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의 시간
물이 빠진 갯벌을 걸었다
물이 빠진 갯벌은 바다일까
육지일까
드넓은 땅, 바닷물에 잠겨 있던 바위까지 걸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굴에서 바다향기가 나는 걸 보니
바다인 것도 같고
내 맘대로 걸어도 되는 걸 보니
육지인 것도 같다
몇 시간째 밀려나 간 바닷물은 돌아올 줄 몰랐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도
그날 누에섬은
섬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육지였다.
너의 마음, 어느 곳이나
마음대로 걷고 있을 때
너는 이제 섬이 아니다
파도는 부서져 모래 밑에 잠들고
바다는 숨을 멈추고 고요한 땅
외롭지 않아서 좋다
섬 없는 세상에 놓인 것 같아서.
梁該憬
2014.3.8. 대부도 누에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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