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그리운 사람 때문에(정선 백운산 하늘길)

kyeong~ 2015. 2. 8. 00:46

 

 

 

 

그리운 사람 때문에

 

 

하늘은 맑았지만

날씨가 추웠지요

눈이 겹겹이 쌓인 산이지만

길을 찾을 필요가 없었지요

남들이 무수히 낸 발자국을 따라

발만 옮겨 놓으면 되는 길이었지요

눈에 선한 길

오랜만에 그리운 이가 동행합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좋을 텐데

고요한 길을 걷고 있을 때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리움이 따라다닙니다 

 

한동안은 그리움 때문에

몸살이 날 것 같습니다

풍경에 기댄 눈이 녹을 즈음에야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은 일하느라 바쁘고

산을 오르느라 힘들어서

그리울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움을 아는 일이 참 서툴렀습니다

 

햇빛을 반사하는 눈 때문에

바람은 눈을 뜨지 못하고

산중까지 찾아온 그리움은

갈지자 길을 따라 비틀거리며 따라갔습니다

무색의 더듬이로 바람을 안고 사는 눈

까닭 없이 눈이 내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움을 아는 일이 서툰 사람에게는.

 

梁該憬

2015.2.8. 정선 백운산에서 (섣달 스무날, 어느 日에)

'poem-아직도 모르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에게 꽃은  (0) 2015.03.30
안갯속에서(남덕유산)  (0) 2015.02.15
설레며 산에 간다 (장수 장안산)  (0) 2015.01.11
새해 꿈(새해 만월산에서)  (0) 2015.01.01
붉은 것(내변산)  (0) 201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