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20221120.일 지리산 천왕봉

kyeong~ 2022. 11. 22. 03:04

 

"지리산 산행은 이번이 마지막이야 "

1915m 천왕봉을 올 때마다 대여섯 번쯤 말한 것 같다 

그런데 지리산을 다녀오지 않으면 한 해 농사를 짓고 추수를 안 하는 느낌이랄까

지리산을 다녀와야 한해 산행을 알차게 한 느낌이 든다 

지리산을 올라본 사람은 안다 

360도 어디를 보아도 내 발아래이고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정처없이 뻗은 능선이  광목 두루마기 옷고름같이 휘날리는 길 

높고 험한 길이지만 다시 오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것을.

 

10.10 이미 첫눈이 내렸다는 지리산, 지금쯤이면 핏기 잃은 마른 단풍잎이

산자락 구석구석에 모여 스치는 바람에 바스락 거리고 있겠다

지리산 천왕봉을 어디 단풍보러 가던가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지리산의 하늘을 보러 가는 거지 

혹시 유리파편처럼 내려앉을 별이라도 볼까 싶어서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릴 랜턴을 준비했는데

산청 땅이 가까워오자 심야버스 앞유리에 비가 달려든다 

와이퍼로 연신 밀어내는 빗방울을 보는 순간  불안감이 밀려온다 

지리산 산신령은 내편일 거라고 주문을 걸었다 

비가 오더라도 무사히만 오르게 해달라고 신령님께 빌고 나니

명약을 처방받은것처럼 편안해진다 

눈을 부치는둥 마는 둥 4시간 만에 산청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한때 심야 버스타고 산에 가는 일이 운명처럼 여겼는데 

익숙함이 고단함으로 바뀌는 육신을 이끌고 오늘도 지리산의 동쪽 봉우리 천왕봉으로 올라본다 

 




지리산을 오르며 / 梁該憬


물 두병 떡 한 봉지 배낭에 넣고
캄캄한 지리산을 오른다

발 끝에 걸리는 돌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달리 아는 길이 없어 

남들의 뒤를 따라 정신없이 오른다
이 길이 천왕봉으로 간다 하여 
핏기 잃은 낙엽이 밟히는 것도 모르고 산을 오른다 
집채만 한 등짐을 지고 가는 사람
랜턴 하나 달랑 들고 누군가와 같이 가는 사람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타인
외로움보다 덩치 큰 어둠 속에서
쪽달을 보며  엄마 쪽머리가 그립고
별 몇 개에 마음 전부를 걸던 시간


중턱쯤에 이르러서야
어둠이 껍질을 벗고 있다 

걸어온 길이 돌밭이었구나 
갈 곳도 아득히 먼 저기 
너무 많은 것이 보이는 세상은
등짐보다 더 무거운데
운무만이 하얗게 다가선다 



  2022.11.20. 지리산 무박산행


 

 

2022.11.19. 토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를 신갈 정류장 23시 25분 출발

2022.11.20. 산청 중산리 주차장 3시 50분 도착/날씨 맑음 

산행시간 :04시~14시 (10시간 소요)

산행거리 :약 13km

산행코스: 법계교-칼바위 삼거리-로터리대피소-개선문-천왕봉-

                 제석봉-장터목 산장-유암 폭포-칼바위 삼거리-중산리 탐방소-(택시로 이동 -5000원)-중산리 버스주차장

산행 후 산청으로 이동- 매기 찜 식사 후 4시경 출발 -신갈 정류장 오후 19시 20분 도착 

 

새벽 4시 산청군 중산리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중산리로 오는 동안 비가 와서 걱정을 했는데 천왕봉 신령님이 내 주문을 받아들였나 보다

비는  멈추었고 사방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단풍철이 지나서인지 생각보다  새벽 4시 지리산 개방을 기다리는 인파가 몇 안 된다 

무인카페 불빛과 주차장 차단막의 불빛이 깊은 산골의 적막함을 비춰주고 있다 

중산리 탐방지원센터가 해발 620미터 여기서부터  1300 고지를 더 올라야 1915m 높이의 천왕봉에 닿는다 

천왕봉까지 거리상 5.4km, 가장 오르기 힘들다는 코스로  오늘의 산행 시작이다 

 

중산리 대형버스 정류장에서 중산리 탐방소까지는 약 2km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하는데

새벽시간이라서 버스가 중산리 탐방소까지 진입이 가능하다

새벽 4시 법계교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이다 

백두대간의 가장 높은 봉우리 천왕봉을 오른다고 생각하니

큰 글씨의 전광판 "무리한 산행 자제"라는 문구가 기도하듯 받아들여졌다

'이번에도 아무일없이 무사하게 산행할 수 있겠지'

 

 

 

로터리대피소 해발 1380미터

새벽 6시 20분, 법계교에서 약 3.3km 올라왔다 

로터리대피소가 안갯속에 반갑게 맞이한다 

혹요 일행에서 쳐질세라 너덜지대를 정신없이 올라오느라 하늘의 별을 쳐다볼 겨를이 없었다

밤 산행의 벗은 별이 최고인데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비도 왔고 힘들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로터리대피소 인근 법계사 일주문 

법계사 法界寺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이다.
높이 1,400m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찰로서 544년에 조사(祖師) 연기(緣起)가 창건하였다.
1405년에 선사 정심(正心)이 중창한 뒤 수도처로서 널리 알려졌으며, 많은 고승들을 배출하였다.

그러나 6·25 때 불탄 뒤 워낙 높은 곳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토굴만으로 명맥을 이어오다가
최근에 법당이 준공되어 절다운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법당 왼쪽에 보물 제473호로 지정된 법계사삼층석탑이 있으며, 절 뒤에는 암봉(巖峰)과 문창대(文昌臺)가 있다.

<다음백과>

 

문창대

코를 땅에 대고 걸어야 할만큼  된비알을 오르느라 하늘 한번 쳐다볼 겨를도 없이 올랐다

비 온 후라 하늘을 본들 별이 있을 리 만무겠지만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을 꼽으라 하면 지리산 은하수다

설악산은 높기는 하지만 근처에 거대한 속초시가 있어 광해가 심하다

지리산은 첩첩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별보는데는 최고다 

7시쯤 동이 트려나보다 주변이 묵직한 어두움이 조금씩 허물을 벗기 시작한다 

헤드랜턴이 접촉 불량인지  자꾸만 불이 꺼지는 바람에 고생을 했는데 어둠이 물러가고 있으니 다행이다 

 

 

 

로터리대피소에서 정상까지는 2km가 넘는다

너덜지대에 급경사와 계단이 많다 보니 시간을 넉넉하게 써야 오를 수 있다 

절반만 올라도 이게 어딘가 싶어 나머지 절반을 향하여  힘을 내어 올랐다

 

 

웬만큼 어둠이 걷히자 단풍나무 숲 속에 안개가 가득하다

승천할 준비를 하느라 몸을 부풀리고 있나 보다 

일출을 포기했지만 안개를 보는 순간 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정상을 오르기도 전 오늘의 산행은 인생 최고의 풍경을 맛볼 것이라는 예감이 확실하게 들었다 

 

 

로터리 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 대략 2킬로...

90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하리라 예상했지만 

예상은 항상 본인이 정하고 본인이 깨는 것 같다 

운무가 발길을 잡는다

저만치 해가 뜨고 있지만 운무의 장막에 갇혀 얼굴을 내밀지 못한다 

일출이 대수인가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이다 

웅장한 구름이 지리산을 감싸고 오르는데....

 

 

개선문  1660m

로타리대피소에서 1.3킬로의 거리 

여기까지만 올라도 나 천왕봉 가고 있어..... 개선장군처럼 통과하는 선돌이다 

 

 

조금씩 산의 높이를 더해갈 때마다 운해는 아침시간 전부를 감싸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단풍보다 지리산의 운해가 더 황홀하다고 한다 

힘들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여기에 오는 것은  지리산의 풍경은 실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빈손으로 그냥 돌아간 적이 없는 지리산 

발걸음은 자꾸만 늦어진다 

 

 

묵직한 구름과 활성 안개가 대치하는 지점에서 

태양은 빛 내림으로 숨을 쉰다 

묵직한 구름 사이를 지나느라 태양도 호흡이 힘든가 보다 

1800 고지 11월 말의 나무는 동면으로 들어갔나 보다

잎이 모두 떨어진 까닭에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운해를 더욱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죽은 나무 옆에서 봐도 

앙상한 잔가지 사이로 봐도 

평생 말없는 바위 옆에서 봐도  

저 광활한 구름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지리산을 그려가고 있다 

 

 

이 가파른 계단도 구름에 뜬 마음이라 가볍게~ 가볍게 ~정상을 향한다 

 

이러다 정상은 언제 올라가지 

또 멈추었다 

이제 산 능선까지 가세해서 구름과의 조화를 이룬다 

이게 지리산이지~

장엄하고 광활한 지리산의 가슴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다 

 

 

천왕봉 아래에 도착하자 저만치 반야봉이 고개를 내민다 

산은 힘들어도 적응하며 걷는 거다

어디를 보아도 화려하지는 않으나 넉넉함이 전해오는 지리산의 기운을 얻어 

한 발 한 발 순응하며 지리산의 끝을 향하여 호흡을 끌어올린다 

한껏 발을 들어 정상까지의 마지막 고비를 재촉한다

 

 

신이시여

지리산의 천지신명이시여

천하를 굽어 살피듯  쏟아내는 저 빛 내림 주시다니요

 

지난해 하도 힘들어 지리산 그만 오겠다고 한말 성내지 않으셨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이런 행운을 주시다니요 

다시 기쁨을 주시어 감사합니다 

산은 내 인생의 멘토입니다 

 

 

지리산에 든 사람은 신의 영역에 든 사람이다

하늘만이 만드는 풍경 앞에서 삼라만상이 전부 황홀하다 

사람의 살아가면서 꼭 할 일이 있다 

최선을 다해 "생의 기쁨"을 발견하는 일이다 

 

산에 다니는 방법을 터득하고 함께 걸어갈 벗을 얻어

나는 오늘 지리산에서 생의 기쁨 한 페이지를 추가한다 

 

 

천왕봉 마지막 계단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반가운 계단이다 

 

 

계단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왔던 길은 안개에 다 묻혔다 

걸어온 삶이 아무리 힘들었도 기쁨 하나면 모두 덮어버릴 수 있다 

그러하니 살면서 '생의 기쁨'을 꼭 찾아낼 일이다 

오르면 오를수록 발아래로 밀려나는 운해 ~

점점 넓은 안개의 바다를 경험하는 순간이다 

 

 

저너머로 중봉과 써리봉이 있지만 

안갯속에 갇혀 모습을 감추었다 

 

 

지리산을 오를 때에는 된비알을 오르느라 언제나 서툰 걸음이다 

열 번 서툰 걸음이라도 실망한 적 없는 풍경 때문에 오르고 또 오른다 

산은 공평하다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른 자나 

빨리 오른 자나 

산은 똑같이  아름답고 넓다 

넓은 바위 하나 차지하고 앉아 108배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앞으로 10년만 더 오르게 해달라고 말이다 

 

 

 

지리산智異山

높이 1,915.4m,
동서길이 50㎞, 남북길이 32㎞, 둘레 약 320㎞. 방장산(方丈山)·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하며, 지리산(智異山)이라고도 한다.

남한에서 2번째로 높은 산이다.
행정구역상 전라남도 구례군, 전라북도 남원군, 경상남도 산청군·함양군·하동군 등 3개도 5개군에 걸쳐 있다.
1967년 12월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되었으며, 공원 총면적은 440.485㎢로 설악산국립공원의 1.2배, 한라산국립공원의 3배,
속리산국립공원의 1.5배, 가야산국립공원의 7.5배로 규모가 가장 크다.

방장산은 봉래산(蓬萊山:금강산)·영주산(瀛洲山:한라산)과 함께 신선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있어 이들 3산을 삼신산(三神山)·삼선산(三仙山)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묘향산을 더하여 4대신산, 다시 구월산을 더하면 5대신산 또는 5악이라 하여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지리산은 또한 정감록 신앙에 연유된 십승지(十勝地)의 하나로, 대한제국 말기에는 농민운동에 실패한 동학교도들이 피난하여 살았으며, 이들 일부가 신흥종교를 개창하여 오늘날 각종 민족종교의 집산지를 이루고 있다.

특히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의 도인촌은 갱정유도(更正儒道)의 신자들로 구성되어 지금도 댕기머리와 상투에 바지 저고리를 입으며, 전통문화관습을 유지하고 있다.
1948년에는 여순반란사건으로 패주한 좌익세력의 일부가 이곳에 들어왔으며,
1950년 6·25전쟁 때는 북한군의 패잔병 일부가 노고단과 반야봉 일대를 거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고봉인 천왕봉(天王峰:1,915m)을 주봉으로 반야봉(盤若峰:1,732m)·노고단(老姑壇:1,507m)이 대표적인 3대고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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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에서 가장 높은 고지 지리산 

이곳을 오른 자는 그 어떤 세상과도 함께 할 수 있는 기운이 있다 

급히 오를 수도 없는 길

가장 힘든 코스로 아득히 느껴지는 구간을

한 발 한 발 오르다 보면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산이다 

 

삼신산(지리산)에 오르니 

신이 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내가 신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신들 앞에 기쁨에 찬 춤을 추고 싶다 

구름 위에 올라섰으니 선녀의 춤이랄까 

지리산 산신을 모신 무당이라도 되어볼까

둥실둥실 이산 저산 구름 타고 건너가고 싶다 

천의 얼굴을 한 지리산 이 변화무쌍한 풍경을 두고 어찌 길을 내려설 수 있을까

 

 

인생의 짐을 내려놓지 말라했다 

짐과 발걸음이 무겁더라도 산 정상에 오르면 배낭에서 먹을 나온다 했다 

이곳을 오른 자에게 지리산은 평생 잊지 못할 장관을 내어주었다 

 

천왕봉 1915m  제석봉 1806m 반야봉 1733m

지리산의 세 번째 높은 봉우리 반야봉 

연꽃 잎모양의 봉우리라 멀리서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손을 뻗으면 지척인 것 같아도 20km 정도의 거리다 

반야 낙조(般若落照)는 지리 십경의 하나로 꼽힌다.

 

 

산청 쪽에서  올라오는 안개 때문에 정신을 빼앗겼다가 

칠선계곡을 품고 있는 함양 쪽 풍경을 남겨 본다 

첩첩산중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다 

빙 둘러 파도처럼 이어지는 산 능선으로 이어져 있는 지리산 

그 높은 봉우리 중에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천하를 아우르듯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천왕봉이다 

천왕봉에 섰으니 난 천하를 얻은거다

 

 

석 달 열흘 지리산에 다녀왔다고 자랑하고 싶을 풍경을 보느라

배고픈 줄도 모르겠다 새벽 4시부터 5시간을 힘들게 걸었으니 허기도 지려만 

기막힌 장관 앞에서, 춤추고 싶을 정도의 행복 앞에서 허기도 비켜갔다 

그래도 다음 여정이 남았으니 바람이 멈추는 터에 앉아 요기를 했다 

천상에서의 식사, 봉지에든 떡 한봉이 전부지만 들뜬 마음은 먹는 것도 대충이다 

 

 

천왕봉 까마귀 

무거운 카메라 둘러메고 올라오는 걸 아셨는가?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주는 바람에 까치와 모델놀이도 하고...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하지만 지리산 풍경은 산아래서 올라오는 운해에서 정점을 찍는다 

요기도 했고 갈길도 남았으니 온종일 천상의 걸음으로 지리산을 걸어갈것이다

안전을 위한 금줄이 속세와 선계[仙界]를 가르는 경계선 같다 

양분된 경계선 앞에 범속한 인간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금줄이다 

 

 

하산길 시작 

멀리 반야봉이 여기까지 오라고 고개내밀어 손짓한다 

가고 싶지만 장터목 이후터는 통제라고 한다 

전남지역이 30년 만의 긴 가뭄이라고 하니 지리산에도 서둘로 산불통제를 시작했나 보다 

장쾌한 능선길을 따라 반야봉까지 대략 20킬로 정도의 거리

오늘은 반야봉까지 시원스럽게 능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걸어본 듯 대신한다 

 

 

하산을 하는 동안 천왕봉을 향하여 마지막 핏치를 올리는 사람들이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건넨다 

고행과 행복 사이

천왕봉을 오르느라 마지막 땀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인사를 건네는 여유와 격려를 지리산에서 배운다 

 

 

장터목까지 가서 아침에 시작했던 중산리로 하산을 해야 한다 

좀 더 걸어서 연하 선경을 보고 싶지만 산불통제라니 어쩔 수 없다 

장터목까지 가는 동안 운해의 장관은 계속된다

마치 파노라마 사진을 찍는 것처럼 말이다

산이 깊고 어제 비가 내린 덕이다 

 

 

10.10 지리산에 첫눈이 왔다는데 

어제 중산리로 오는 길에 잠시 내렸던 비가 지리산 능선에 이렇게 눈으로 흔적을 남겼다 

 

 

지리산 통천문

장터목에서 천왕봉을 오르려면 여기를 지나야 하늘로 통한다

좁은 돌틈사이의 길을 지나서~

 

 

운해 앞에서 망부석이 되어~

길을 갈 수가 없네 

처음부터 끝까지 운해의 장관 앞에서

하루 종일 운해 이야기만 하여도 지루하지 않은 장관이다 

 

 

틈틈이 함양 쪽 풍경도 바라보고~

 

 

천상을 걷는 걸음이니 한걸음 한걸음이 고귀하다 

잠자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지리산을 오른 자에게 축복처럼 내린 선물이니

그 선물 안고 감사한 마음으로 길을 간다 

 

 

제석봉 1806미터

낮은 표지석과 

이렇다 할 바위도 없는 밋밋한 제석봉

주변에 식재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구상나무 군락이  있다 

 

 

 

그러나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 전망대에서 지리산의 바람을 느껴보라고 하고 싶다 

산아래서 하늘로 치달아 오르는 바람의 향기를 느껴보라

깎아지른 듯 급하게 오르던 길도 이곳에 앉아 있으면 저절로 느긋해지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구름도 보았고 바람도 만났고....

 

 

부러지고 죽어간 나무 대신 새로 심은 구상나무가 천년만년 지리산 터줏대감이 되길....

 

 

장터목대피소 1665m

천왕봉에서 장터목까지 1.7km

천왕봉에 인접한 지리산 사거리이다 

백운동에서 중산리로 넘나들던 고갯마루이다 

지금은 그럴싸한 대피소로 변했지만 한때 어깨 반쪽만 대고 옆으로 누워서 잠을 청하던 곳이다 

코 고는 소리가 싫어서 대피소 처마 밑에서 김장봉투 뒤집어쓰고 잠자던 묵은지처럼 오래된 시절이 떠오른다 

 

 

중산리 법계교까지 5.3km 본격적으로 하산길 시작이다 

유암 폭포까지 1.6km 구간을 급경사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무릎과 발바닥에 테이핑을 하고 왔지만 돌계단을 내리 디딜 때마다 무릎에 충격이 느껴진다 

각오하고 온 길이니 받아들이며 내려갈 수밖에 없다 

 

 

명성교와 병기막터를 지나 끝없이 아래로 내려간다

계곡물이 달리듯 힘을 내어 하산을 했다

험한 길이지만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이 다리도 없을 때 처음 지리산을 오르던 생각이 난다 

 

 

유암 폭포 1210m

지리산 통제령을 내릴 만큼 수량이 줄었다 

큰 계곡이라 힘찬 물줄기가 쏟아지는 폭포인데 폭포 아래 바닥이 보일 정도다 

어서 해갈이 되어야 지리산도 안전할 텐데 말이다 

 

 

오후 1시경 지리산의 안개는 끈질기다 

새벽부터 오후까지 지리산 곳곳을 진을 치고 있다 

도심의 오전에 잠깐 보였다가 사라지는 안개와는 차원이 다르다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좀 더 빨리 사라졌을 텐데 골이 깊고 바람조차 없으니 

 

 

지리산을 내려오다가 이 톨탑군을 만나면 왠지 다 내려온 느낌이다 

대략 2킬로쯤 더 내려가야 하는데 말이다 

오랫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반가운 돌탑군이다 

 

 

유암 폭포만 지나면 박석이 깔려있는 길이긴 하지만 

완경사를 이루는 길이라 무릎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14시까지 하산하기로 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좀 더 속도를 내어본다

 

 

물빛이 하도 좋아 젊은 처자들이 쉬어가고 있다 

푸른 물이 들 것 같은 저 물에 발을 담그고 싶지만 갈길이 급하다 

약속은 지키라고 만든 것 최대한 속도를 내어본다 

 

 

법계교 인근 중산리 탐방지원센터...13시 50분 도착 

법계교에서 대형버스 주차장까지는 2km 더 내려가야 한다

20분 이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산행 후 아스팔트를 걷는 것은 관절에 최악이다

관절 보호를 위해 이곳으로 하산을 할 때마다 택시비 5000원을 내고 중산리 대형버스 주차장까지 이동한다 

 


11월 하순 꽉 차게만 느껴지던 가을, 점점 빈곳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가지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바람에 흘려보내는 계절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조각가에게

아프로디테의 호흡을 불어넣어준 벗을 따라  그립고 그리운 지리산을 다시 올랐다

사는 게 밤길처럼 어둡다가도 지리산을 다녀오면 세상사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잊고 지내기에는 너무 아쉬운 지리산 

지리산 골골이 꽉 찬 운해 

손에 잡히지도 않는 운해 때문에 몇 시간을 슬프도록 행복했는지 

선계의 경계선에서 허공으로 펼쳐지는 풍경 때문에 얼마나 기뻐했던지 

지리산을 오를 줄 아는 나는  참 근사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2022.11.20. 일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