늘도 안갯속에서 헤매겠다
고사목과 주목나무도 여전히 그 자리
저 나무를 족히 10번은 더 사진을 남겼을 거다
안갯속이라 해도 눈감고도 갈 수 있는 길
안개 낀 날 소 찾듯 하지는 않을 거다
11시 가까이의 시간
현재 온도 25도
덥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곤돌라 타기 전 정상에 안개가 많다고 방송까지 들었지만
실제 안개를 보니 오늘도 구중궁궐에 든 것처럼 걸어야겠구나
여기서 600미터만 오르면 1600 고지의 향적봉이다
설천봉에서 600미터 올라온 지점 향적봉 (香積峰, 1,614m)이다
안갯속에 누워있는 원추리부터 눈에 들어온다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나의 여인이여
덕유산 德裕山 은 소백산맥의 중심부에 솟은 산으로 주봉은 향적봉(香積峰, 1,614m)인데, 남서쪽에 위치한 남덕유산(1,507m)과 쌍봉을 이룬다. 두 봉을 연결하는 분수령은 전북특별자치도와 경상남도의 경계가 되며, 남덕유산에 대하여 북쪽의 주봉인 향적봉을 북덕유산이라고 부른다. 이들 두 산이 이루는 능선을 중심으로 북서쪽에 적상산(赤裳山, 1,034m)과 두문산(斗文山, 1,052m), 북동쪽에 거칠봉(居七峰, 1,178m)과 칠봉(七峰, 1,161m), 남서쪽에 삿갓봉(1,419m)과 무룡산(舞龍山, 1,492m) 등 1,000m 이상의 고산들이 일련의 맥을 이루어 덕유산맥이라 부르기도 한다. |
덕유산 리조트의 곤돌라 덕에
손쉽게 올라올 수 있는 향적봉 (香積峰, 1,614m)
그래서 덕유산을 찾는데 망설임이 없다
덕유산의 명물 안갯속 세상
끝이 안 보이니
무진기행이라도 떠나 볼까
나무사이사이마다
빼곡히 차있는 안개
안개의 사랑을 머금고 덕유의 나무들이 잘 살아가고 있다
참당귀가 멀리서 왔다고
벌떡 일어나 반긴다
이 구역을 지날 때마다
생과 사를 생각한다
살아 있을 때 저 풍성한 재력도
죽고 나니 꽃 꽃했던 신념만 전해오는 듯하다
비단 나무만 그렇지는 않을 거다
모닝커피타임인 동자꽃
나도 껴주라
속이 텅 빈 고목
나이 들수록 속을 다 보여주고 살아야 하는 건가
난 아직 비밀이 많은데
꺼내 놓고 싶어도 들어줄 누가 있어야 말이지
안개에 기대어 잠자는 수도승 같다
산 능선임에도
안개가 많다 보니
이끼가 이렇게 실해요
역시 큰 산은 품고 사는 것이 많아
덕유산 德裕山
한자로 봐도 덕과 넉넉함이 있어 마음이 따듯해져 온다
외롭거나 힘들 때 이산에 오라
모든 이를 너른 덕유의 품으로 안아주리다
멀리 집 나갔다가 돌아온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같이
꼬리를 흔드는 산꼬리풀
참취
나물만 좋아했는데
꽃이 피니 또 반갑네
중봉으로 가는 길
10여 년 전
덕유산에서 처음으로 원추리에 반했던 중봉
이 넓은 곳에 원추리가 가득했었는데 지금은 잡풀만 무성하다
잡풀 때문에 원추리 개체수가 줄어든다는데
환경단체가 잡풀 제거를 못하게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중봉 전망대
이곳 전망대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안갯속 안에 들어온 것만 보라 한다
안개사이로 보이는 세상
바람의 소묘화를 보는 것 같이 아직은 완성해 가는 중인 그림이다
중봉 1595m
그러고 보니
그 여러 번을 왔어도 오수자굴을 안 가봤네
나도 덕유산 편식이 심한가 보다
육구 종주까지 했었는데 왜 안 가봤을까
하산할 동엽령까지 3.2km
원추리가 없으면
조망이라도 봤으면 좋으련만
거친 바람이 치고 올라온다
다행히 덥지 않아 좋다
고봉의 시원한 공기를 즐기려 이곳까지 왔다
중봉을 내려서니
이슬을 잔뜩 머금은 풀잎들이 툭툭 쳐서
신발이 금방 젖는다
풀잎이 스칠 때마다 이슬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풀냄새도 나는 것도 갖고
코를 벌름거려야 하는데
나는 왜 자꾸 귀가 열리지
어디선가 원추리꽃 이야기가 들릴 것만 같다
아하~ 일월비비추
소백산과 덕유산의 명물
싸리꽃도 도열해서 반기고...
원추리가 풀숲에 드문드문 피었는데
여름이면 독이 바짝 오른 양반이 있을 것 같아
풀숲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길가에 고개 내민 원추리꽃이 반가워
드디어 한컷 사진에 담는다
여태껏 본 싸리꽃 중에 색깔이 가장 예뻤던 덕유의 싸리꽃
'그녀는 참 예뻤다'
사진보다 훨씬 고운 빛깔이다
나 좀 지나가면 안 될까요
이렇게 길을 막아버리면 어쩌나요
미역줄 나무가 무성해서
허리춤까지 툭툭 친다
대암산 용늪에서 반했던 꿩의다리
자주 만나니 반갑다
내 다리는 통나무 다리라
그 옆에 서기 민망하다
좀 전에도 반겼는데
여기까지 또 와서 반기네
산꼬리풀의 계절
원추리 개체는 줄었어도 다른 꽃들이 늘어나서 기분 좋다
'여로'의 꽃이 지고....
피곤한가 보다 길바닥에 눕네
길을 막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이번엔 싸리꽃이 길을 막았네
지날 때마다 이슬이 와르르 쏟아져
옆구리가 다 젖는다
마음이 젖어야지 옆구리가 젖어서야.
백암봉 1503m
향적봉에서 고도를 100미터 이상 낮췄는데 안개는 아직도 벗어날 줄 모른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산줄기를 바라보고 싶은데
다음부터는 108배라도 하고 와야겠다
원추리!
그래 있을 줄 알았지
마중 나올 줄 알았어
곱게 화장도 잘 먹었고
몸매도 아주 멋져
반가움 찔끔으로 바닥에 앉아 접선한다
환영의 깃발처럼 손 흔드는 비비추
아.. 그 아래 덕유산 며느님도 나와있네
키 작은 '며느리 밥풀꽃" 반갑다
이런 데크길이 있어서
덕유산 산림도 보호하고
산행인들의 안전도 보호하고
요즘 어느 산을 가나 안전을 위한 가드레일이 잘 되어 있다
하긴 엉망으로 된 숲길을 헤치고 다니는 묘미도 있지만요
꽃만 보면 발길을 멈춘다
급히 걸어서 무엇하리
급히 살아서 무엇하리
이만큼만 보고
다음에 저만큼 보면 되지
거대한 덕유의 산줄기
무룡산을 지나 삿갓봉으로 가는 줄기
안개가 춤 준다
누군가 저 춤추는 안개를 보고
용이 춤추는 것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용이 춤춘다는 무룡산(舞龍山) 그곳까지는 다음에 가야지
한걸음 내려설 때마다
한걸음 높이지는 산줄기
일렁이는 덕유산 산줄기
백암산에서 동엽령으로 가는 길
무리 져 손 흔드는 원추리
별이 내려앉은 것 같은 덕유평전
이만큼이라도 만난 게 어디야
조금씩 안개는 밀려나고
이제야 원추리밭을 제대로 만났네
점점 짙어가는 검은 숲에
별에서 온 듯 내려앉은 꽃무리
내려다보고
올려다보고
앉아서 보고
멀리 있는 것
가슴에 둔 것 모두 잊고
안개숲 안에 모여 있는 원추리에 마음을 다하는 중
등골나물
덕유산은 뭘 먹고살길래
전부 키가 크다
먹은 만큼 살로 안 가고 키로 갔으니
덕유산 꽃들은 복 받은 거다
화려하게 조성된 화원보다
조금은 아쉬운 듯 피고 지는 산상의 화원이 좋다
동엽령 가까이 까지 원추리꽃들의 인사를 받으니
덕유산에 오길 잘했다
반바지를 입고 나섰더니
별이 바람에 스치는 것이 아니라
풀잎이 내 살갗에 스친다
덕유산에서 함께 피고 지는 식물이지만
잡풀 속에서도 눈에 쉽게 들어오는 꽃
이쁘다는 기준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모르지만
꽃이면 다 이쁘다는 생각을 왜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린아이들은 처음에 꽃을 무섭게 느낀다고 한다
어른들이 꽃은 이쁘다고 주입시켜서
꽃이 아름답지 않다고 반박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랐다
경남과 전북의 경계
안성매표소 방향은 전북 무주
뒤편은 경남 거창
경계가 뭐 중요한가
수없이 넘나드는 경계
국경마저도 없었으면 좋겠다
마음대로 넘나들며 훨훨 날았으면 좋겠다
동엽령 이정표 앞에 핀 원추리
한여름 염천에도 그대가 있어 이곳에 오네
동엽령은 예부터 전라도와 경상도의 물산이 넘나들던 고개로 동엽령 혹은 동업이재라고도 불렸다.
안성면은 우시장이 유명했는데 소를 몰고 동엽령을 넘어다니기도 했다.
의병들도 일본군의 눈을 피해 서로 소식을 전하느라 이 고개를 넘었다.
동엽령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그리메
멀리 지리산능선까지 눈에 들어온다
몇 분 전까지 안개천국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멀리 산능선의 파노라마가 선명하게 다가선다
하산길
보폭이 맞지 않는 계단을 내려서면서도
꽃만 보면 앉았다 일어섰다.....
능선에 불던 바람과 안개는 사라지고
숲은 고요하다
바로 옆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아니었으면
이 큰 숲이 무서울뻔했다
바위와 이끼를 타고 흐르는 선계의 물소리
썩은 나무에 자라도 색은 이쁘다
천상의 화원에서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는 다리
잦은 비 때문인지 풍부한 수량 때문에
계곡은 물소리로 가득하다
마음 같아서야 풍덩 뛰어들고 싶다
칠연 폭포 삼거리
삿갓재에서 무룡산을 넘어 동엽령으로 내려오는 산행팀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남는 시간.... 칠연폭포로 올라가 본다
삼거리에서 나무계단을 올라 300미터 거리 완만한 길이다
칠연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칠연폭포
칠연폭포는 암반 사이로 계곡 물줄기가 흐르면
7개 폭포와 그 아래로 7개 연못을 이룬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울창한 숲과 계곡의 폭포ㆍ연못이 어우러지며 비경을 뽐낸다.
칠연삼거리에서 안성탐방소까지는 무장애길 약 1km
하늘이 보이지 않는 나무터널을 따라
산을 걷느라 힘들었던 육신의 피로를 걷어내며 걷는 길이다
안성탐방소를 끝으로 오늘의 산행은 끝이 난다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7시간
누가 나를 위해 꽃길을 열어주겠는가
내가 꽃길을 찾아 나서길 잘했지
꽃길 7시간..... 칠월의 행진곡이 들릴 것만 같다
칠연폭포를 지나오면서 칠연의총을 생각하게 된다
덕유산 의병길은
덕유산에 의지해 의병들이 왕성하게 활동한 곳이자
한을 품고 쓰러져간 안타까운 곳이다.
칠연의총과 칠연폭포를 지나 동엽령까지 이어지는 왕복 9㎞ 길로
덕유산국립공원 안성탐방지원센터가 출발점이다.
안성탐방지원센터를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계곡을 하나 건너면 넓은 터에 칠연의총이 남아 있다.
"의병은 민군이다.
나라가 위급할 때 즉시 이로써 일어나 조정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종군해 싸우는 사람이다.
의병은 우리 민족의 국수(國粹)다."
칠연의총에서는 의병장 신명선은 덕유산을 중심으로 동지들을 규합해 의병장이 됐다.
덕유산을 중심으로 활동한 신명선의 의병대는 진안과 임실ㆍ순창에서 일본군과 교전했으며 숱한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1908년 4월 장수의 주재소를 습격하고 돌아오다가
칠연계곡에서 전열을 가다듬던 중 일본군 토벌대의 기습을 받아 신명선과 휘하 150여 명이 전사하고 말았다.
그 후 살아남은 의병 중 한 명이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유해를 수습, 송정골에 안치한 것이 지금의 칠연의총이다.
20240723. by 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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