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리 연가/梁該憬
올여름은 우울증 심한 여인 같다
이집저집 창문으로 뛰어드는 소나기였다가
무슨 화가 그리 났는지 벌겋게 달아오르는 정오
뿌리까지 타들어가다가
정분난 바람과 비가 되어
뒤엉켜 돌아다니더니
여린 꽃 상처 난 것도 모르네
어르고 달래는 것도 하루이틀
보따리 싸서 덕유평전으로 갔다
여름의 낮잠 같은 안개가
멀리 있는 사람 잊고
가슴에 있는 사람 잊고
낮잠 안에 든 것만 보라 한다
안갯속에 환한 미소
덕유의 기억이 되는 원추리
수천 년을 건너온 여름이
우울증 심한 여인 닮았더라도
한지 같은 안개에
원추리를 탁본하느라
가슴을 두드린다
20240723. 덕유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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