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것이 좋다
내게 알지 못할 용기가 있었나,
암봉을 오르자는 약속을 하고도
미련한 의지는
얼마나 힘들 지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는다
공룡이 일어서는 것처럼
허리를 일으키는 무수한 바위들
각이 진 모서리를
감각적으로 디디며
아득히 먼 하늘을 향한 걸음
기복이 심한 바위 품에
따로따로 살아가는
키 작은 소나무들
한결같이 당차게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잘 훈련된 발끝의 감각일까?
절벽을 잡고 살아가는
소나무와 같이
사람들의 각을 잡고
한 줌도 될 것 같지 않은 정으로
내 안에 품노라
삐죽 나온 너의 마음을
좋아했던 것처럼
둥글지 못한 나를
탓하지 말아 주시게
바람 같은 것은 막아주지 못했더라도
둥근 바위는
소나무를 키우지 못하는 법
마르고 딱딱할 바에는
모난 것이 좋다.
2006.11.12 북한산 칼바위 노적봉 만경대를 오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