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산은 능선이 좋아서 가고
어떤 산은 계곡이 좋아서 간다
우리나라 이끼계곡의 대표 정선 가리왕산에 간다
너무 높아서 힘들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산...망설여지지만
여름을 지나면서 수량을 가득 머금고 있는 이끼계곡을 꼭 보고 싶다
나 혼자 간다면야 이끼계곡에서 하루종일 보내도 되지만
산악회는 일정에 따라 계곡도 오르고 정상도 올라야 한다
1500 고지의 산은 점점 힘들어져서 망설여지지만
이번이 마지막일 거야 라는 심점으로 길을 나선다
정선 가리왕산 加里王山,1561m
2024.08.27. 화. 날씨:종일 비
산행코스:
장구목이골 입구-이끼계곡 9폭-장구목이 임도-정상 삼거리-정상-
마항치함거리-어은골임도-쉼터-휴양림-심마니교-매표소
산행거리:11km
산행시간:10:06~17:00(이끼계곡 사진놀이, 식사시간 포함)
장구목이골 입구: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산 400-22
별도의 주차장이 없어 발 빠른 승용차만 5대가량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버스는 주차공간이 없고
화장실은 간이 화장실이 있지만
미리 휴게소에서 볼일을 해결하고 도착하는 것이 좋다
10시쯤 장구목이 입구에 도착하여
10시 06분 산행시작을 하고
좁은 산길을 따라 15분쯤 오르면 첫 번째 이끼 폭포를 만난다
대략 2km 거리에 계곡을 따라 9개의 이끼 폭포가 신비로움을 자랑한다
장구목이 계곡은 수량이 풍부하여 이끼가 자라기에 최대의 조건이다
첫번째 이끼계곡을 만나자 산우들이 사진 찍느라 나오질 않는 바람에
난 너덜길을 따라 다음 폭포로 발길을 옮긴다
9개의 폭포까지는 경사도 급하지 않아서 궂은 날씨에도 무리가 없는 산행이다
최장의 열대야를 자랑할만치
기나긴 더위를 지내면서도 장구목이 이끼계곡은 신선놀음하고 있다
어디선가 연두요정이 앉아 있을 것만 같다
산우들이 폭포를 보자 사진 삼매경에 빠지는 바람에
이끼 사진을 찍는 일이 산행보다 난제다
이끼와 궁궁이
제대로 각이 안 나온다
장구목이 이끼풍경
9폭까지 말이 필요 없다
핸드폰 사진이지만 어디서 이만한 이끼계곡을 구경하겠는가
불볕더위가 언제 있었냐는 듯이 청정의 오지의 계곡이다
1.4km를 이끼를 보며 오르느라 더위는 이름조차 모르겠다
가늘게 뿌리는 이슬비가 점차 더해가서 소나기로 바뀔까 봐 걱정이다
가리왕산은 통화불통구역인데
군데군데 통화가능지역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드디어 라스트 폭포 9폭이다
이끼계곡은 끝났다
대략 1시간 40분을 이끼풍경에 이 뜨거웠던 여름의 고단함을 전부 보상받은 느낌이다
지금부터 살짝 가파르기 시작한다
9폭에서 200미터 위에 넓은 장소가 있다
이 뜨거운 한여름날 비박을 하면 좋겠다는 득템
나무며 돌이며... 온통 이끼가 살고 있는 나라
이끼요정의 나라를 지나간다
장구목이 임도를 가로질러
본격적으로 가파른 길에 들어선다
절반이상 왔지만 남은 1.6km가 가리왕에서 힘든 구간이다
자연의 그림...
이것도 이끼라 해야 하나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가파른 길이다
숲길로 걷다 보니 비를 피하기 좋아서
비옷 착용을 하지 않고 여름비에 젖어 본다
젊었을 때에는 소나기 맞고도 긴 산행을 참 많이도 했는데
오랜만에 비를 맞아보는 기분도 신선해서 좋다
가파른 오름길은 좀처럼 좁혀들지 않는다
한 1km쯤 왔을까 생각하고 이정표를 보면 겨우 300미터 올라왔다
쉬는 횟수를 늘려가며 호흡을 조절해 본다
이산에는 투구꽃이 참 많아요
비를 맞아서인지 색깔이 생생하죠
정상 8부 능선에 핀 노랑물봉선
처음엔 물봉선이 아닌 줄 알았다
시골 개천에서 자라는 것으로만 착각했다
700미터...남았다
가파른 길을 오르다 보면
남은 700미터도 원수처럼 느껴지지요
그런데 벌써 가을물이 들었네요
노랗게 물든 잎새들
가리왕산 주목나무
습한 지대라서 그런지
주목나무가 썩었다
그래도 잎을 피우며 노령을 자랑한다
촛대승마와 관중이 자라고 있는 길
간간이 넘어져 있는 나무에도 이끼가 찰싹 달라붙어서 자라고 있다
정상삼거리에 넓은 터가 있어서
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었다
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늦은 점심이다
이질과의 큰 세잎쥐손이와 투구꽃이 화원을 이루었다
이렇게 이쁜 화원을 밥 먹고 나서야 알았다
비가 와서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먹다 보니
정상 삼거리에서 200미터만 오르면 정상
산높이를 자랑하듯 고사목이 줄지어 있다
아무리 더워도 계절을 속일 수는 없어
가리왕산의 정상부에는 이렇게 가을이 오고 있다
가리왕산 상봉 1561m 우리나라 명산의 하나인 가리왕산은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해발 1,561m의 산이다. 갈왕이 난을 피하여 숨어들었던 곳이라 하여 갈왕산이라고 불리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가리왕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가리왕산은 각종 수목이 울창하고 산삼을 비롯한 약초, 산나물이 풍부하다. 청명한 날에는 정상에서 동해를 관망할 수 있다. 회동계곡은 용탄천의 발원지며 맑은 물에는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고 주변에는 봄에는 철쭉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백설의 은세계를 이루어 4계절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가리왕산 8경이 전해질 만큼 경관이 수려하고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주목 군락지가 있어 산림유전자원보호림과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는 등 경관과 생태적으로 가치가 큰 점에서 산림청 100대 명산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가리왕산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가리왕산 뮤직페스티벌이 열리고 겨울에는 스키장과 리조트가 운영되고 있다. 등산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강원도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이다. 주변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화암동굴, 옛 탄광 터를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삼탄아트마인, 강원최대규모 스키장과 카지노를 갖춘 하이원리조트,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 등 다양한 관광지가 있어 함께 둘러볼 만하다. |
가리왕산 상봉 1561m
예전에는 한자로 된 표지석이었는데
한글로 바뀌었다
비가 와서 주변은 온통 뿌였다
이번 산행은 능선을 타고 오르는 산행이 아니라
주욱 올랐다 주욱 내려가는 산행
삼각형 산행이다
4.2km 올라오는데 4시간을 사용했다
사진 찍고 점심 먹고...
설렁설렁 올라왔더니
정상에 2시쯤 도착했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이 가장 후미에서다
장구목이계곡을 따라 올라왔던 곳의 풍경
이산은 우리나라에서 9번째 높은산
날이 맑으면 동해바다까지 보인다는 곳인데
온천지가 곰탕이다
정상에 오르는 맛은 멀리까지 바라보는 산능선의 파노라마를 보기 위함인데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저버리는 순간이다
휴양림 방향으로 내려가야 할 이정표
하산길은 거의 7km에 가까운데
갈길이 더 멀다
오르막이 없이 내려가기만 하니 부지런히 하산해야겠다
하산길의 고사목
하늘이 맑았으면 멋진 풍광을 만났을 터인데
오늘은 이끼계곡만 보고 가라는 가리왕산 산신의 뜻인가 보다
가리왕산의 가을을 8월에 보고 간다
못 먹는 싸리버섯
정상에서 이곳까지는 급하지 않은 하산길
통화가 가능한 장소이니
전화할 일 있으면 여기서 하고....
이제부터는 급경사 하산길 정신 바짝 차리고 내려가야 한다
비가 오는 날이라 길이 미끄럽다
너덜길과 급경사로 이루어진 길이 길게 이어진다
자칫 물먹은 나무뿌리라도 밟으면 우당탕 꼬리뼈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
다행히 밧줄로 보호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어은골 임도까지 1km 정도 급경사 난코스다
어은골 임도...
30분 이상 급경사를 따라 정신없이 하산했다
오른쪽으로 주욱 가면 장구목이 임도도 만나게 된다
임도를 만나니 급경사가 끝났는가 했더니
속단은 금물.... 또다시 시작이다
어은골 임도에서 다시 급경사구간이다
가파른 너덜길이라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하산
이 급경사는 언제 끝나려나
빗길에 넘어질까 걱정이다
이쪽 하산길도 한쪽으로 계곡물이 흘러내리는데
이끼 천국이다
장구목이보다는 못하지만 이끼를 가득 채운 계곡을 보니
여유롭게 놀다 가고 싶은 마음이다
흰 물봉선
매표소까지 2.2km
가파른 구간은 다 내려왔다
가파르지만 오르락 내리락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돌다리를 몇 번은 건너야 휴양림에 도착한다
마지막 돌다리에서 오늘 맞은 비와 땀을 씻으러
물에 들어갔는데 어름짱처럼 차가워서 이내 밖으로 나왔다
가리왕산의 계곡은 8월에도 엄청 차갑다
대충 땀범벅인 더위를 씻어내고 휴양림 쪽으로 하산하는 길
물소리가 저절로 시원하게 느껴진다
내려오느라 고생했으니 쉬어가라고 정자도 있고
이쪽은 물길이 거센지
아님 정자까지 오르는 사람을 위한 배려인지
어설픈 돌다리를 건너느라 넘어지지 말라고 긴 밧줄이 가로질러 있다
물고기 숨어 산다는 어은골을 다 내려왔다
어은골 종료지점에 휴양림 캠핑장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는지
비가 와서인지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이 없다
휴양림 앞 심마니교를 건너서
여기서 또 임도를 따라 1.4km 내려가야 휴양림 매표소가 있다
아스팔트길이라 정말 걷기 싫은 길이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분홍 물봉선
오늘 분홍색 흰색 노란색의 물봉선을 모두 만났다
흔한 꽃이지만 자태가 이뻐서 늘 눈인사를 건네게 된다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산행을 마무리했다
가파르고 높은 산을 우중이지만 즐겁게 마무리했다
언제나 후미에서 함께 해주는 산우들이 있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휴양림 매표소
오후 5시 산행 종료...
산행하기 전 어떻게 넘을까 고민도 했지만
시작이 반... 맞는 말이다
힘든 오름길을 기를 쓰고 올랐고
내려오는 길도 뒤질세라 온 힘을 다해 내려왔다
한 번도 안 넘어지고 빗길 급경사를 잘 내려왔다
오늘도 내발과 정신에게 고맙다고 쓰담쓰담이다
정선에서 오삼불고기와 카스로 하산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창밖의 하늘은 가을 하늘을 펼치고 있다
이하늘 아래 있는 사람들은
가리왕산 정상에서 아무것도 못 보고 내려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보고 있는 하늘아래서 우린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40827 by 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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