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다가
산을 좋아하다가
요즘은 길에 빠져 지낸다
길과 숲과 물과 그리고 사람이 어우려져있는 풍경을 그리며
주말만 되면 가슴이 설렌다
올들어 트랙킹을 주관하면서 새로이 만난 벗들과
하염없이 걸어가는 길 여행...
먼훗날 잊혀지지않는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라면서.
몇주째 장거리 트랙킹으로 피곤도 하련만
주말만 되면 기운이 저절로 생긴다.
합천 소리길은
가야산과 매화산을 오가면서
함천해인사 앞을 흐르는 홍류동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걸어가고 싶었었다.
오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 했을까
걸어보지 않고는 이 느낌을 전달하기 힘들다
과제물이 많아서 밤을 꼬박 세우고도
이길을 가볍게 걸을수 있었다면 얼마나 청량한 느낌의 길인지 짐작이 되리라.
2014.6.21.토요일.흐림 그리고 약간의 비
소리길은 축전주차장에서 7km걸어가면 합천 해인사에 마무리를 짓는다
경남 합천군 가야면 야천리 896
축전 제4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주차장앞 작은 다리를 건너면 소리길은 시작된다.
해인사에서 축전주차장까지는 대략40분마다 운행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되고
해인사에서 축전주차장까지 교통비는 1300원이다.
이 일주문을 통과하면 소리길은 시작된다
어릴적에 보아왔던 시골마을
작은 냇물이 흐르고
흙길과 짙어가는 초록 잡초들
드문드문 소리길을 걷는 사람들....
시골이라는 이름만으로
마음이 열리고 편안한 곳이다.
거하지 않게 작은 이정표들...
말해주지 않았으면 호도나무인걸 모를뻔 했다
어느새 꽤많이 영글어 있다
우리 시골에서는 "추자나무"라고도 했다.
뜨거운 여름을 향하여
사루비아꽃은 점점 붉어지고 있다
붉음을 벗어나고 싶어 흐리게 찍었다.
계절을 잊고 드문드문 피어있는 코스모스...
어릴적 길가에 피어있던 가냘픈 코스모스가 생각난다.
보라색 도라지꽃
백도라지꽃은 아직 피지 않았고...
홍류동계곡은 산수국이 유난히 많다
은근히 화려한 산수국..
소릿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축화천
이 계속을 따라 오르다보면 꽃잎을 만나려나...
혹여 물길을 따라 흘러내리는 그대 마음이라도 만나려나.
개망초꽃도 가득가득 피어있으니 참 이쁘다
사람도 어울려 있을때 더 아름다운 법..
개울 건너 작은마을
아무것도 아닌 꽃
아무것도 아닌 마을
아무것도 아닌 길 같지만
살던곳을 수십리 떨어져 나와
마음대로 걸어가는 마음....
이세상 어느것이 아름답지 않으리오..
나는 항상 걸어가고
저 꽃 항상 저기에 피었어도
항상 아는 꽃인것처럼...웃으며 지나간다.
모내기를 하였고
논에 물이 가득하고
이보다 더 풍요한 풍경이 있을까.
막걸리 한잔, 부추전 한 접시...그렇게 먹으며 쉬어가면 좋으련만
늦게 출발한 관계로 생략하고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숲 길이다
둘이 손잡고 걸으면 딱 좋은 폭에
둘이 무슨 말을 하여도 뒤에 오는 사람에게는
물소리에 가려 들리지 않을 것 같은 길
둘만 아는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한굽이 돌아설때마다
또 소나무
또 물소리
또 바람소리...
깊지 않을 것 같은데
물은 푸르다
푸은 잎을 닮아서 푸르른지...
칠성대라고 부르는 곳
발그림이 그려진 곳에서 앞을 보면
오른쪽 그림 와불이 보인다
어디에 서있느냐에 따라
새로운 세상이 보인냐 안보이냐....이다.
저기 바닥에 박혀있는 돌에는 저마다 작을 글씨가 새겨져 있다
무심코 가는이는 지나칠 것이고
세세하게 살피며 걷는 자에게는 눈에 띌 것이다.
어디에 다녀왔고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생각했느냐는
어떤 걸음으로 어느곳을 살피며 걸었느냐는 차이이다
그리하여
내말이 맞다 아니다는...중요한게 아니다.
이말이 왜 그렇게 맘에 들던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믿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어떤 것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던 보고나서 믿는 것은 쉬운 일인 것 같다.
소리길 끝머리는 해인사이다
그래서 불교를 상징하는 와불도 있었고
연꽃과 연꽃문양 돌다리...
이렇게 걷다보면
부처의 세상으로 들어가리라.
깊은듯한 물줄기
그러나 어느 한곳은 얕고
곁에서 흐르는가 하면
어느새 바위뒤로 숨고
세상에 내손에 드는 것은 없다
그저 잠시 내안에 들었다가
소리없이 숨어버리는 것
수심이 깊어보이는 저 물속에서도
돌은 돌인체로...
그림자는 그림자인체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물 줄기가 숨고 다시 길
길엔 어김없이 소나무가 인사를 한다
정들어버린 소나무...
사람의 마음보다 소나무 모양새를 더 살피기 시작했다.
어떤 바위는 기암괴석이 되어 절벽에서 나를 부르고
저 바위는 사람처럼 누워 있다
한올 한올 떨어져 내린 묵은 솔잎이 쌓여 간다
언젠가는 저 누워있는 바위가 있었다는 것을 모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든 바위든
세월속에 잊혀져가는 것 같다.
이 교량을 건너면 이제 해인사 입구가 시작된다
소리길 반쯤은 온것 같다.
곳곳에 짙고 푸른 물이 흐르는 계곡
그래서 여름철 이 계곡을 걷기는 참 시원하다.
'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 입구다.
여기에서 입장료 3000원씩을 내야 통과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홍류문까지 오면 절반쯤 걸었다는 생각이 들고
잠시 쉼터에서 쉬어가면 좋은 곳이다.
화장실에서도 카메라 셔터는 쉬지 않았다
문에 붙어 있는 가야산 깃대종 이야기..
가야산 깃대종은
가야산은분취와 삵이다.
홍류동 계곡을 가로지는 농산교
저 다리위에서 계곡의 시원한 바람을 한동안 느껴보시라.
이농산교를 지나면 농산정이 나온다
농산정은
신라말의 학자이며 문장가인 최치원(857∼?)이 지은 정자로,
은거 생활을 하던 당시에 글을 읽거나 바둑을 두며 휴식처로 삼았던 곳이다.
최치원은 신라의 유교학자들 중에서 대표적인 인물이다.
홍류동 물소리와 소나무 자태와
편안한 길에 취해
최치원의 발자취에 대해 음미하지 못하였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최치원의 흔적까지 살피며 걸어야겠다.
잠시 쉬는 틈을 타...
어느 길손이 저렇게 탑을 만들었으리라
사람들은 쌓는 것을 참 좋아한다.
지식을 쌓고
금전을 쌓고
생각을 쌓고
인연을 쌓고....
그러다 강가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돌까지 쌓고 싶은 욕망...
가야산 홍류동 계곡은 울창한 소나무림이 발달되어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서 1960년대까지 송진은 의약품, 화확약품등의원료로 이용되었으며
속껍질은 어려운 시절 끼니를 이어주던 구황식품 중 하나였다.
이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보호 되고 있으나, 송진 채취과정에서
생겨난 빗살무늬 상처는 치유되지않는 상처로 남아있다.
홍류동 계곡은 멋과 풍류와 여유가 있는 길이다.
이렇게 곳곳이 명소를 빛내는 한시가 있어서
잠시 눈과 발걸음을 쉬게 한다.
적멸보궁(寂滅寶宮)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을 말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으므로 불단(수미단)은 있지만 불상이나 후불탱화를 모시지 않은 것이 특징이고,
다만 이 법당의 바깥이나 뒤쪽에는 사리탑을 봉안했거나 계단(戒壇)을 설치한 경우가 많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적멸보궁 길상암이 있다
오르기는 힘들지만 길상사에 앉아
길상사 아래로 흐는 홍류동 계곡과
높은 하늘로 오르는 길상암 앞산자락을 감상할 필요가 있다.
녹음 위에 올라앉은 듯한 범종각
저 범종각이 울릴때 그 떨림으로 인하여
저 풀잎들이 풀피리를 불것 같다..
길상암 범종각
저 산 봉우리에서 비가 넘어고 오고 있나보다
뿌옇다
골이 깊은 것이 보인다
소나무의 깊이도 보인다.
수많은 세월동안 이곳에서 범종각의 소리를 들었겠다.
길상암은 해인사의 말사로
해인사 동구에서 한 1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으며,
백화담을 위시하여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이름나다.
1972년에 영암 대종사께서 창건한 이 암자에는 부처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다
길상사 대웅전 내부
해인사 길상암 '나한전'
길상암에 올라 갔으나 적멸보궁은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된 것은 적멸보궁은 길상암에서 600m정도의 산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길상암 적멸보궁에는
석가모니 진신사리와 세분의 등신불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등신불은 열반에 드신 큰 스님께서 6년이 지난 후에도 썩지않고, 생전 모습 그대로 계시자
스님 몸체에 금을 입히고 모신 부처님을 말한다.
길상암의 영암스님께서 스리랑카, 몽골,미얀마에 계신 등신불을 모셔와 길상암 적멸보궁에
봉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길상암 입구의 미륵불,약사여래불, 불광보탑
보리수나무 사이로 보이는 불탑..
여기에서 1km만 가면 소리길은 끝이 나고
해인사로 들어서게 된다.
길에 있는 나무를 베어버리지 않고
그대로 살려두었다.
머리를 낮추라는 말보다..
'하심' 왠지 더 깊고 심오한 느낌이 든다.
아직 장마가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풍부한 '낙화담'
7km를 걸어서 소리길은 끝이 났다
한동안 홍류동 물소리가 귓가에 맴돌것이다
꽃은 언제 피고지는지도 모르겠고
나는 언제 여기를 왔었는지 꿈결같다
물흐르듯 소리길을 걸었으나
나는 또 언제 여기를 흘러갈수 있을지..
다음에는 물과같이 위에서 아래로 걸어보고 싶다.
거슬러 오르는 것보다
자연의 흐름대로 걸어가는 것이
좀더 마음의 여유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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