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에
붉은 것만 좋은 것이 아니라
눈 오는 날이 좋은 것은 이유를 모르겠어요
발자국을 따라갈 그리운 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전화를 걸어 눈이 온다고 전해줄 사람도 없고요
푸르디푸른 것만 좋은 것이 아니라
눈 오는 날이 좋은 것은요
색깔의 경계가 없는 날
누구나 마음의 경계가 없는 날
옆에 가는 이의 팔짱을 낀다고 싫어할 사람이 없을 거고요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한다고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겠지요?
홀로 들떠서 웃는 것은 아니겠지요?
투명한 것만 좋은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하얀 것이 좋아요
눈빛으로 한없이 어루만지다
나뭇가지 위에 올려 놓고 오는 일
투명함보다는 더 좋은 것은 가벼움 때문일 거에요
누구를 좋아하는 일이 가벼움에서 시작하는 일이고요
만약 투명하였다면 깊이 때문에 뛰어들지 못할지도 모르지요
빛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무엇을 그려도 좋은 하얀것인지도 몰라요
마른 삭정이에 올라앉아도 저만큼 예쁜 것이
하얀 것 말고 또 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하얀시계에 내 마음을 얹어놓고 하얀사람을 만나는 일
홀로 오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오는 것이네요
梁該憬
2015.2.17. 선자령 눈길에서
언제 어디를 가면 풍경이 좋고
누구와 어디를 가면 더욱 어울리고...
그런 것은 난 모른다
무작정 떠나는 것을 좋아하고
왠만하면 계절을 따지지 않고
뜻하지 않는 계절에 생각도 못한 풍경에 취해서
영혼처럼 떠돌다 정신을 수습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가장 행복하다
그래서 혼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여정을 맘대로 변덕을 부릴수 있어서 좋다
원래는 강화도 교동도를 가려 했었다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신이 운명처럼 이끌었는지 모르겠지만
낯선 버스를 타고 선자령을 갔다
길은 새로 나있기 마련...
절반은 처음 가는 길
절반은 익숙한 길로 걸었다.
어떤 이에게는 익숙한 풍경이겠지만
난 무엇에 홀린것철머 황홀지경에 빠졌다가 돌아온 것이다.
아무때나 거기를 가면 어때?
여정을 바꾸면 어때?
이랬다 저랬다하면 어때?
약속 좀 어기면 어때?
바우길1구간;선자령 풍차길
선자령 (1157m)
계곡이 아름다워 선녀들이 아들을 데리고 와서 목욕을 하고 놀다 하늘로 올라간 데서 선자령이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
옛대관령휴게소
눈이 멈출것 같이 하늘이 점점 밝아 온다
인천 원인재역 6시 10분에 출발하여
9시쯤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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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길 1구간"이정표를 따라
선자령을 향하여 오른다면 초행길이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걸을수 있는 구간이다.
하늘이 맑다
설경과 푸른하늘...
겨울이 끝날 무렵의 가장 멋진 길이 될 조짐이 보인다.
화이트트리 군락을 만난듯하다.
초입부터 입이 찢어질듯 그림같은 풍경이다.
가늘고 긴 나무가지마다 눈이 건너가는 길이 되었고
우리는 좁은 길을 따라 눈을 밟으며 설국으로 들어간다.
초입에서 왼쪽으로 가면 양떼목장입구
오른쪽으로 바우길을 따라 오르면 양떼목장의 뒷편 길에서
철조망 사이로 그림 같은 양떼목장의 설경을 바라볼 수 있다.
양떼들든 겨울나기를 하고 있나보다
푸른초지 위에 눈발만이 노니고 있다.
언젠가 쉬었던 쉼터에도 행인은 없고
나무 아래 빈 의자가 눈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양떼목장의 설경에서 잠시 마음을 빼앗겼으나...
어찌 이것많으로 이길을 나섰으리니...
kt 송신탑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처음...
눈의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이자리에서 영원히 머물고도 싶고
또 다른 풍경을 찾아 가고도 싶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아름다운 산하.
양떼 목장길 옆을 따라 다신 천국행 기차가 출발~
우리말고..또 다른이가 지나갔었던 흔적의 깃발이 펄럭인다.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산죽이 많다.
반쯤 보이는 초록빛이 더욱 산뜻하다
마음까지 맑게하는 빛깔이다.
바우길은 파란 팻말을 걸어두었다
저 파란 팻말을 따라 걸어가면 누구나 갈 수 있다.
우거진 침엽수림에서
가장 순백한 눈과
푸른 하늘의 어울림을 만나는 순간....
저 북반구 끝의 어느 겨울나라에 온 느낌이 든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
겨울이 끝나지않고 여기에 머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는 조림한지 얼마안되는 침엽수림인가보다..
키 낮은 화이트트리
여기서 바우길2구간과 만나게 된다.
오른쪽으로 가면 바우길2구간중 국사성황당쪽으로 가는 길..
왼쪽으로 가면...우리가 가야할 바우길1구간
멀리 삼양목장이 자리하고 있는 매봉이 보이고...
침엽수림에서 설국을 만나는 것
아마 지상 최대의 운치가 아닐까 싶다.
황병산 매봉...백두대간길을 따라 우리나라 최대의 풍력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바람의 나라에
눈 손님이 점령하였다.
산행 시작무렵 맑았던 하늘은
또 한바탕 눈이 쏟이질 것 같다
하늘은 점점 뿌옇게....시야가 점접 좁아진다.
가까이서 겨우 풍력발전기를 찍었다.
흐려서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선자령이 보인다.
높은 곳으로 올라오니 키작은 나무들...
차량 진입을 막는 바리게이트를 넘어서...
임도를 따라 걷는 길
바우길은 힘들거나
급경사가 없어서 좋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걷다가
작은 계곡물길도 만나고...
또다시 목장길옆 임도를 따라 걸어서 가는 길...
왠만한 사람은 모두 걸을수 있는 길이다.
설경에 취해서 누구나 쉼없이 걷겠다
바람도 없고....
명절밑이라 사람도 없고
바람과 눈과 그리고 영하의 날씨
최적의 겨울을 지나고 있다.
설국행 열차를 타고가는 여행자
햐...드디어 선자령의 풍차가 보인다.
여기서 300미터만 오르면
오늘의 고지 선자령이다.
선자령은 1157미터이다.
바람의 방향을 볼 수있는 눈꽃
푸른 하늘을 좀 보여주지...12시쯤의 하늘은
한바탕 눈이 쏟아질 기세다.
여기서 삼양목장을 바라보는 풍경이 좋은데
그 기회를 놓쳤다
하늘은 늘 기회를 다 주지는 않는다
얼마나 또 와야 할까.
아쉬운 풍경을 두고 마지막 고비를 향하여 오른다.
순록의 뿔같은 겨울꽃
선자령에 오르니 온천지 눈꽃의 절정이다
이번 겨울 어느산을 가나
제대로 눈꽃을 볼 수 없었는데
겨울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나보다
무심코 오른 낯선 여행사의 산악회에서
뜻하지 않는 멋진 순록의 선자령을 보았다.
드디어...만쉐!!
대.한.민.국. 만.세!!!!
높아서 힘들어서 만세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던 풍경을 원없이 걸었을때
하늘을 향하여 만세를 부루고 싶은 것이다.
하늘은 늘 내게 이렇게 큰 기쁨을 주시니
하늘을 향하여 손을 뻗을수 밖에....
어디를 봐도...
겨울왕국이다
설국행 티켓 38000원짜리는
나를 vip 특급대우를 하고 있다.
넓은 선자령의 품에서
춤을 추어도 될 것 같고
고함을 질러도 될 것 같고
텅빈...이땅이 내것인양 반갑다.
여러번 온곳이라 정들어서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 어찌내려가나...
바람은 좋겠다
단숨에 오르고
또 오르고...
오를땐 좋은데
이제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할때는
언제나 가슴에서 울컥하는 기분이 든다.
절반을 꺾고 돌아선다느 것은
늘 가슴에 눈물이 일어난다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가야겠지?
이 풍차 아래가
꽃이 피고 여름이 올 무렵이면 드넓은 초지가 된다.
한바탕 뛰어도 좋은 넓은 초원...
다음에는 겨울말고...노랑민들레가 지천을이루고 철쭉이 필때쯤 와야겠다.
오래세월...이정표가 희끗하지만
난...이 이정표가 없어도 안다
누가 말해지주지 않아도 어느길로 가야하고...
어디로 가면 안봐도 무엇이 있는지 거의 안다.
바람이 쓸고 간 거리를
내마음이 쓸고 간다.
결국 눈이 오네
흐리다가...이젠 눈이 오네
눈속에 묻혀...내가 눈인듯 날아서 선자령을 걸어서 가네
순록의 계절에
무임승차하여 내맘대로 즐기다 간다
이 별에서 태어남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짧은 생인지
긴 생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살다가는 것이 세상이 준 가장 큰 행운이다.
저 돌
저 이정표
우두커니 두고...
바람의 길은 어디로 났는지 모르지만
난 길들여진데로 예전 눈에 익은 길을 따라 걷는다.
아무도 없다
무상으로 올라탄 신천지
짙은 농무때문에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마치 천국으로 들어가는 세상 같다
아무것도 없음이 이다지도 편할까
내 옆에 아무도 없음이 이렇게 행복할까
내 맘대로 마음을 얹어 놓고
일어섰다 앉았다 달렸다가 멈췄다가
변화무쌍한 마음의 키를 움직이고 있다
다시 뛰어서 선자령까지 달려가볼까?
그렇게 아쉬움이 컷던지
뒤돌아보길 몇 번...
눈이 많이 내린다
렌즈를 가리기 시작하여 사진찍기가 나쁘다.
저 소나무 더 크지도 않고 그대로..
옛벗이 기다리는 것처럼 반갑다
홀로 키가 큰 이나무도 반갑고
인적이 드문날 눈이 내리니 이내 길이 묻힌다.
풍력발전기의 바람을 타는 소리만 귓전을 지난다.
하산길의 겨울풍경도...여전히 설화만발
가장 많은 눈꽃 선물을 받은 이번 겨울의 2.17일
바람이 지나는 길에는
습관처럼 풀들이 누워서 산다
바람을 피하는 ...습관때문인가
하산길 역시 겨울이 영원할 것 같이 아름답다.
보통 하산길은 길면 지루하고 무릎에 무리가 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다르다
길어도 좋은 하신길이다
무릎이 아플만치 급경사도 없고
날만 저물지 않는 다면 마냥 걷고 싶은 길이다
거기에 함박눈까지 펑펑 쏟아지고 있으니...
설국행 기차를 탄 사람들
갈림길
오른쪽이나 왼쪽이나
결국 합류하는 길
가끔은 이정표에서 망설이지 말라
이길로 가나
저길로 가나
우린 같은 길에서 만나고
또 언제 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렌즈에 눈이 떨어져 흐리지만
이 어여쁜 설경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은 당연한 일
셧터를 누를때 그 쾌감을 아는자는 쉼없이 중독처럼 누르리라
눈 내리는데
이 높은 고지에서 바람이 없고 고요하다
이제 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아침에 왔던 옛대관령휴게소다
아주 많이 행복했고
흥분했었던 하루다
.
.
.
눈뿐인 세상에서
아주 긴시간 동안 설국행 열차를 탔다
봐도 봐도 똑같은 세상이지만
이 질리지 않고 환장할 것 같은 기쁨이 용솟음치는 것은
자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길에 미쳐있지 않고는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 미칠수 있는 용기가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이 되었다
보석을 얻는 것보다 더 행복한 길
이 뿌듯함 때문에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단잠을 즐겼다.
온 심장을 다 내놓고 흥분했었던 길이
약간은 피곤했었나보다.
눈을뜨니 어느새 군자 톨게이트....!!
내 심장을 훔쳐간 설국은 바람결에 잠들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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