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꽃은
꽃을 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퇴근길, 길에서 파는 꽃을 샀다
향이 진한 프리지어와 색이 붉은 장미
그중에 장미를 샀다
아직도 나는 장미를 부러워한다
아무것도 아닌 여자가
꽃을 사는 날은
책 한 권을 읽은 것보다 더 풍요롭다
여자가 장미를 사는 일은
살아서 꿈틀대는 것
늦은 밤, 장미 옆에서 커피를 마시는 순간
혼자서도 커피맛이 향기롭다.
내가 나에게 물었다
"왜 꽃을 사느냐고?"
"힘들 때 꽃을 산다"고 답을 했다
삶과 하루, 하루와 힘듦, 힘듦과 여자
그리고 삶과 여자
삶과 여자를 이어주는 것을 찾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
길에서 흔히 보는 꽃 몇송이에
모든 것을 녹이는 것이 여자다
붉음에는 더욱 쉽게 녹는 법
내일 아침은 입술까지도 장밋빛일지도 모르겠다.
梁該憬
2015.3.30. 길에서 꽃을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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