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240723.원추리 연가(덕유산에서)

kyeong~ 2024. 7. 27. 15:18

 

 

원추리 연가/梁該憬

 

올여름은 우울증 심한 여인 같다

이집저집 창문으로 뛰어드는 소나기였다가

무슨 화가 그리 났는지 벌겋게 달아오르는 정오

뿌리까지 타들어가다가

정분난 바람과 비가 되어

뒤엉켜 돌아다니더니

여린 꽃 상처 난 것도 모르네

 

어르고 달래는 것도 하루이틀

보따리 싸서 덕유평전으로 갔다

여름의 낮잠 같은 안개가 

멀리 있는 사람 잊고

가슴에 있는 사람 잊고

낮잠 안에 든 것만 보라 한다

 

안갯속에  환한 미소

덕유의 기억이 되는 원추리 

수천 년을 건너온 여름이

우울증 심한 여인 닮았더라도

한지 같은 안개에 

원추리를 탁본하느라

가슴을 두드린다

 

20240723. 덕유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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