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島

2021.7.11.토. 통영 매물도

kyeong~ 2021. 8. 15. 15:42

인천에서 통영까지 멀고도 멀다

다녀온 적이 있으니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먼 곳일수록 체력이 될 때 다시한번 다녀와야지 싶어서  산우들과 먼길을 택했다

잠을 자는둥 마는 둥 컴컴한 새벽에 길을 나서야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마음은 즐겁고 또 즐겁다

대부분 소매물도 여행은 많이 하지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대매물도는 발길이 많지 않다

두 곳을 모두 다녀온 바로는 대매물도가 산 높이도 있고 트레킹 길이도 길고

소매물도와 홍도를 조망하는 풍경이 훨씬 좋아서 대매물도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편평한 평야가 없어서 거주하는 주민이 몇 안되지만 둘레길을 걷다가

바닷가에 주저 앉아 맥주 한 캔 마시며 배를 기다리는 낭만이 그럴싸해서

추억을 더듬어 다시 그 맛을 보러 떠난다

 

 

저구항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216-6 

행정구역상 통영이지만 거제도에서 더 가까워서 거제 저구항에서 배를 탄다

 

2021.7.11.일. 날씨 간간히 비 오다가 맑음. 몹시 더움

인천 5:30분 출발

거제도 저구항 10:40분 도착

저구항 출발 -매물도행 여객선 11시 출발

매물도 당금항 11:30 도착

 

트레킹 시간 4시간 소요/약 7km

트레킹코스 :당금선착장-발전소-당금 마을 섬 뒷길-폐교 -쉼터(파고라)-홍도 전망대-당금, 대항마을 갈림길-

어유도 전망대-장군봉-대항마을 둘레길 -등대섬 전망대-대항마을 선착장

 

대항마을 선착장 4시 출발 -거제 저구항 5시 도착

인천 9시 도착

 

 

인천에서 거제까지 멀고도 먼길이다

 

저구항에서 매물도행 여객선 출발시간이 11시인데 차가 밀리는 바람에 간신이 배 시간을 맞추었다

배표에 적힌 이름까지 틀리는 바람에  재발급 받느라 마음은 조급했지만 무사히 배를 타고 매물도로 향했다

 

 1~11까지 구석구석 모두 돌아보기로 하고 가장 긴 구간을 선택했다

매물도는 당금마을과 대항마을 2개의 마을이 있다

장군봉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200여 미터의 산이라서 힘들지는 않다

그렇지만 오늘 날씨가 삼복더위같은 날씨라 쉬엄쉬엄 걸어야 할 듯하다

당금 마을 선착장에서 출발해서 대항마을에서 트레킹을 끝내고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나올 예정이다

섬 둘레길 한 바퀴가 대략 7킬로미터

하루 트레킹 거리로는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는 딱 좋은 거리다

 

 

 

 

4번 코스

당금선착장-발전소-당금 마을 섬 뒷길-폐교 -쉼터(파고라)-홍도 전망대-당금, 대항마을 갈림길-어유도 전망대-장군봉-

대항마을 둘레길 -등대섬 전망대-대항마을 선착장

 

소매물도의 어머니 같은 섬 대매물도

따뜻한 어머니 상으로 반겨주는 당금 마을

잠시 이정표를 살펴보고 구석구석 모두 볼 수 있는 가장 긴 코스를 선택했다 

마을 뒤편 발전소 방향으로 서둘러 길을 올랐다

 

몇 년 전부터 외지인이 찾아들다 보니 마을을 단장한 벽화가 이쁘다 

 

대매물도는 마을길이 모두 가파르다

당금 마을은 그래도 좀 완만한 편이지만

대항마을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바위 투성이 해안을 가지고 있는 섬이다 보니 마을이 전부 절벽으로 오르는 것처럼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당금 마을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면 대항마을에서 끝나고

대항마을에서 시작하면 당금마을에서 끝이 난다

 

손바닥만한 밭 한떼기를 만났을 뿐 이 마을은 어업에 의지해서 살아가야 하는 마을이다

 

 

어디를 보아도 바다뿐인 매물도

바다가 잔잔하긴 하지만 날씨가 흐려서 바다가 하늘을 닮아서 잿빛이다

 

한산초등학교 매물도 분교가 있던 자리는 폐교가 되어 캠핑장으로 바뀌었고 오른쪽 흰 건물은 발전소 건물이다

당금 마을을 지나 발전소 쪽으로 걸어서  학교앞으로 난길을 걸었다

구불구불 섬의 모양대로 생긴 길을 따라 장군봉을 향해서 걷는다

 

 

잠시 소나기가 한바탕 지나갔다

숲길에서 비를 피하고 있을 때 우산 아래서 웃고 있는 들꽃 한송이를 담았다

걷는 중에도

잠시 머무는 중에도 보이는 것마다 풍경이고 그림이다

 

나와 함께 온 벗...

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는 중...

비 오는 날의 섬 여행... 운치 있어서 좋긴 한데 트레킹 하기에는 우산이 거추장스럽다

잠시 지나면 그치겠지...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려본다

 

방풍림 같은 대나무 숲길도 있어요

동백나무도 있고요..

 

대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해안가

비가 지나간 섬의 해안은 초록이 선명하게 다가선다

둥실둥실 구릉지를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더운 날씨에 쉽지는 않다

섬을 걷다 보니 습관처럼 돌아보는 풍경이 좋아서

조금 전에 지나간 시간을 담아 본다

 

돌아온 시간이 추억처럼 멀어져 가듯이

다시 비가 오려나 잿빛이 몰려온다

 

 

장군봉까지 절반도 못 왔다

여기까진 그럭저럭 힘들지 않게 왔는데 장군봉을 향한 오름길이 시작된다

잠시 쉬었다 오르막길을 힘차게 올라야 하는데

비가 온탓인지 후덥지근한 날씨가 복병이다

 

당금 마을 선착장도 보이고... 점점 멀어져 가는 것조차도

풍경이다

풍경 속에서도 풍경을 찾는다

 

대나무 숲을 치고 오르면 숨을 고르기 좋은 파고라 쉼터

거제도 망산이 보이고 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홍도와 대마도 방향이 된다

에휴... 하필 날씨가 흐려서

여기서 보이는 섬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무색하다

뒤쪽으로 흐리게 보이는 섬이 장군봉이다

 

 

매물도에 가득한 엉겅퀴 밭

 

오른쪽은 숲이 울창한데 왼쪽은 나무가 없다

그래서 바다내음이나 바닷소리를 제대로 느끼고 볼 수 있겠다

 

멍 때리고 바다를 볼 수 있는 쉼터(파고라)를 두고 다시 장군봉으로...

 

섬에 혹처럼 튀어나간 바위들

시간이 된다면 저 바위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고도 싶다

 

장군봉 가기 전 홍도 전망대

대마도와 홍도까지 보인다는 전망대인데

점점 짙어오는 해무 때문에 한 치 앞도 안 보일 지경이다

 

 

날씨가 심술이 났다

장군봉은 안개 뒤로 숨었다

가까이 있는 나리꽃을 보며 웃어야 할 판이다

제발 안개 좀 거두어 주길...

 

마지막 오름길 장군봉을 향하여~

 

섬 최고봉인 장군봉(210m) 정상은 이동통신 시설물로 복잡하다.

주변에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포진지로 구축한 동굴이 있다.

매물도 주민들은 장군봉의 형상이 말에서 잠시 내려 쉬고 있는 장군을 닮았다고 한다.

맑은 날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는 이곳은 여름 철새인 섬휘파람새의 터전이기도 하다.

 

섬의 모양이 말 꼬리를 닮아 ‘마미도’라 불리다가 매물도가 되었다고도 하고,

메밀이 많이 자라던 섬이어서 ‘메밀도’라 부르던 것이 매물도로 굳었다고도 한다

 정상에는 넓은 전망대 데크와

장군과 말 조형물이 있다

말 옆에 서있는 사람은 장군이 아니라 외계인 같은 느낌...

누군가의 손길이 많이 간 작품이겠지만

한국 역사 속에 나오는 장군이길 기대하는 마음이 든다

 

당금 마을에서 장군봉까지 약 3킬로...

하산길은 장군봉에서 대항마을까지 가는 등대섬 전망대 방향으로 내려간다

해무가 가득한 솔밭길을 따라 아쉬운 발길을 옮긴다

장군봉에서 다도해 섬을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인데

모든 아쉬움을 접고 하산길을 택한다

다시 이곳에 설 수 있으려나..

 

알프스의 초원지대를 걷는 것처럼..

 

오늘 이 섬을 찾은 사람들이 우리 팀뿐인 것 같다

조용한 섬..

안개도 조용조용

바람은 아예 어딘가에서 쉬고 있는지 고개를 내밀 생각을 않는다

비가 내린 탓에 풀잎이 스칠때마다 바지아래쪽이 축축히 젖는다

 

드디어 소매물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기 보이는 소매물도까지는 배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소매물도에서 바닷길이 열리면 등대섬까지 다녀오기도 한다

 

등대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우리나라 최고의 일몰이라고 한다

어느 날 이곳에 머문다면 등대섬 일몰을 꼭 보고 싶다

 

다시 고개를 돌려 등대섬과 소매물도를 다시한번 바라본다

바다는 숨을 멈춘 듯 고요하고 등대섬도 아무도 찾는 이가 없어 낮잠을 자는 것 같다

 

 

매물도에서 가장 으뜸인 풍경은 등대섬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일 것이다

하산길 일몰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해가 넘어가는 것도 모르고

그곳에서 카메라만 눌러델껏 같은 곳이다

일박할 것도 아니고 풍경 따라 바다 따라 대항마을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바다를 지키는 망부석

 

장군봉에서 대항마을로 가는 길은 내리막만 있어서인지 순탄한 길이다

소나기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에 가마니 같은 것을 깔아 두어서 먼지도 나지 않아서 좋다

길 중간에 샘터가 있어서 가뜩이나 더웠던 날...목을 축이기에 좋았다

 

지번은 남아 있지만 폐가가 몇 채 있다

토지도 없고 무작정 섬에서 살아가기란 참 힘들었겠지

그래서 마을을 지키러 오는 사람들이 없나 보다

 

뒷산 장군봉이 여전히 안개에 갇혀 있다

안개가 물러설 기미가 없다

마을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당금 마을에서 시작하여 대항마을까지는 약 6킬로

당금 마을까지 원점 회귀하면 약 7킬로...

우린 대항마을에서 배를 타기로 했다

 

 

번지 있는 폐가

 

2개의 부두를 가진 매물도

대항 선착장 당금선착장

같은 섬에 있는 두 개의 마을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 절벽길이라 2개의 항구를 지닐 수밖에 없다

 

대항마을의 이쁜 표지판

 

거제 쪽을 바라보고 있는 정자

배가 들어올 때까지 쉬어갈 수 있는 정자

 

대항마을 풍경

 

대항마을 둘레길 안내선

 

대항마을에서 길을 끝냈다

휴게소에 앉아서 바다를 보노라니 석장승처럼 서있는 바위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심심하지 않게 몇 개의 돌기둥이 함께 서있는 모습이 아련하다 

섬에서 섬밖을 본다

 

석장승 뒤로 보이는 곳이 거제도 같기도 하고...

 

4시경 배가 들어올 시간 대항 선착장으로 내려섰다

 

갈매기도 배를 기다리나....

 

오후 4:25분 배를 타고....

집에 간다

대항마을을 떠나...

아직도 장군봉은 안개성에 갇혀있다

 

아침에 내렸던 당금 마을에 잠시 들리고...

 

 

 

당금마을 선착장

 

매물도와 거제도 저구항을 오고 가는 배는 해상 유람선처럼

이층 갑판이 툭 터져 있어서 바다를 통채로 느끼며 오고 갈 수 있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매물도

안갯속의 장군봉은 저만치 멀어져 간다

 

굿바이 매물도 씨유 어게인

매물도 등대

 

 

다도해상의 섬과 섬 사이

바다에 있어도 섬과 섬 사이를 맴돌다 온다

섬과 나

나와 섬...

 

30분을 달려서 저구항 도착

 

저구항 앞에 조성된 수국 밭

잠시 시간을 얻어 수국 밭을 남겨보고...

5시경 인천을 향하여 고고씽... 인천 10시 도착

 

이제는 먼길이 힘들고 두렵다

이번만 다녀오고 이제는 좀 쉬려다가도

웬 미련은 이리도 남는지

 또 떠나고 떠난다...

함께 간 일행 2명도 많이 피곤해해서 함께 가자고 할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언젠가는 혼자이겠지만

혼자가 되기 전 함께한 이들이 마지막 잔치처럼 고맙다

2021.7.11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