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2022.06.19.일. 구룡령~약수산-응복산-통마름

kyeong~ 2022. 6. 21. 16:06

 

 

 

 

 







그래도 다행인 건


높은 고지 길은 어두웠다
허공을 찾지 못한 길은
세상에서 가장 긴 뱀처럼 누워있다
어디서나 빛나던 햇살은
그물처럼 촘촘한 숲을 뚫지 못했다
유월의 잠을 가르지 못한 들꽃은 보이지 않고
지독하게 살아가는 잡풀만 무성하다
기대했던 들꽃과 새소리가 없는 길은 빈 뜰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최신형 네비도 가끔 오작동을 하는데
단 하나의 길만 따라가면 된다
그늘 깊은 외길을 가는 동안
햇빛은
심지처럼 끌어올린 나무 끝에서 빛나고 있는지
세상 모두 다 끌어안고 살다가
함박꽃에게 빚진 키스를 퍼붓고 있는지
오지의 심장을 거쳐 나온
물소리가 들릴 때까지
묵비권 행사하는 것처럼 걸었다


그늘이 깊은 길
살아왔던 젊은 날과 같다
이 생각 저 생각할 틈도 없이 살아가는데
새의 부리로 툭툭 치며
이제 그만 내려놓고 살라고 한다
내려놓을 게 없다
그래도 다행인건
길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


梁該憬

2022.6.19. 일
구룡령에서 응복산 산행을 하고서


가끔은 내가 산을 정말 좋아하는가?

지쳐서 돌아올 때 나에게 묻는다

그리고 금방 잊는다

습관처럼 가는 것인지

정상에서 보는 장쾌한 풍경 때문에 가는 것인지

항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난 맑은  백신 맞으러 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산에 밥먹으로 가는지도 모르겠다

땀 흘려 정상에 오른후

산상의 만찬보다 더 맛있는 식사는 없을 것이다

 

새벽 4시 눈은 떴으나 몸은 아직 어제의 무거운 몸이다

힘든 산을 오르다 보니  왜만 한 피로감은 무시하면서 길을 나선다

강원도 구룡령까지 가는 동안 창밖으로 수없는 풍경이 지나갔겠지만

검은 숲을 걷는 것 같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늘이 맞닿을 것 같은 1000 고지 고갯마루 구룡령

여기까지 실어다 준 것을 고마워하며 약수산과 응복산으로 향해본다

 

 

백두대간을 하지는 않았지만

산 이름을 보면 거의 다 아는 이름

 백두대간을 했던 것처럼 반갑게 눈에 들어오는 산줄기들이다

지도에 나와 있는 구룡령 옛길도 걸어보고 싶은 구간이다

 

2022.6.19. 일. 날씨 맑음

산행코스 : 구룡령-약수산-아미봉-마늘봉-응복산-통마름

산행거리 : 약 11킬로

산행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산행 시작 오전 10시

구룡령  해발 1000 고지

산행 초입에는 막걸리를 파는 지역상인들이 있다

어제 장거리 연화도행에서 얻은 피곤이 심해서

딱 주저앉아 막걸리 한 잔 하고 싶다

마음 따로 행동 따로

어느새 발길은 일행을 따라  저절로 산으로 가고 있다

 

백두대간 말만 들어도 심장이 콩콩 뛴다

장정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라도 되라는 듯

사람 키의 5배는 될듯한 거대한 표지석이 길손을 맞이한다

 

 

약수산까지는 1.3킬로

가파른 길이다

6월이고 1000 고지 이상의 높은 길이라 서늘할 줄 알았는데

등에는 땀이 줄줄 흘렀다

야생화가 많다고 해서 따라왔다

곰배령에 보았던 많은 야생화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우와~

나만 백두대간을 못했나 보다

이 시그널 리번 하나에 회원이 몇 명일까

무궁무진한 산악인들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힘이 산행 시그널에서 솟아오른다

언제까지 산길을 걸을지 모르지만

천년의 백신을 맞는 기분으로 오래오래 산에 오르리

 

#금마타리

가장 먼저 금마타리 꽃이 반겨주었다

햇볕이 잘 들지 않아서  야생화가 잠이 덜 깬 모양이다

키 큰 나무도 없고

잡목과 잡풀 무성한 길에 드문드문 웃어주는 금마타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가파른 길을 따라 1시간여 걸었을까

잡목들 아래 있는 듯 없는 듯

모르고 지날뻔한 약수산 정상석이다

구룡령에서 거리상 1.3킬로

고도  300미터 높아진 곳인데 마음으로는 설악산을 오르고 있는 느낌이다

약수산 1306m

구룡령은 옛부터 큰 고개인 원구룡령의 남동쪽 1㎞지점에 위치해 있다.
옛 구룡령은 현고개에서 서북쪽의 1100고지를 넘어가야 있는 것이다.
약수산이란 이름은 흔히 명개리 약수라 불리는 이 산 남쪽 골짜기의 약수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약수산은 백두대간이 오대산에 이르기 직전 산세를 일으키고 있는 산 들 중의 하나다. 구
룡령 너머 서쪽엔 갈전곡봉이, 동남으로는 응복산, 만월봉이 한 어깨로 나란히 솟아있다.
그래서 이 산들을 연결해서 종주하는 산악인들도 여럿 있다.

홍천군 내면 목맥동 일대는 수림이 울창하고 각종 희귀 동식물과 어류가 서식하고 있어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는 산행을 해야 겠다.

약수산 북쪽으로 이어진 암산 동북으로 깊고 길게 패여진 미천골은 아직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아 옛
날 그대로의 숲과 자연경치를 간직 한 곳이다.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시원스럽고, 계곡 안의 물속에는 물고기들이 많다.

울창한 숲, 맑은 물, 기암괴석, 야생동식물, 약수터, 신라고적, 토종꿀, 각종 산림부산물 등 휴양원이 풍부하고,
또한 이곳의 미천골 자연휴양림은 5,652천㎡의 시설 구역내에 평균수명 50년 이상의 활엽수 천연림으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미천골 초입에는 신라 법흥왕 때 창건했다가 고려 말에 폐사되었다는 선림원터가 있다.
석등, 3층석탑, 홍각선사탑비, 부도 등의 보물급 문화재가 남아 있다.

 

양양 방면의 풍경

약수산을 지나니 시야가 처음으로 확 트이는 조망점이 나타났다

좀 전에 올랐던 구룡령으로 향하는 길이 굽이친다

백두대간을 오르는 자들을 위해 길을 닦았나 보다

 

 

응복산 까지는 아직 멀었다

길이 험하지는 않지만 대간꾼들 외에 별로 찾지 않는 곳이다 보니  

계단 사이의 흙이 유실되어 

밤길에는 발에 걸리기도 하겠다

생각보다 야생화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들이 제법 있긴 하다

 

표지판을 보니 응복산까지는 대략 5킬로

아직도 한참 멀었다 마음을 비우고 무심히 걸어야겠다

 

 

# 지고 있는 은방울꽃

 

# 은대난초

 

 

# 고광나무

 

# 백당나무

 

모르고 지날뻔한 아미봉

1305미터

 

구룡령에서 응복산까지는 6.7킬로

약수산에서 응복산까지는 5.4킬로

오르락내리락

숲이 짙어 서늘하지만 바람이 없어서 후덥지근하다

 

# 민백미

 

응복산 2킬로 전쯤에 있는 마늘봉

이곳에 사는 곰이 마늘 먹고 사람이 되었나....ㅎㅎㅎ

 엉뚱한 생각을 해보며 지친 발걸음을 달래 본다

 

한 뼘 정도의 폭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길

백두대간 하는 사람들은 구룡령에서 진고개까지 약 20킬로의 거리를 걷는다고 한다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들이나 걷겠지...

 

# 종덩굴

 

외길이고 볕도 잘 들지 않는 길이지만

이정표가 자주 나타나서

장정의 길을 걷는 자에겐 위안이고 도움이겠다

 

# 얼레지 씨방

 

# 물푸레나무

 

# 꽃쥐손이

 

# 요강나물

 

# 쥐오줌풀

 

# 눈개승마

 

아 드디어 응복산

반가움의 탄성이 흘러나오는 산이다

야생화나 보면서 설렁설렁 걸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법 힘든 산행이다 보니 반가운 정상이다

오늘 만나는 봉우리 중에 가장 높은 봉우리고

여기서부터는 하산할 것이라 더 반갑다

 

높다는 걸 말하는 걸까

약수산과 응복산에 '정상'이라고 표지석에 새겨 넣었다

응복산 1359m

응복산(1359.6m)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과 현북면, 홍천군 내면에 걸쳐 있는 백두대간 위의 산이다.
응복산은 북쪽의 80리 골짜기, 미천골로 더욱 유명한데 이밖에도 통마람골, 약수골, 합실골 등 원시 골짜기들을 여럿 품고 있다.

응복산 산행은 예전에는 갈천이나 명개리에서 구룡령으로 걸어 올라간 후 하여야 했으므로 하루산행으로는 무리였다.
하지만 56번 국도의 명개리에서 구룡령을 넘어 갈천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최근에 포장됨으로써
구룡령을 기점으로 하는 산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다만 아직까지 대중교통편이 불편한 게 한가지 흠이다.

백두대간의 한계령과 대관령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이 산은 사방에 긴 골짜기를 품고 있다.
하루 일정의 산행코스로는 구룡령에서 출발, 정상을 지난 다음 안부에서 통마람골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다.
하루 더 시간이 있다면 미천골을 따라 불바라기 약수까지 다녀오는 산행을 하면 좋다.

산행 길잡이구룡령에서 응복산에 오른 후 통마람골로 약수동까지 가는 데는 7시간쯤 걸린다.
약수동에서 명개리까지 걸어 나간다면 1시간 이상 더 잡아야 하므로 산행만으로도 긴 거리다.

정상 부근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수치로 내려가는 길이 시작되는 북릉으로 길을 잘못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남쪽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이후에 백두대간 표지기가 걸려 있으면 제대로 길을 잡은 것이 된다.

또 정상 북쪽의 안부에서 합실골로는 함부로 내려서지 말아야 한다.
초입은 길이 뚜렷하지만 10여 분만에 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산행 중에 물은 마늘봉과 1282봉 사이의 안부에서 구할 수 있다.
남서쪽으로 200여 미터 거리에 있는 모둠터에 물이 흐른다. 지형도는 5만분의 1 연곡을 준비한다

 

# 백당나무

 

 

드디어 하산길이다

구룡령에서 응복산까지

7킬로도 안 되는 길이고 폭신폭신한 흙길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20킬로를 걸은 것처럼 힘들다

만월산-진고개 방향으로 1.5킬로 이동후 통마름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약수산 조금 지나서 탁 트인 시야를 본 후

그다음은  내내 숲 속 길이라

시간이 가는 것을 잘 모르고 걸었던 고도의 능선길이다

하산을 하려고 보니 어느새 4시가 가까워오고 있다

산골은 해가 빨리 진다는데 서둘러 내려가야겠다

 

응복산에서 1.5킬로 지점

만월산과의 갈림길이다

통마름 방향으로 2.1킬로 하산 대략 1시간의 거리이다

 

# 동의나물?

 

# 속새

응복산 하단부... 통마름 골 습한 골짜기를 따라 '속새'가 지천이다

일명 '절골초'이라고도 한다

옛말에 속새가 자라는 곳에 우물을 파도 된다는 말이 있듯이

습한 곳에 잘 자라는 식물이다

 

속새가 보이니 이제 다 내려온 모양이다 골짜기를 따라 큰길까지 나가면 된다

 

산은 다 내려왔지만 이 길은 얼마나 걸어야 하나

터덜터덜 걸어 나갔다

대형버스가 들어오는 곳까지는 6킬로라고 하는데

다행히도 '깊은 산골' 식당집 승용차를 이용

편하게 남은 거리를 이동했다

 

강원 홍천군 내면 을수길 96

T.033-435-3989

토종닭 백숙 60,000원 =4명이 먹기에 푸짐한 한상이었다

이동에 도움을 준 것 때문인지

긴 산행 끝에 오는 허기 때문인지

부드럽고 야들한야들한 토종닭 백숙을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어떤 땐 산에 더 머물고 싶어서 내려가기 싫을 때도 있고

또 어떤 땐 길을 잃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산과의 정이 들대로 들었다

높은 오지에

한 뼘 폭의 길을 따라 발걸음을 내딛는다

산행이 힘들 때 이런 생각을 한다

길을 잃고 방향을 못 잡아서 두려움이 앞설 때보다야

멀고 힘들어도 표지판이 있고 벗어날 리 없는 외길을 걷는 일이

이 얼마나 호강인가를 생각해본다

서서 볼 때 안보이던 꽃들도 앉아서 보니 희귀한 야생화들이 숨어서 웃고 있다

혹여 인간의 호흡에 다칠까 봐 호흡을 멈추고 잠시 들여다보고 그 곁을 떠났다

산행 막바지  지치고 힘들 때 산우들을 벗어나 잠시 혼자 걸었다

처음 걸어보는 길에서 나는 정말 산을 좋아하는 가를 되새김질 했다

아마도 답을 내지 못하는 동안 산행은 계속될 것이다

 

2022.6.19. 일.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