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 때문에
하늘은 맑았지만
날씨가 추웠지요
눈이 겹겹이 쌓인 산이지만
길을 찾을 필요가 없었지요
남들이 무수히 낸 발자국을 따라
발만 옮겨 놓으면 되는 길이었지요
눈에 선한 길
오랜만에 그리운 이가 동행합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좋을 텐데
고요한 길을 걷고 있을 때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리움이 따라다닙니다
한동안은 그리움 때문에
몸살이 날 것 같습니다
풍경에 기댄 눈이 녹을 즈음에야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은 일하느라 바쁘고
산을 오르느라 힘들어서
그리울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움을 아는 일이 참 서툴렀습니다
햇빛을 반사하는 눈 때문에
바람은 눈을 뜨지 못하고
산중까지 찾아온 그리움은
갈지자 길을 따라 비틀거리며 따라갔습니다
무색의 더듬이로 바람을 안고 사는 눈
까닭 없이 눈이 내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움을 아는 일이 서툰 사람에게는.
梁該憬
2015.2.8. 정선 백운산에서 (섣달 스무날,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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