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 앉아서
오랫동안 베란다에 화초를 키웠었다
옹기종기 작은 그릇에 들어앉아
철마다 꽃을 피우게 했다
베란다는 자꾸 비좁아지기 시작했다
300원짜리 꽃이
강산을 두 번 넘기는 동안
서서 눈빛을 마주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하늘에 닿을 듯한 산에 오르고부터
천상의 화원이 펼쳐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베란다의 꽃은 더는 식구 수를 늘리지 않았다
빈 화분이 생겼는데 이사 올 꽃이 없을 것 같다.
梁該憬
2015.7.11.토. 덕유산 원추리 꽃밭에서.
덕유산 향적봉(1614m)
인천 원인재 6시 10분출발
무주리조트-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봉-송계삼거리-횡경재-지봉-월음령-삼공매표소
2015. 7.11. 10시 ~오후 5시
오전 맑음, 오후 소나기
무주리조트에서 설천봉까지 곤돌라 이용(탑승료 7000원)
그야말로 가만히 있어도 덥다는 한여름 산행
산을 오르기 위해서 흘리는 땀은 옷을 적실 정도인데
다행이다
곤돌라를 이용하여 설천봉을 오르고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0.6km이다.
무주리조트 스키슬로프에
시원한 초원이 펼쳐져 있다.
곤돌라를 타고 오르기 위해서 서 있다가
잠시 하늘을 보았는데
새벽에 인천에서 출발하기전에 보았던 새벽 일출과는 달리
하늘에 먹구름이 걸려 있다
곤돌라를 이용하여 설천봉에 이르면
"상제루"의 건물이 반긴다
기념품 파는 매점이라는데....저기에 들러서 물건을 사려고 했던 적이 없다.
다음에는 덕유산을 기념하는 뜻에서 작은 것 하나라도 사야겠다.
고목이 주는 풍경
고산지대에 왔음을 실감케 한다.
바람이 불거나
세상이 하얗거나
세상이 푸르거나
혀같은 이파리가 세상을 뒤덮어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저 곳에서 모질게 서 있다.
스키시즌이 아니다보니
쉬고 있는 스키리프트
스키리프트뿐만 아니라
잠자리도 쉬고 있는 설천봉.
설천봉에서 향적봉에 오르는 중간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안성면
덕산제 저수지가 보인다.
향적봉을 바라보며....
우리나라에서 5번째 높은 봉우리
높으면 뭘해
이곳에 올때는 늘 곤도라를 이용하기때문에
높다는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봉우리다.
덕유산 향적봉(1614m)
덕유산은 우리나라에서 4번째 높은 산
향적봉은 5번째 높은 봉우리
한라산(백록담), 지리산(천왕봉), 지리산(반야봉), 설악산(대청봉), 덕유산(향적봉)
향적봉에서 바라본 설천봉 상제루
향적봉에서 잠시 삼공리 방면 투구봉을 바라보고....
중봉에 이르기까지 고사목이 많다
길을 떠나 먼곳에서 낯익은 사람을 만난듯...
그 전 겨울에 만났던 그 나무들이 반갑게 만나고
만나도 또 만나도 반가운 나무, 낯익은 사람처럼 좋은 나무다.
제법 수령이 되어보이는 나무가
돌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땅속깊이 뿌리를 내리지 않았는데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바위를 꼭 붙들고 살아가고 있다.
태백산에 오르거나
소백산에 오르거나...
설악에 오르거나..
높디 높은 고산에 오르면
설령 꽃이 피지 않았다 하더라도
눈이 오지 않았다하더라도
고목의 풍경때문에 높은산의 매력에 빠진다.
오늘 산행 제목이 "덕유산 원추리 산행"이다
발등에 올라앉거나
무릎을 툭툭치는 원추리 꽃
지금부터 "천상의 화원"으로 들어가 볼까요
중봉가까이 이르자
범꼬리가 많다
원추리보다 더 많은 범꼬리
근데 산짐승 범의 꼬리도 정말 저렇게 생겼을까요?
꽃이름에 동물의 이름을 인용한 것이 많다.
이리저리 줌을 당겨 셔터를 열심히 눌러본다
셔터를 누르는 쾌감
끝없이 다가오는 들꽃
떠나고 싶지 않은 꽃의 풍경에 빠져든다.
여름내내 아무래도 꽃밭에 들게 생겼다
이 환장할 것 같은 풍경
길을 재촉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풀내음이 올라은 산마루에서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내 영혼을 방류하고 싶다.
이쁘지요
참 이쁘지요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이 꽃들의 잔치에 대해 함께 기뻐하고 싶은 마음
범꼬리의 축제에 초대된 것이
길이길이 잊지 못할 추억이다.
끝없이 피고 질것 같은 꽃
그리 화려하지 않아도 사람을 마음을 훔치는 마력이 있다.
중봉을 내려오며 들꽃과 산의 조화에 다시 한번 뒤돌아 본다.
덕유산 중봉 일대에는
이렇게 발걸음 옮기 싫을 정도로 들꽃이 가득하다
덕유를 찾은 이유는
숨겨진 속내가 없다
산능선이 훤히 보이고
길이 다 보이고
마음 놓고 달려도 좋을 그런 길
마치 마음놓고 투정을 부려도 좋은 엄마의 품 같은 길
저렇게 훤히 보이는 곳에
내가 그리는 사람이 서있다면 꽃 한줌 꺾어들고 달려가고 싶은데....
중봉을 내려 갑니다
산을 타고 오르는 바람을 타고 펄럭거리는 길을
기분좋게 사뿐이 밟으며 걸어갑니다.
탐방로를 벗어나지 않게 줄을 설치해두었다.
저 넘어서...마구 들어가고 싶지만
허락한 길만으로도 감사히 걸어갔다.
무슨꽃일까요?
나리꽃이 지나가고 범꼬리가 이어서..
그리고 싸리꽃이 반겨준다.
꽃에 빠져서 정신을 놓은 사이
일행은 뒤도 안돌아보고 멀리 달아났다
차라리 혼자 올걸....
일행을 찾아 바쁜걸음을 옮겨 본다.
바람이 넘나드는 곳에 앉아
맛있는 해물라면을 먹었지요
바삐 가다가 꼬리풀꽃에 반해
또 멈추고...
산에 오면 눈과 마음을 잡아끄는 것이 왜 이렇게 많은지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마음을 주고 살아야 하는데
바삐살다보니 남을 돌아보지 못한다.
여기는 횡경재
특별한 풍경이 있어서가 아니라
혹여 다음에 자료가 필요할까 싶어서 안내판을 찍어둔다.
아련한 산줄기들에게 잠시 눈을 돌려본다.
산넘어 산, 또 그산 넘어서 산
산이거나 바다거나....
길에만 나서면 이렇게도 자유로울수가..
저렇게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나뭇가지가 좋고
폭신폭신한 길이 좋고
산골짜기를 따라 치고 오르는 바람이라도 만나면
눈을 감고 바람의 느낌에 촉수를 세워보기도 한다.
저만큼 잘 자랐는데 저 소나무 살아있지 못하네
키 작은 잡목들 숲에서 외로웠을까.
지봉(1343m)
지봉 표지석이 참 앙증맞다
달랑 들면 들어질 것도 같다
신풍령 6.5km전
여기가 월음령이다.
비가 올듯하다
원 목적지는 신풍령인데
월음령에서 하산을 한다.
지금까지는 참 좋았는데.....ㅠㅠ
월음령의 원래 이름은 달음재이다.
이리저리 뜻을 찾아보니 설명이 없다
월....달....
음은 소리음(音)? 그늘음(陰)?
달이 고개를 넘는 소리?
달의 그림자?
의미를 그냥 해석해보았다.
출발시 올려다 보았던 향적봉의 먹구름이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렌즈에 비가 묻어서 사진찍기가 힘들어 진다.
이 고개에서 북쪽으로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구월담까지는 월음령 계곡이 이어진다.
그리고 남쪽으로 거창군 북상면 소정리 당산폭포를 지나 당산말까지도 역시 계곡이 이어진다.
월음령을 기점으로 북쪽은 금강 수계이고 남쪽은 낙동강 수계가 된다.
월음령에서 삼공리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계곡물을 타고 내려간다.
습지식물이 가득합니다.
비가 많이 쏟아져서 카메라는 배낭에 넣고
내육신은 빗속에 무방비 상태로 둔다.
여름인데 비좀 맞아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이날 참 고생이 많았다
짜증도 좀 났고
발바닥에 물집도 잡혔고....
길이 없어진 곳이 있어서 개울을 몇 번이나 건넜던지
미끄러워 몇번이나 넘어졌는데 엉디가 멀쩡한게 다행이다.
뜻하지 않은 험한 행로....
이것또한 삶의 어떤 교훈이 될지도 모르겠다.
삶
뜻하는 길로만 갈 수있을까
눈앞에 보이는 길에서 멀쩡히 잘 걸어갈 수있을까
시작이 있으면 언제나 끝이 있고
그 끝에서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마음으로
다시 길을 찾아 떠난다
무주구천동 수호비
거세게 쏟아진 비때문에 수량이 많아진 개울
삼공리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길 바라본 개울에는 폭포처럼 물줄기가 셉니다.
휴~다 내려왔다.
계곡을 어찌어찌 다 내려왔다 싶은데
아스팔트길....생각보다 길다.
삔다리 때문에 완만한 능선 산행이다 싶어 따라나섰는데
뜻하지 않는 소나기라는 복병을 만났다.
월음령에서 내려오는 길은 많이 험한편
순간 일행을 잃으면 고생이 되겠다는 불안이 밀려오면서
정신없이 일행을 따라 하산을 했다
발이 아프다는 것도 잊고
물집이 잡혔다는 것도 모르고.....
집에 돌아와 발을 보니
내가 참 미쳤다 싶다.
정말 내가 산을 좋아하는 것이 맞을까
왜 내가 길을 떠나는 것인지
갑자기 내가 누구이며 무슨생각에 살아가는지 낯설기 시작했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고단함도, 아픔도, 자각할 수 있는 것
정말로 힘들고 바쁠때엔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힘들고 아픈것을 느낀다는 것은
그래도 살만하고 여유롭다는 뜻이 되기도 하다.
2015.7.11. 토
덕유산 들꽃
노루오줌
개시호
긴산꼬리풀
까치수영
꿀풀
산꿩의다리
꿩의다리
원추리
터리풀
터리풀
동자꽃
며느리밥풀꽃
모싯대
모싯대
물레나물
미역줄나무꽃
범꼬리
일월비비추
속단
여로
여로
쥐손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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