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걸어서
오지의 땅에
이름 없는 내가 길을 걷는다
물길을 따라 한줄기 길
이정표가 없어도 이 길만 무심히 걸어가면 되리
칡꽃은 칠월을 감아 오르고
오지의 물길은 정오의 햇빛에 걸려 자맥질이다
애써 들꽃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오지의 땅에서 알아서 무엇하리
걷기 위해서 왔다면
그냥 걸으라
어쩌다 만난 삶에 이정표를 세우지 말라
길 끝에서도 길은 삼천리
오지의 숲 속에서
천 년을 흘러 온 비경을 찾지 말라
그것은 게으름을 구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을 구하지 말라
그것은 의지를 위한 핑계가 될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걸으면 되는 것
걷기 위해서 걷는 것
제대로 걷는다는 것은
이름 없는 사람을 위한 최적의 기회이다.
梁該憬
2014.7.28.화천 비수구미의 외줄기 길을 걷다
비수구미로 가는 길에 잠시 파로호 선착장에서
언젠가 저 물 건너 은빛 파로호길을 걸어가야지..
비수구미 트랙킹은 해산령에서 시작한다.
손가락이 가르키는 쪽으로 가면 되는데 왼쪽 방향으로 걸어간다.
댐의 중요지역 상부라서 그런지 철문이 있다
아니면 계곡의 물이라도 범람하면 금지를 하기 위함인가....
아무튼 철문이 열려있으니 다행이다.
칠월의 산길은
싸리꽃과 칡꽃이 지천이다.
이 오지의 땅에도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정표가 생긴 이상 이제는 오지가 아니겠지
많은 사람이 걸어가노라면....
저 작은 자갈이 얼마나 많이 발길에 채이고 채일까.
돌하나..꽃 한포기..모두 그자리에 피고 지고
그래서 이정표 없이 살아가는 그런 마을이 있었으면 좋겠다.
태풍이 지나갔었나보다
큰 나무가 길을 막고 있다.
이정표가 없던 시절에도 이길을 오고 갔었는데
이런것쯤이야...
이런 오지에 길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마음이 아무리 정글을 헤매이더라도
어디엔가 길은 있으리
마른장마
가문 여름
그래도 몇일전 내린 비에 수량이 많아졌다
뙤약볕에 이런 물줄기가 있어서
드문드문 오가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싸리꽃이 늘어진 칠월...
손때 묻지 않은 이런 세상이 참 좋다.
비수구미에는 4채의 가옥이 산다.
그중 산채나물비빔밥 집으로 유명한 집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길을 걷다가 뱃속이 출출할때
저집에 들어가 산나물 비빔밥 한 그릇 뚝딱 비운다면...참 좋겠다.
큰물이 불어도 겁나지 않게 큰 다리도 있고
나무계단도 깨끗하게 정리를 했고
낭떠러지 길은 이렇게 데크를 설치해두었다.
파로호 물줄기
마른장마때문에 수량이 그리 많지 않다.
처음 출발할때 비가 내려서 걱정했는데
걷는사이 하늘은 맑아져서...
흰구름이 둥실둥실이다.
여름날 덥다고 집에서 뒹굴 거리는 것보다
이렇게 심심산골의 길을 걷노라면
땀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모르겠다.
어쩌다 부는 바람과 길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
이런 청정한 산골을 걸어가는 것은
신의 도량과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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