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이면 덕유산 원추리와 소백산 비비추가 보고 싶어진다
높은 산에 올라 속내 깊은 골짜기를 타고 올라오는 바람을 느끼며
야생화길에 푹 빠져 걷는 일이 내 인생의 행복처럼 느껴 지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어쩌다 받는 꽃다발보다 한여름날 지천으로 웃고 있는 야생화 천국이 좋다
누구라도 일행이 생기면 무조건 따라붙을 생각을 갖고 있던 중 덕유산에 갈 기회가 생겼다
송다 태풍이 온다는 것도 모르고 단순히 비올 확률 20프로 예보만 믿고 우비를 배낭에 넣었다
설천봉에서 황점까지 긴 산행에 대비해 새벽 5시 설친 잠을 깨우고 덕유산으로 출발했다
무주로 가는 동안 날이 꾸물거리긴 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그저 바람이었겠지만 약간의 비만 와줄 것을 기대했다.
졸고 조는 사이 덕유산리조트까지 도착했다
덕유산 역설 돌아서 가라 안개로 길을 막았는데 하고많은 날 중에 하필 오늘 여기에 왔니 먼 남쪽에서 내 덩치만 한 바람이 온다고 했어 산자락 마디마디 금 간 자리 지우러 비도 함께 온다고 했지 꽃들은 풀숲으로 들어가 눈을 감으라 했어 새들은 산아래 해바라기씨가 여물고 있으니 그리로 가라고 했어 모처럼 온다는데 꽃에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어야겠지 낯선 바람이 온다고 까치가 울어선 안 되겠지 휘몰이 악장 더위에 꽃을 키우는 일과 이른 새벽부터 새들에게 귀를 내어주는 일과 더욱이 곰팡내 나는 사람에게 등을 내어주는 일을 멈추고 안갯속에 자신만의 제국을 세우고 싶을 때가 있어 인간이 모르는 정령들의 잔치를 한바탕 하고 싶단 말이지 힘 좋은 바람과 뱀처럼 뒤엉켜 놀고 싶단 말이지 그러니까 청록빛 산정이 안개로 뒤덮여 흔들리고 있거든 눈치 없이 산에 오지 마. 梁該憬 2022.7.31. 태풍 송다와 함께 덕유산에서 |
설천봉까지 편도만 14000원을 내고 곤돌라를 이용했다
5월~10월까지는 탑승권 현장 구매 /스키시즌은 인터넷 예약
**참고
편도요금 14000원
왕복요금 18000원
그런데 편도요금을 내고 설천봉을 올랐다가 일기상황이 안 좋아서
왕복을 이용하려고 하면 14000원을 또다시 내야 한다
편도 이용했던 표를 보여주고 추가 요금을 내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함.
9시부터 곤돌라 탑승권 발권
곤드레 탑승장..
이때만 해도 약간의 비만 오겠지.. 바람이 불 줄을 몰랐다
이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안개를 보니 조망은 포기하고 원추리와 일월비비추 군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2022.7.31. 일 덕유산 /날씨-송다 태풍으로 비바람
인천 5시 30분 출발 -무주리조트 8:30분 도착
설천봉 9:30시 산행 시작 -오후 4시:30분 황점 도착(7시간)
산행코스 무주리조트-곤돌라 탑승-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봉-동엽령-
칠이남쪽대기봉(가림봉)-무룡산-삿갓재 대피소-황점
산행거리 :지도상 14킬로 / 36000보(약 20킬로 걸음)
곤돌라를 탑승하고 중간쯤 가고 있는데 곤돌라가 흔들렸다..
어찌나 흔들리는지 곤돌라가 기둥에 부딪칠까 봐 맘이 쪼그라들었다
급하게 공포가 밀려왔다
이 정도로 흔들리면 산행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다시 내려오려면 이걸 또 타야 하는데 떨어지면 어쩌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9시 30분경의 설천봉의 모습
지나가는 관리인이 이 날씨에 산을 가냐고.. 한심한 듯 말을 건넨다
아... 잘못 왔구나
송다 태풍이 온다는 것을 모르고 약간의 비쯤이야 하는 맘으로 온 것이다
9시 30분쯤 설천봉에서 산행 시작
바람과 비가 요동을 치는데 향적봉으로 오르는 발걸음은 갈등을 싣고 올라간다
올 때마다 눈 맞추는 고목 변함없이 꿋꿋하게 서있다
숲 속을 걷는 동안
세상 밖의 파도가 덕유산으로 밀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시계확보 제로...
그래도 향적봉이라도 찍자고 꾸역꾸역 오르는 중
몇 번을 찍었어도 정상석은 언제나 나의 벗..
카메라가 흔들려 찍기 어렵다
높이 1,614.2m이다. 소백산맥의 중앙에 솟아 있으며 북덕유산이라고도 한다. 주봉인 향적봉과 남덕유산을 잇는 능선은 전라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이다. 이 능선을 따라 적상산·두문산·칠봉·삿갓봉·무룡산 등 높은 산들이 하나의 맥을 이룬다. 북동쪽 사면에서 발원하는 원당천은 계곡을 흘러 무주구천동의 절경을 이루며 금강으로 흘러든다. 1975년 2월 덕유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대표적 경승지는 나제통문에서 북덕유산 중턱 아래 백련사에 이르는 무주구천동이다. 33경이 있는데, 나제통문·가의암·추월담·수심대·수경대·청류동·비파담·구월담·청류계곡·구천폭포 등이 있다. 봄 철쭉, 여름 계곡, 가을 오색단풍, 겨울 설경의 아름다움이 유적과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구천동에서 백련사까지 등산로가 나 있다. |
덕유산을 오르던 중 최대의 난관이다
동엽령까지도 아니고 삿갓재까지 어찌 가나... 수많은 갈등이 밀려온다
바람과 비와 범벅이다 일단 중봉까지 가서 결정하자..
중봉에도 원추리 군락지가 있으니 말이다
일월비비추도 봐야 하는데...
이런 날씨에도 여기까지 온만큼 하나는 보고 싶은 마음이다
카메라는 몇 분 되지도 않아 물이 차서 더 이상 찍을 수가 없다
배낭 속에 넣고.. 핸드폰으로 찍어 나가야겠다
작심을 하고 중봉까지 가보자는 마음이다
그래.. 가는 데까지 가서 돌아오자... 출발
삿갓재를 포기했으면서도
핸드폰에 거리가 담긴 안내도를 저장하는 알 수 없는 내 마음
일월비비추를 만나니... 빗속에도 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중봉도 못 갔는데 벌써 신발에 물이 들어온다
송다 태풍 속에도 동자꽃은 이쁘게 길가에 나와 있다
늘 상고대를 찍던 그 자리도 한번 쳐다보고...
안개와 비에 잠긴 중봉
우리 일행 외에 다른 산꾼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미친 산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중봉 올라서기 전 원추리 군락을 이루던 곳
꽃이 비속에 숨었는지
바람 속에 몸을 낮춘 것인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모든 게 실망이다
무룡산에서 삿갓재로 가는 길에 원추리가 많은데 거기까지 가야 하나.
꽃은 해마다 피는데 이런 날 꼭 산행을 해야 하는지...
오늘 산행에 갈등이라는 짐이 점점 무거워진다
우리 일행들의 모습
중봉에서 데리고 간 동생이 걱정이 되어서
다시 되돌아와야겠다고 내려왔다..
중봉까지 온 것도 덕유산 땅을 밟았으니 이 날씨에 고맙게 생각을 했다
향적봉 쪽으로 원점 회기로 되돌아가는데
뒤따라오던 동료들의 이끌림에 의해서 다시 무룡산으로 발걸음을 되돌렸다
중봉을 하루에 두 번 찍게 된 셈이다
묻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는 동안...
잡목때문에 묻혀버린 길을 헤집고 앞으로 앞으로~
동엽령 간이 대피소에서 간단한 요기를 했다
동엽령에서 무룡산까지 4킬로
삿갓재까지 6킬로...
삿갓재에서 황점까지 약 4킬로.. 아직도 10킬로 남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동엽령에서 안성 쪽으로 내려가서 황점까지 택시를 탈까 했지만
택시비가 제법 나올 것 같았다
일행들과 망설이다가 에잇~ 갈 때까지 가보자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동엽령을 지나면서 길은 좁아진다
물이 가득 찬 곳도 있고 평지길도 미끄럽다
몇 번인가 미끄러지면서도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한동안 길이 안보였다
어떤 곳은 잡목이 자랄 대로 자라 길을 덮어 보였다
겨울날 눈길에서 러셀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높은 고지에 정비된 길을 바라는 것은 나쁜 욕심인 것 같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동엽령에서 무룡산구간 산행이라면 긴바지를 적극 권장한다
칠이남쪽대기봉(가림봉) 1420m
안갯속에 돌탑이 흐릿하게 들어오고
표지판에는 작은 글씨로 가림봉이라고 적어 두었다...
복잡한 이름 '칠이남쪽대기봉'보다 기억하기 좋은 '가림봉'이 더 좋은 것 같다
아... 마지막 봉우리 무룡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얼마나 기다렸던... 봉우리가 인가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이 흔들거리는 걸음으로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정말 만만치가 않다
무룡산 1491m 무룡산은 남덕유와 삿갓봉, 중봉, 향적봉과 함께 국립공원 덕유산군에 속한 명산이다. 삿갓봉과 중봉사이에 있는 1492m의 고봉으로 겨울철 눈 산행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다. 그래서 눈과 얼음의 산으로도 불린다.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이 계속돼도 이 산에는 항상 눈이 쌓여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스키어들이 자연 상태의 설원을 즐길 수 있는 한반도 최남단 무주리조트가 있고 얼음이 땅에서 죽순처럼 솟아오르는 향적봉 오수자굴 역고드름도 있다. 입춘과 우수가 지난 지금도 얼음과 눈이 산에 박혀 있다. 무룡산 오름길 8∼9부 능선에서 만나는 완만한 산록은 이 산의 또 다른 매력이다. 어찌 보면 민둥산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계곡사면을 따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고산 특유의 키 작은 원시림이 형성돼 있다. 안개가 낀 날이면 얼핏 꿈에서 본 듯한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그런 감상적인 생각이 들 때면 눈에 이슬이 맺힌다. 소백산 정상부의 모습을 닮기도 했고 또 제주도의 오름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무룡산을 품은 덕유산은 1975년 오대산과 더불어 국내 1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전북 무주와 장수, 거창과 함양군 등 2개 도, 4개 군에 걸쳐 있다. 주봉 향적봉을 중심으로 덕유평전 중봉 무룡산 삿갓봉 등 해발고도 13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줄 지어 솟아 있다. |
단체사진을 찍을 엄두도 못 내고 걸었던 시간이다
마지막 봉우리 기념사진까지 찍으며 기쁨을 누렸다
태풍 속에서 산길을 내어주는 덕유산
정상에서 서있기조차 힘든 바람 속을 누빈 산행이다
무룡산에서 삿갓재 방향으로 하산
뫼산(山) 자 바위를 지나면 원추리 군락지가 펼쳐진다
이럴 땐 바위가 좋다 잠시 바람도 막아주고 흔들리지도 않으니 말이다
무룡산을 내려서며 뒤돌아 한컷
바람이 가장 거셌던 구간
서있기 조차 힘들어 비틀거리기 일쑤 었다
이런 날 산행을 했으니 미친것도 같고 대단한 것도 같다
바람과 비와 산과 섞여서 정신 바짝 차리며 걸었던 구간이다
무룡산에서 내려서는 이 구간을 얼마나 보고 싶었던 곳인가
광활한 원추리 군락...
여기도 원추리 흉년이다
인터넷 검색 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미역 줄나무와 싸리나무가 점령해서 원추리가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한라산에도 조릿대 때문에 진달래가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생태계도 인간세상처럼 변하고 또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라산을 오르는 듯한 느낌..
탁 트인 시야에서 높은 곳에서 맛보는 산바람을 제대로 맛보고 싶었는데
귀가 아플 정도로 무룡산을 때리는 바람 때문에 시야고 뭐고 정신이 없다
가끔 휘청거리기도 하면서 난간을 잡고 내려섰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힘들어도 참고 걸어 온 이유는 원추리군락때문이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지친 육신은 바람에 더 비틀대는 것 같다
원추리 군락지에서 주변 풍경을 보면서 쉬어가는 곳인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
일월비비추
태풍속에도 생존하고 있는 꽃의 위대함
잠시 주저앉아 찍을려고 해도 바람때문에 흔들리는 사진
몇컷을 찍은후 겨우 건졌다
바람이 가장 거센구간에서 얻은 꽃이다
무룡산과 삿갓봉사이 안부에 위치한 삿갓재 대피소
이런날씨에 대피소를 만나니 어찌나 반가운지
대피소내에는 우리 일행만 있었다
태풍의 강도를 짐작못한 것인지
이런 날씨에도 국립공원 입산을 시키는지 참 위험한 일이다
춥고 바람과의 사투에 체력소모가 많다
신발은 물이 찰대로 차서 밟을때마다 발이 헤엄을 친다
여기서 삿갓봉까지 치고 황점으로 하산하는 사람도 있지만
계곡을 치고 내리는 급류가 걱정이 되어 서둘러 내려가기로 했다
국립공원 산행지도는 3.3키로
실제 지도는 4.2키로
요즘 gps가 얼마나 발달되어 있는데 이것쯔음은 통일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부터는 급하게 내려가는 돌계단이다
계곡물을 끼고 하산해야되기때문에 미끄러워서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
삿갓재 60미터아래 삿갓샘
현재 음용불가 판정을 받은 상태다
이런 청정오지에 음용불가 판정이라니 아이러니다
황강발원지는 여러설이 있는데 현재 가장 유력한곳이 삿갓샘이라고 한다
4키로 남짓한 급경사 너덜길을 내려오는 동안 기억나는 것은 급하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밖에 없다
급하게 불어난 계곡물이 어찌나 거센지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들 비바람에 지쳐서 말이 없다
그래도 길이 잠기지 않은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사진을 찍고 나니 핸드폰 베터리가 붉게 변한다
하산 완료 할때까지 베터리가 남아 있어야 할텐데 ...잠시 비행기모드로 바꾸고...
황점마을 드디어 도착
도착했다는 안도의 기쁨도 없다
우비를 입었어도 속옷까지 폭삭 젖 옷갈아 입을 생각뿐이다
7시간 등산화속에서 헤엄치던 발도 얼른 세상밖으로 꺼내고 싶은 마음이다
황점마을에 슬리퍼가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분홍슬리퍼 한켤레를 살수있어서 고맙기까지 하다
우중에 찍은 덕유산 야생화
사진이 바람때문에 많이 흔들렸지만 그래도....그날의 길동무였기에 반갑다
송다와 트라세 태풍이 온다는 것도 모르고 길을 나선 무모함이
집에 돌아와서도 몸을 움찔하게 한다
원추리와 비비추만 생각하는 단순함이 안전을 위협할뻔 했다
미친산행인줄 알면서 그 빗속을 뚫고 걸어가는 나의 속내..
자신감도 아니요 솔직히 기쁜마음도 아니었다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까지 올라서 걸어가는 산행이라
능선이 완만하긴하지만 숲이 없는 구간은 바람때문에 날아갈것처럼 휘청거려 난간을 잡은적이 많다
빗길에 미끄러지다보니 옷이고 신발이고 사람의 꼴이라 할수 없을정도로 엉망이었다
우비를 입긴했지만 속옷까지 침투해버리는 빗물때문에 걷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원추리 군락만 봤어도 행복한 마음이었을텐데 올해는 여러곳에서 꽃 흉년이라고 한다
키를 넘는 잡목이 길을 막고 발은 퉁퉁 불었고...삿갓재에서 4키로의 너덜길 하산...
그래도 계곡물이 길을 잡아삼키지 않았으니 천만 다행으로 생각했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라 한다지만 이런 추억은 갖지 않는게 오랫동안 산행을 할 수 있는 길이다
단순히 원추리꽃 욕심때문에 미친짓을 한것이다
그래도 지천으로 반기는 야생화와 동무를 한덕에 사진을 정리하는동안
이쁜야생화들에게 미소를 건넸다
2022.7.31.일 덕유산 송다태풍과 함께
by 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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