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안갯속에서(남덕유산)

kyeong~ 2015. 2. 15. 00:52

 

 

 

 

 

 

 

안갯속에서

 

높은 곳에서

먼 곳까지 이어지는 겹겹의 능선에 취하거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꽃을 보거나

기대를 하며 산에 오른다

겨울 칼바람보다 더 센 힘으로 올라

발아래로 굽이치는 산하

가장 큰 우주를 만난 것같이 세상을 바라보리라.

 

덕유가 안갯속에 갇혔다

그뿐만 아니라 덕유를 오른 자도 갇혔다

덕유가 세상 속에 갇혀 지내고

세상이 안개에 갇혀 있고

애초부터 안개가 내 안에 들어있었는지도 모른다

 

고지의 덕유에 올라

세상 속으로 탈출하고자 했지만

안개는 집요하게 덕유를 감금하고

나는 안개를 방류하지 못한다

인간은 안개를 지니고 살기 때문인가

갈 길을 모르겠다

길은 산에 갇히고

산은 안개에 갇혀있고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안개 때문에.

 

梁該憬

2015.2.15. 남덕유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