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어느 가을날
바람이 부는 날
문밖으로 나왔는데 어디로 가나
보슬비가 내린 새벽
부둣가에 왔는데 어디로 가나
어디라도 좋으니 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듯 보내는 염원
바람이 분다
냄새가 난다
바다를 닮은 바람의 냄새
바다의 깊이만큼
등이 휜 바다
그 바다를 건너 소야도에 왔다
어디를 보나 하늘
바다보다 하늘이 더 많은 소야도에서
하늘이 읽어주는 가을은 눈물겹고 아름답다
살다가 어느 가을날
하늘이 보여주는 풍경 속을 걸었다
내일도 소야도의 하늘을 걷고 있었으면.
梁該憬
2016.10.8. 소야도 떼뿌리 해수욕장에서
소야도
새곶섬, 蘇爺島
면적 3.04㎢, 해안선 길이 14.4㎞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소야리 섬이 새가 날아가는 모양처럼 생겨 ‘새곶섬’이라고 부르던 것을 한자화한 지명이라고 한다. 또 신라 무열왕 때 당나라 소정방(蘇定方)의 대군(大軍)이 이 섬에 들어와 나당연합군을 편성할 때 소야도라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소야도 북악산 기슭에는 당나라 군사의 진지였다고 전하는 ‘담안’이라는 사적이 남아 있다. 섬의 모양은 대체로 북서∼동남 방향으로 긴 섬이다. 북부의 산지(높이 106m)와 남부의 산지(높이 143m)가 연결되어 이루어져 있다. 섬 주변에는 간석지가 넓게 발달해 있으며, 동북 해안의 간석지 끝에는 암초열(巖礁列)이 형성되어 천연의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다. 암석해안과 사빈해안이 반복되어 나타나는데, 남쪽에 발달한 사빈은 떼뿌리해수욕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동쪽 끝은 소야반도라 부른다. 1월 평균기온은 -2.1℃, 8월 평균기온은 25.2℃, 연강수량은 1,234㎜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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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안여객 터미널에서 오전 8시 출발
소야도까지는 대략 1시간
소야도 선착장-국사봉-떼뿌리해수욕장-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소야도 선착장 도착
오후 1시50분 출발
어제 오후부터 내린비가 새벽까지 내렸다
가기로 했던 굴업도에 못갈것 같은 예감이 밀려온다
그래도...바람은 별로 없으니 어디든 갈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안고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은 섬으로 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굴업도행은 좌절이 되고
덕적도라도 가겠노라 배에 탔다
어젯밤에 내린 빗방울이 선체 유리창에 그대로 있다.
덕적도행 배표
우리가 탔던 배가 소야도를 거쳐 덕적도에 간다는 안내방송에
소야도로 행선지를 급변경하여 난생처음 소야도 땅을 밟았다.
낭만을 위한 소설같은 소야도 여행
아...정말이다
나처럼 소설같은 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구나
목적없이 들게 된 섬
그섬에 꿈을 꾸는 것처럼 걷게 되었다.
바다역
기차역
모두가 친근하다
시골에 온다는 것은 고향으로 가는 것처럼 편안한 마음이 된다.
그래서 요즘은 작은섬의 선착장에 '바다역'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우리를 소야도에 내려준 배는 바로 맞은 편 덕적도로 떠난다
덕적도와는 작은집 큰집처럼 붙어 있다
맞은 편 높은 봉우리가 덕적도 비조봉이다.
소야도 선착장의 모습
큰말 방향으로 큰 길을 따라 15분정도 걸어 가면 국사봉으로 가는 진입로가 있다.
찾는이가 그리 많지 않은듯
풀이 무성한 산길을 오른다.
국사봉로 가는 길
풀잎에 맺힌 빗물이 마르지 않은터라 신발 위에 빗물이 스친다.
우리만 걷는 길
조용해서 좋다
굴업도보다 조용하다
유명세를 타지 않아
허리끈 풀고 걷는 느낌이랄까
자유를 찾아 떠나온 무전여행자가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길이다
우리처럼 문득 찾아들지 않으면 그냥 덕적도에 머물뻔한 섬이다.
찔레열매인줄 알았더니 잎을 보니 아니다
아직 초록색이 가득해서 어디에서 가을을 볼까 했는데
열매는 이미 가을을 짙게 간직하고 있다.
동면에 들 씨앗
저 붉은 세상안에 꼭꼭 지키고 있을 것이다.
섬과 바다가 더불어 살고
나무와 덩굴식물이 어우러져 살고
내가 산이 더불어 살고...
함께하는 세상이다.
나루개 선착장에서 국사봉까지는 1시간
산이 140미터정도라 동네 언덕같은 높이다.
건너편 덕적도 비조봉
누군가 여기서 삶을 마감했을까
하얀 십자가
왜 있는 것일까
국사봉 정상은 헬기장이 있고
조망은 그리 시원하지는 않다
헬리포트에 가을색이 짙은 잡초가 무성하다
산이 낮아서
정상석을 꽂기에는 좀 그렇고
작은 안내판이 서있다
국사봉..
대체로 나라와 관련된 곳의 지명이다
나라를 위해 태평과 안전을 기원하는 제사라도 지내던 곳일까
국사봉에서 문득 하늘을 본다
아침에 굴업도로 가는 길을 막았던 하늘이
처연하게 푸르다
올들어 가장 푸른하늘을 보는 것 같다.
아침하늘과 몇시간후의 하늘이 다르듯이
지금 내가 보는 세상이 그것이 온전히 완성된것이 아니다
자주 하늘을 볼 일이다
하늘을 자주보노라면 생의 변화에 대해 적응을 빠를 것이다
오늘 하늘이 푸르다고 하여 소하도의 하늘이푸른 것은 아니듯이
다른 날 다른 풍경을 위하여 다시 또 찾아와야 할 섬...소야도!
이산은 칡넝쿨이 가득하다
먼산을 보고 잘못 걸으면 칡넝쿨에 걸려서 넘어질 것 같다.
여름에 왔으면 화려한 칡꽃이 방실방실 웃고 있었겠다.
꽃은 어디로 가고 무성한 잎만 가득하다.
국상봉을 내려서 떼뿌리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
이섬의 사람을 처음 만났다
오는 사람도 없고
이섬의 원주민도 안보이고
가을 풀섶의 그 흔한 메뚜기도 없고
내가 주인이 되어도 좋을 것 같은 섬
저앞에 흐릿하게 자월도가 보이고
앞에 보이는 작은 섬은 물푸렛섬
소야도 일주도로
국사봉에서 큰말 방향으로 내려서면 만나는 도로
소형마을버스가 섬주민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옆의 소박한 안내판
지명이 통일되지 못하고
부르는 사람의 마음대로 안내판을 쓴것 같다.
나루개, 나룻개
떼뿌리, 뗏뿌루
무슨 꽃일까
섬의 만난꽃
섬집에 사람은 없고 꽃만 덩그라니 이방인을 반긴다.
사람이 반겨도 좋고
삽살개가 반겨도 좋고
이름모를 꽃이 반겨도 좋고....
그들이 그냥 있어도
기분 좋은 나그네는 모두가 반기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것이 나그네의 인생이다.
섬공용 소화기가 있는 마을
벽화 앞의 드럼통을 치워주지
이쁘게 그려놓고 드럼통이 가리고 있다니
국화가 만발한 소야도 펜션
해바라기 같긴한데 매우 키가 작다
점점 파랗게 변하는 가을하늘과 해바라기
나팔꽃위에 비가 왔었다
비를 머금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나팔꽃
가을비를 맞고 하늘을 향해있는 나팔꽃이 쓸쓸하다
꽃이어도 계절을 잃으면 쓸쓸해보이는건 매한가지
때와 장소를 가려 행복을 찾을 일이다.
붉은 매밀밭
메밀과 하늘
봉평메밀밭은 아니어도
섬의 작은 밭에 메밀이 익어가고 있다
저거 터트려 얼굴에 분칠하고 싶은 날
국사봉의 칡넝쿨이 바다까지 밀려내려왔다
좀더 자라면 바닷속까지 기어가겠다.
해조류가 된 칡넝쿨을 보는 날이 있을까
세상 가리지 않고 먼곳을 향해 나아가는 칡넝쿨
닭의장풀 혹은 달개비
파도와 하늘과 바다와 푸른 달개비
가을바다와 사람들
살다가 어느 가을날
온다는 연락도 없이 찾아온 사람들
예고하고 사는 것도 아니요
목적대로 살아지는 것도 아니요
강요하지 않아도 수긍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어느곳이든 떠나면 그저 좋은 사람들
아무렇게 흩어져 있어도
풍경이 되는 섬의 모든 것들
솔잎과 조개와 모래가 뒤엉켜 풍경이 된다.
하늘이 읽어주는 가을
저 하늘때문에 소야도가 얼마나 좋았었는지
오랫만에 바다보다 더푸른 하늘
산보다 더 짙은 하늘
소야도보다 더 넓은 하늘속에 풍덩 빠진 하루다.
언제 흐렸냐는듯이 맑아지는 날씨
바다며 조개며 은빛으로 부서진다.
바다를 따라 밀려왔다 밀려가는 조개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처연하게 푸르다.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를 조개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를 사람들
어디에서 흘러왔는지도 모를 바닷물
그거 알아서 뭐해
푸른 하늘 아래서 아무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행복한데
굴의 나라
빈틈없이 가득한 굴
인구밀도 ...아니 굴의 밀도가 높은 나라
빼곡한 굴의 나라의 하늘도 푸르다
오늘은 어느나라를 가더라도 푸른하늘이다.
축복받은 세상이다.
가지는 못해도 지구본을 넘어가듯이 저쪽의 나라도 당겨서 찍어본다.
조개속의 세상속으로
한쌍의 조개무덤
바닷가 산책을 끝내고 뭍으로 오르니
이쁜 꽃으로 장식한 하트가.....
여기서는 누구라도 붙잡고 사랑을 아니할수가...
함께 있는 모든 이들을 사랑합니다.
이제 떼뿌리 해수욕장의 바다와 하늘을 두고 떠나야 할 시간
다시한번 바라보고
저 물빛과 하늘을 잊을수가 없어서 꼭 다시 올 것이라은 예감을 한다.
해당화 열매가 충실하게 익어가는 이 바닷가
어찌 잊을수가 있을까
저 열매가 몇번이나 붉었다 졌다 할지는 모르지만
다시 저 붉은 열매앞에서 하늘이 들여주는 가을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길섶에 서있는 이 열매....
아...모르는것 투성이다.
이섬을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이라도 하듯이 길가에 나와 있다.
가을 버들강아지
하늘이 들려주는 가을 이야기를 듣는 버들강아지
가을은, 맑은 하늘이 떠있는 가을은
저렇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싶은 하루지요
주인없는 폐가
저거 사서 섬집 하나 갖고 싶다.
이문을 나간 학생들은 지금쯤 어디로 갔을까
학생이 없는 폐교
여기를 떠난 학생은 아니더라도
학교교문만 봐도 기웃거리게 되는 우리들
학교문을 다시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슴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누리장나무 열매
오전에 선착장에 내려서 올랐던 국사봉 입구
떼뿌리 해수욕장에서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다보니 눈에 익은 곳이 보인다.
은빛비늘처럼 부서지는 오후 햇빛
한가한 어선
느릿느릿 걸으면서 섬의 모드것을 어루만지고 싶은 시간
걸으면서 보아도 좋은 섬
앉아서 보면 더 행복한 섬
하늘에서 보면 더 환상적인 섬
섬은 언제나 꿈같은 행복이 가진 곳이다
섬에 있는 한
추악한 것도
오염이 된것 도 볼 수 없다
지금처럼만 아름다운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섬이 외롭지 않게 함께 서있는 섬돌
섬을 한바뀌 도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니
섬옆에 섬도 보이고
섬을 지키는 붉은 등대보 보이고
살다보니 생각도 못했던 소야도를 걷는다.
아는 것이 다가 아니요
모르는 세상이 더 행복한 것 같은 ....하루다.
하늘때문에 미칠것 같이 행복했던 하루
반나절이라는 시간
하늘같은 넓은 마음이 된것같다
하늘만큼 넓은 마음을 가지고 배를 탄다
내일 아침도 저 하늘이 내게 주어졌으면 좋겠다.
아침에 타고 왔던 배를 타고 떠나간다
섬은 떠나기 위해 오는 곳 같다
섬에 오래 머물다가 뱃시간때문에 떠나야 하는 것 말고
진정 떠나고 싶을때까지 있어 봤음 좋겠다.
섬이 지겨워 뭍이 그리울 만큼 있어봤음 정말 좋겠다.
오후 3시 30분 다시 돌아온 인천
인천의 하늘도 다행히 푸르디 푸르다
누가 뭐래도 가을이다
가을이 점령한 이도시
그래 세상은 언제나 가을 하늘로 원점회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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