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2015.4.19. 강화 고려산

kyeong~ 2015. 4. 21. 01:40

 

 

 

비의 단상

 

비가 온다는데

집을 나섰다

오다가 말겠지

 

비가 온다

진달래는 보고 가야지

오다가 말겠지

 

비가 온다

저 건너 진달래밭이다

오다가 말겠지

 

비가 온다

춥다. 옷이 젖는다

우경雨景의 진달래가 가엽다

가던 길이 이상해지는 순간이다

 

비가 온다

다음날까지 비가 온다

비를 뒤돌아본 적은 없지만

무채의 비가 진달래보다 짙다

색깔 없는 것에 마음을 평생 주고 산다

 

梁該憬

2015.4.20. 고려산 진달래를 보고 와서.

 

 

 

비가 온다

봄비를 맞으면 감기 든다고

가족들도 말렸다

친구도 말렸다..

 

길에 볼모로 잡힌 삶인지

오다가 말겠지....

봄비가 오면 얼마나 올려고

우연과 행운을 간직한채

무조건 길을 나섰다.

 

비를 만나

되돌아오는 그 순간까지도

행복해 하는 자만이

참다운 여행자이리라.

 

 

갈수록 점점 더 내리는 비

길건너 빗 속에서도

붉디 붉은 진달래밭을 바라보다가...

그냥 하산을 했다

그다지 진달래에 마음을 주지않았나보다.

 

 

그러나....

우경속에도 아련히 산그리메를 바라본다

마음은 수채의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짙어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아련해서 그리워하는 것이다

짙은 것은 색이 변하거나 퇴색할 수도 있는것

아련한 저곳에 마음의 붓질을 하는 순간....

어쩌면 천년동안 지워지지 않는 풍경이 될지도 모르겠다.

 

2015.4.19.일요일. 비

국화리 청령사입구-청령사-백련사갈림능선-진달래배경 사진판-헬기장(정상)-진달래능선-back-

헬기장-고비고개(중도 하산,비가 많이 옴)-혈구산, 안양대캠퍼스(포기)

8시.30분 출발-12시쯤 하산...

 

 

 

국화리에서 청년사로 가는 길

 인천 강화군 강화읍 국화리 598-3

 

10여분 걸어 오르니 청련사가 보인다.

 

청련사

고구려 장수왕 4년 천축스님이 고려산 꼭대기에 오련지(오색 연꽃이 피어있는 연못)을 발견하고
다섯송이의 연꽃을 날려 그 연꽃이 떨어진 곳마다 절을 세웠는데,

하얀 연꽃이 떨어진 곳에는백련사,

 파란 연꽃이 떨어진 곳에는 청련사,

 붉은 연꽃이 떨어진 곳에는 적석사,

노란 연꽃이떨어진 곳에는 황련사,

검은 연꽃이 떨어진 곳에는 흑련사라고 하였다.

 

사월초파일이 한달여 남았다

벚꽃과 연등의 어울림이다.

 

 

청련사도 고찰이라 노거수가 많다.

절집앞의 노거수는 언제나 나그네의 쉼터가 되곤 하는데

이번에는 쉬지 못하고 그냥 지나갔다.

 

 

청련사에서 백련사로 가는 길이다

 

중간 안부에서 왼쪽 목재데크길을 따라 오른다.

 

 

진달래소문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이 다닌 흔적이 보인다.

누구나 오르기 쉬운 완경사의 길이다.

 

 

진달래 능선을 향하는 길

진달래길이다.

 

 

진달래 풍경사진 판을 지나

아스팔트길을 걸어 오르니

왼편 산전체가 붉음이다.

 

 

 

 

군부대길....비는 점점 더 내리기 시작한다.

 

 

저건너 목재계단을 따라 진달래길을 걸어야 하는데

비때문인지 걷기가 싫다.

 

여기 헬기장에서 진달래밭을 가야 될까 말아야 될까

우산을 쓰고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

 

 

멀리 바라만 보다...

그냥 하산을 결정했다.

 

꽃이야 멀리서도 아름다운 것

가까이서는 더욱 아름답겠지만

비가 오는데

무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안전을 택했다.

 

 

낙조의 아름다움을 볼 수있는 적석사로 향해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비는 오는데....낙조는 꿈같은 이야기다.

 

 

빗속에도 색이 고운 진달래

비가 오거나 말거나..때는 잘 맞추어 온것 같다.

 

 

 

 

곱디고운 진잘래밭으도 좋지만

저기 보이는 혈구산 방향의 산그리메가 더 좋다.

 

 

 

가지는 않았지만

진달래밭을 줌으로 당겨서 찍었다.

 

 

점점 뿌옇게 ...

비는 점점 많이 내린다.

춥고, 떨린다.

 

 

 

우산속에서 바라보는 혈구산

 

큰 산을 오르는 것은

저 첩첩의 산그리메때문이다.

저 무채의 빛깔의 능선들이

사람의 마음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하산길에....

고비재로 가는 길...

고비재와 혈구산 사이의 국도로 하산할 예정이다.

 

비가...

안개가...

숲속 구석구석까지 스며든다.

하산하길 참 잘랬다

 

비오는 날의 송림

 

 

렌즈에 습기가 자꾸만 찬다.

수건으로 닦긴 하지만 또 젖고 젖는다.

 

산벚꽃도 흐리고...

 

고려산이 멀러진다..

흐리다.

 

 

안개와 산벚꽃과 산과....이또한 가슴에 남으리라.

 

 

고려산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차에 오른다.

 

 

 

 

 

(휴게소 풍경)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서

낙화한 꽃잎을 찍었다.

 

꽃신 신은 비의 발자욱인가.

 

 

민들레가 피었다.

올해 처음 인사하는 민들레...

 

 

휴게소 풍경

 

 

 

어느 선녀가 걸어갔을까

꽃길따라 걸어가는...그대....

누군가와 팔짱을 끼고 걷다가

저 길 끝에서 더치커피 한잔 마시고 싶다

짙은 향내가 나는 커피로.

 

 

 

 

 

휴게소 풍경이 좋았던 우요일의 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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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산행을 못했다기보다

비가와서 여유롭고...

낙화한 꽃잎의 풍경이 더욱 좋았던 날이다.

 

나는 오늘 바람의 딸이었었나

비의 딸이 었었나

비의 품에 들었으니

아마도 비를 품은 여자

마음 끝까지 젖어서

낙화한 꽃잎처럼 길에 누웠었는지도 모르겠다.

 

작은 디카의 세상은

날씨를 가리지 않는다

풍경을 가리지 않는다

자갈밭에 앉아서도  셔터의 똥침을 마구 누르고 싶은 시간

그래서 길에 볼모로 잡힌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2015.4.19.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