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9.토.많은 비
아침 일찍 나섰다
많은 차
많은 비
길은 멀어도 끝없는 수다
여인들만의 여행은 허리끈을 풀고 먹는 밥처럼
참 편안하고 맛있고 즐겁다.
쉰이 넘은 나이는
낯섬도 없고
누구와도 말이 통하는 그런 나이인 것 같다.
잘 아는 그녀와
그저 조금 아는 그녀와
처음인 그녀...
섞어 놓으니 비빔밥처럼 마음에다 마구 퍼넣기 시작했다
단 몇분만에 익숙한 사람 그녀들과
먼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금산 아이씨에서 내려
붉은 단풍이 곱게 내려앉은 용담댐 옆길을 따라
빗속의 드라이브를 했다
그녀 옆에 앉아서 편안하게
수채화 같은 풍경을 감상했다.
수몰이 되어서 아릿한 그녀의 마을
그마을의 추억을 연신 쏟아내고 있었지만
늦가을이 풍덩 담긴...그래서 진하게 발효하고 있는 용담댐을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하고
마이산에 당도 했다
오래전 가족과 함께 왔었던 이곳 마이산
그때는 맑았었는데
이번에는 많은 비가 내려
잿빛의 봉우리를 몇번 올려다보고
식사를 하기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가을비...
자박자박 내리는 길을 따라
그녀의 벗이 되어 천천히 지방도를 따라 달렸다.
전나무길..
전나무 잎같은 비가 전나무 길을 따라 내렸다
저길을 따라 천천히 달려가노라면
누구라도 내 고향같은 길이 되어 반길 것이다.
그녀네 집
남편을 아직도 오빠(?)부르는 그녀네 집은 국화꽃이 가득하다
불쑥 찾아든 객을 위해
국화꽃처럼 따듯해 보이는 등불을 밝힌 그녀의 오빠(?)
여기 시골집에 오늘 하루를 묵기로 했다.
가을비 속에서도 해맑게 웃는 국화향기와
우리는 밤새도록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녀네 집 뒤뜰에는
별을 보는 자리도 있고
그녀를 위한 마리아도 있었다.
서울에서 손님이 온다는 전갈을 받고
온돌방에 불을 지피고
방을 말끔하제 정돈하여
손님 맞이할 채비를 하고 기다렸다.
얼마만에 구들장에 누워
궁둥이와 허리를 지져보는지..
저 황토방을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것 같은데...
염치불구하고 가장 뜨끈한 아랫목에 앉아 자리를 내어주질 않았다.
촛불 밝히는 밤
얼마만인가
바쁘게 살아가느라
촛불 밝히는 밤을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군불지핀 황토방에
아늑한 촛불을 밝히니
고향집 아랫목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막걸리 꽃잎 띄우고
가을보다 더 깊이 마음이 익어갔다.
저 술한잔 때문에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행운도 얻었다.
배추전..
어느 곳에서는 배차적이라고 하지
달작지근한 이 배차적의 맛을 아는지..
동동주에 이 배차작 주욱 찢어서 입에 넣는 맛
산해진미보다 이 맛이 더 좋을때가 있다.
그녀의 오빠(?)가 저 맛을 알기 위해서 삼년이 걸렸다는데...
그래서 우리를 위한 특식으로 준비해주셨다.
참 감사하지요.
주인장의 이미지 같기도 하고..
비와 술과 사람과 가을은 밤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었다.
좀 재미있는것 같으면서도
생각이 깊은 주전자....
술은
재미와 생각을 더하여 마시라?
밤은 지고
날이 밝았다
국화꽃이 빠져드는 작은 연못속에도 날은 밝았다
가장 따듯한 밤을 보낸 우리들은
주인장의 마음을 가득 안은채 적상산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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