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을 벗어나
급하고 굽은 길을 벗어나
아침을 벗어나
아무리 낯선 곳이라도
허허로이 쉬어가고 싶을 때
나무, 나무를 만났다
나무와 나무의 풍경에 섞이지 못하고
홀로 길손을 잡는 나무여
눈발에 섞여 있는 내가
나무에게로 갔었다
사흘간만 꼬박 새며
달빛을 보고 싶기도 하고
명산으로 가는 바람을 만나면
여기 잠시 머물라 말하고 싶었다.
梁該憬
2012. 2. 4. 영월 산솔마을에서(단풍산 입구 )
우리가 만난 나무를
모두 셀 수 있으랴만
머물고 싶은 나무 아래는 몇 안 된다.
꼬박 새고 명산으로 갔었고
휘청거리도록 날카로운 바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든든한 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수없는 풍경 속의 나무들
그저 나무가 지나가고
무엇이 지나갔는지도 모르는 게 또 나무였지만
홀로 있어서 더 아름다운가
천천히 다가서 바라보다가
부실부실 오는 눈발에 섞여 있는 내가
나무로 갔었다
잠시 나무가 될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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