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20230917.일. 영월 구봉산(구봉대산)

kyeong~ 2023. 9. 18. 18:01

 

영월 구봉산에 가는 날을 한 달 전부터 정해 놓았는데

산행하기 전 일주일 내내 비가 와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법흥사가 그리워서이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인간사 생애를 생각하면서

터벅터벅 구봉대산 아홉 봉우리를 걸어도 좋고 

공기 좋은 절집 근처 골짜기를 타고 내리는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인생 뭐 있어 그냥 쉬어가는 거지' 하면서 마냥 쉬어도 좋다

비가 온다면  적멸에 든 부처님의 흔적이 있는 보궁으로  발걸음을 옮겨서 

가까이하던 모든 것 내려놓고 소금 녹듯 모서리진 마음들을 내려놓고도 싶다 

법흥사 넓은 마당 한편으로 자리한 훤칠한 금강송 숲에서 솔잎처럼 내리는 비를 맞으며

뇌와 혈관을 타고 번지는 솔향기에 취해보고 싶기도 하다

법흥사는 주변 산길을 걷거나 

경내를 걸으면 마음이 유난히 느긋해진다 

폭발하듯 더웠던 여름을 내려놓고

버거웠던 심신을 쉬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구봉산 죽은 소나무/梁該憬




구봉산 윤회봉 앞에서
바람이 일거나 
눈이 오거나 
산에 좋아하는 맹신자를 기다리다
하늘의 처분에
병든 것도 모른 체 
요지부동 거처가 되었네

살아서 보금자리
죽어서 극락이 된 거처에서 
삭쟁이하나 떨어질때마다
선계에 드는 적멸
산에 올때마다 그 많은 나무 중에
금강송에 기대던 맹신도들
병들어 죽고 나니 
잡목이나 금강송이나

이제 그늘조차 만들 수 없는 몸이지만

꼿꼿이 선체로 해탈하는 죽은 소나무
가지가 불어질 때마다
성불의 목탁소리 들린다


2023.09.17.일. 영월 구봉산에서


 

 

 

구봉대산(九峰大山)은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에 있는 산이다.
백덕산 앞에서 백덕산,사자산 능선과 마주 보고 있는 산으로
아홉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해서 구봉대산이라 부른다.

구봉대산은 백덕산, 사자산 능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능선으로
법흥리의 적멸보궁과 법흥사를 싸안으며 계속 뻗어
한 줄기는 수주천을 따라 주천강으로,
한 줄기는 법흥리의 버스주차장 남쪽으로 뻗어있다.

백덕산에서 구봉대산까지 산을 내려가지 않고 연이어 산행을 할 수 있다.

구봉대산의 봉우리는 9개이지만 아홉개 다 오르면서 산행을 하기는 벅찰수 밖에 없다.
클라이밍이 필요한 봉우리도 있기 때문이다.
위험한 코스일 경우 길이 바위 아래로 나 있어 종주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출처: 한국의 산하)

 

  • 2023.09.17./날씨 흐림
  • 07:50 하남휴게소 출발
  • 10:10 법흥사 주차장 도착/생일 축하 및 단체사진 /산행준비
  • 10:40 산행시작 
  • 11:50 헬기장 점심 식사
  • 16:00 법흥사 일주문 산행완료
  • 16:30 식당으로 이동
  • 18:00 서울로 출발
  • 20:10 하남휴게소 도착
  • 산행코스 :법흥사주차장-널목재-1,2,3,4,5,6,7봉-정상(8봉)-9봉(윤회봉)-음다래기골-일주문
  • 산행시간 :5시간 20분 소요
  • 산행거리 약 8km

 

 

사자산 아래 영월 법흥사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무릉법흥로 1352

 

넓은 주차장과 깨끗한 화장실 있어서 

산행 들머리로는 최고이다 

비가 와도 좋을 것 같은데 하늘을 보니 흐리긴 해도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아직은 산을 걸으라는 부처의 뜻인가 보다

아홉 봉우리에 담긴 뜻을 생각하며

지나온 내 생애와 남은 생을 생각하며 걸어볼량이다

 

영월 법흥사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月精寺)의 말사이다.
우리 나라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 중의 한 곳으로서 대표적인 불교성지이다.
신라 때 자장율사(慈藏律師)가 당나라 청량산에서 문수보살(文殊菩薩)을 친견하고
석가모니불의 진신사리(眞身舍利)와 가사(袈裟)를 전수받아 643년에 귀국하였다.

그 뒤 오대산 상원사(上院寺), 태백산 정암사(淨岩寺), 영축산 통도사(通度寺), 설악산 봉정암(鳳頂庵) 등에 사리를 봉안하고
마지막으로 이 절을 창건하여 진신사리를 봉안하였으며, 사찰이름을 흥녕사(興寧寺)라 하였다.
신라 말에 절중(折中)이 중창하여 선문구산(禪門九山) 중 사자산문(獅子山門)의 중심도량으로 삼았다.
당시 헌강왕은 이 절을 중사성(中使省)에 예속시켜 사찰을 돌보게 하였다.

그러나 891년(진성여왕 5) 병화로 소실되었고, 944년(혜종 1) 중건하였다.
그 뒤 다시 불타서 천년 가까이 소찰로서 명맥만 이어오다가
1902년에 비구니 대원각(大圓覺)이 몽감(夢感)에 의하여 중건하고 법흥사로 개칭하였다.
1912년에 다시 화재로 소실된 뒤 1930년에 중건하였으며, 1931년의 산사태에 옛 사지 일부와 석탑이 유실되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적멸보궁을 비롯하여 대웅전·무설전(無說殿)·요사채 겸 공양실인 심우장(尋牛莊)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적멸보궁은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집으로 1939년에 중수하였으며, 법당 안에는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있다.
이 적멸보궁 좌측 뒤에는 자장율사가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수도하던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는 토굴이 있고
좌측에는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진신사리를 넣고 사자등에 싣고 왔다는 석함(石函)이 남아 있다.

 

법흥사 뒷편 사자산(사재산)에 대해 알고가자!

4가지의 재보가 있는 산, 사자산 

사자산은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과 횡성군 안흥면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높이 1,181m의 산이다. 
지능인 연화봉 석굴에 많이 있었다는 과 먹을 수 있는 흙인 전단포, 
칠기의 도장 재료인 옻나무 산삼 등 네 가지 재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일명 사재산
(四財山)이라고 불리었다 한다. 

일설에는 금. . 동이 많이 채굴되어 그렇게 부른다고도 한다. 
절골을 사이에 두고 백덕산(1,350m)과 마주한 사자산은
남쪽 능선 끝자락으로 그림처럼 수려한 구봉대산
(870m)을 위시해 곳곳에 기암과 폭포를 가지고 있으며, 
골이 깊어 많은 수량과 청정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5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인 법흥사가 자리하고 있다. 
사찰로 들어가는 오솔길의 소나무 숲이 장관으로
특히 겨울이면 눈이 많이 내려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산이다
.

 

 

 

법흥사 뒤편으로 소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소나무가 장관을 이루는 법흥사는 눈 오는 날에 찾는 다면 

기막힌 설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강원도 오지지만 법흥사에 들어오면 모든 세상사를 잊게 할 만큼 편안한 기운이 감돈다

해 질 무렵 종각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소나무 숲마다 내려앉는 저녁을 맛보고 싶다 

왼편으로 오늘 걸어야 할 구봉산자락이 옷깃을 내밀고 있다 

 

 

 

산행들머리는 

빼곡한 소나무 숲길이다 

서두르지 말고 저 숲길을 한 바퀴 돌아본 후 갈길을 갔으면 좋겠다

아무리 더운 여름날이라도

소나무숲에 자리 깔고 쉬고 있으면 세상밖 여름을 잊게 한다

오지의 절집이 보이는 오래된 금강송 숲에서  눈을 감고 있노라면  이것이 곧 적멸의 세상이다

 

★적멸寂滅 -번뇌의 세상을 완전히 벗어난 높은 경지

 

 

 

훤칠한 소나무 숲사이로 걷는 우리 산우들이 작게 느껴진다 

이곳을 출발하여  1.8km 오르면 늘목재 도착하고 

늘목재에서 정상까지는 1.6km 거리이다 

 

 

 

법흥사 마당에서 출발하여 정상까지는 3.4km

출발은 송림을 지나 목교를 건너면 임도같이 넓은 길로 완만한 오름길이다

주변에 수목이 우거져 바라만 보아도 청량한 길이다 

왼쪽으로는 며칠 동안 내린 비로 수량이 늘어난 계곡물소리가 숲을 뚫고 전해진다 

친구들의 수다만큼이나 계곡물도 수다가 많은 아침이다 

 

 

약 1km 남짓 오르자 마지막 계곡이라는 안내판이 기다린다

여기서 수통에 물을 채우고 가라는 안내판이다 

바위마다 이끼옷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습기가 많은 산인가 보다 

 

 

궁궁이

산에서 흰꽃만 만나면 머리에 지진이 나요

비슷한 수종이 너무 많다

물가에 두 송이 피었는데 그중에 인물 좋은 꽃으로 한컷

 

 

 

걷기 좋았던 길은 끝나고

너덜길이다

양치식물이 가득한 좁은 산길을 따라 

경사는 조금씩 더해간다

호흡이 조금씩 급해질 때마다 목덜미에는 땀이 가득하다

 

며칠 동안 내린 비 때문에 습도가 높고 바람이 없어서 

급경사를 이루는 7~800미터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아직까지 비를 머금은 풀잎이 스칠 때마다 이슬이 바지를 적신다

 

 

 

산수국과 오리방풀

산수국이 지금까지 피어 있다가

열매를 맺으며 지고 있어요

 

오리방풀이 군락을 이루면 좋을 텐데 3송이 피었다

그래도 피어있다는 게 어디야

만났다는 소중함으로 앵글 속에 넣어본다

 

그늘이 많아서인지 들꽃이 보이지 않는 산길이다 

힘들 때마다 길에 나와 앉아 생글생글 웃고 있는 들꽃이 위안이 되는데

이 길은 무성한 숲에서 손을 내민 나뭇가지들이 허리를 툭툭칠뿐이다 

불가에서 이름 지은 산을 오르는데 

꽃에 대한 마음 또한 욕심이니  내려놓고 걷자

 

 

 

법흥사 주차장에서 1.8km 올라온 지점 늘목재

늘목재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구봉대산

오른쪽으로 오르면 사재산(사자산)으로 이어진다

산 좀 탄다 하는 사람들은 구봉대산과 사재산(사자산)을 연계해서 산행한다(17km)

 

구월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후덥지근하고 힘들어서 폐부에 들어있던 모든 호흡을 쏟아냈다 

몸속에 들었던 호흡을 모두 쏟아냈으니

불가의 기운이 감도는  이 산에서 영험한 호흡으로 채워보자

 

 

 

약속이라도 한 듯 

비 오듯 흘린 땀을 식히기 위해 잠시 휴식을 갖는다 

구봉산은 이곳에 오르면 다 온 듯 반갑다 

여기서부터 난이도가 없는 능선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

1.6km에 늘어서있는 아홉 봉우리

성지순례를 하듯 떠나보자

 

 

 

제1봉 양이봉(養以峰)

부모님의 금실자락으로 부모님의 뱃속에 잉태함을 의미

 

늘목재에서 출발하자마 곧바로 나타난 첫 번째 봉우리

봉우리라기보다 아홉 봉우리 윤회의 의미를 만들기 위해 명한 봉우리다

 

 

 

두 번째 봉우리로 가는 길

평탄한 길에 소나무들이 줄지어 함께 한다

무심히 자라는 소나무지만 살다 보니 줄을 서게 된다

우리가 걷는 길에도

하루의 일정에 들어있는 밥을 먹는 것도

누군가 만나 이야기하는 것도

무의식 중에 순서이기도 한 줄이 생기는 것이다  

 

 

 

제2봉 아이봉(兒以峰)

인간이 세상에 태어남을 의미

 

아이가 태어날 때처럼 이봉우리 역시 유순하다

안내판에 길게 설명을 한 것도

이 길은 빨리 걷지 말고 기도하듯 천천히 생각하며 걸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용케도 길이 나있다

길을 막아서는 나무들을 스틱으로 툭툭 치며 제3봉으로 간다

 

 

 

장생봉 앞 이정표

 

무덤덤한 1봉과 2봉을 지나

3봉은 조금이라도 올라간다

유년기를 지났으니 꿈을 가지고 차고 올라야 하지

 

 

 

제3봉 장생봉(長生峰)

유년기를 지나 청년기를 거친다는 의미

 

두부 모를 자른듯한 바위사이로 소나무가 자라고 있고

건너편에는 백덕산 능선이 펼쳐져있다

빼곡한 숲에 갇혀 속세를 벗어난 듯 길을 걸었는데

드디어 하늘구경하는 봉우리다 

 

 

 

1봉에서 3봉까지 길은 여름날에 걷기 좋을 만큼

편안한 길이다

여름동안 잘 자란 수목들이 무성하게 구봉산을 채우고 있다 

 

 

 

3봉을 지나면 헬기장이 있다

좁은 산길이 이어지는 능선이라

여기서 점심 요기를 했다 

헬기가 다녀간 적이 없는 것처럼 잡풀이 상처 입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

헬기착륙 흔적이 없다는 것, 참 다행인거지

 

 

 

구절초와 긴뚝깔

 

점심 먹고 쉬는 동안.... 꽃들과 인사

낮은 키로 앉아 있는 구절초

옥양목 적삼같이 유난희 흰빛으로 반긴다

 

그 외에 아무리 살펴봐도 반겨주는 꽃이 없네

너무도 오랜만에 왔더니 다 잊고 떠났는가?

 

 

 

헬기장에서 나무계단을 내려서.....

헬기장 외에는 온통 잡목이 가득한 길이다

 

 

 

제4봉 관대봉(官帶峰)

벼슬길에 나서기 전 기초를 충실히 다짐을 의미

 

저 소나무 뒤편 바위에 앉아서

잠시라도 앉아서 쉬고 싶은 곳이다

눈감고 나에게 얼마나 충실했는지 속으로 물어보고 싶은 곳이다 

 

 

 

산 위에 있는 바위임에도 이끼가 푸르다

주변에 계곡이 많아서 습한 기운이 많이 올라오는 산인가 보다

 

 

 

건너다 보이는 6봉의 바위

어디를 보나 소나무가 풍경을 만드는 산이다

흐트러짐 없이 곧게 잘 자라는 금강송 때문에

이 산길은 선비의 걸음처럼 곧아진다 

 

 

 

5봉으로 가는 길

바닥에는 세월에 묻혀가는 나뭇잎이 두께를 더한다 

인생이 내리막길이 있던 것처럼

잠시 내리막길이었다가...

 

 

 

잡목숲 사이로 길인 듯 아닌 듯 경사를 더한다

가고 있어도 이 길이 잘 가는 것인지 아닌지를 모르지만

무작정 끌고 가는 인생처럼 간다

 

너무 평탄하면 재미가 없지

힘들어도 헉헉 소리를 내며 올라야 땀 내 나는 산이 되지

산은 땀 내를 풍기며 올라야 제맛이지

 

 

 

제5봉 대왕봉(大王峰) 인생의 절정기에 오른다은 의미

 

가파른 경사를 타고 오르니 

큰 바위에 기댄 오봉 표지판이 맞이한다 

큰 대자를 품은 대왕봉답게

큰 바위가 턱 버티고 있는 산이다

 

이 바위가 산꾼들에게 방패 같다

아래를 보니 한길 낭떠러지

바위 때문에 절벽에서 멈출 수가 있다 

 

 

 

바위가 많은 곳에는 소나무가 함께 한다 

분재처럼 잘 자란 소나무가 5봉의 그림이 되어주고 있다 

인간보다 손질을 잘한 자연의 손끝이다

 

 

 

5봉에서 6봉으로 가는 길은

구봉산에서 가장 난코스이다

비 온 후라서 길 밖으로 드러난 뿌리가 미끄럽기까지 하다

바위보다 더 무서운 게 비 온 후의 나무뿌리이다

 

 

 

칼바위 능선이다

양옆으로 낭떠러지다

안전을 위한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앞에는 큰 바위가 큰 곰처럼 버티고 있다

 

 

 

햇볕을 좋아하는 소나무는

바위틈을 비집고 살아가고

그 틈에 이끼도 공생하고 있다 

구봉산의 분재정원이다

 

 

 

진행 방향의 오른쪽 풍경

지도상 서쪽방향이 된다

매화산과 치악산, 비로봉의 연릉이 운치를 더 해준다

가까이로는 화채봉, 된불데기산 구룡산이 있다

 

 

 

5봉을 지나면서 너덜길과 바위가 있는 곳이라

계단과 안전을 위한 로프 시설이 되어있다

오지의 산에 오면 원시인처럼 기고 오르고 싶은데 

요즈음은 어디를 가나 안전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짜릿한 맛이 덜하다

 

 

 

고사목과 건너편 백덕산이 보이는 풍경

그 아래로 법흥리 마을이 늘어서 있다 

구봉대산 산행 중 가장 멋진 구간이다 

 

 

 

고사목이 된 나무를 보니 그냥 흑백의 사진을 한 장 찍고 싶다

나무의 세상에도 윤회가 있을까

사실난 불자이면서도 윤회를 믿지 않는다

죽으면 끝이고 또 다른 삶이고 싶지 않다

이렇게 긴 세월을 살았는데 또 다른 생을 원하는 것도 욕심이지 싶다

 

 

 

6봉(관망봉)은 바위로 둘러싸여 있다

접근하기도 조금은 힘든 구간이다

바위구간을 타고 올라가야 하므로 자칫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오를 때 뿐만아니라 길을 찾아 하산할 때에도 무서웠던 구간이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6봉을 지나친다면 구봉산에서 가장 멋진 봉우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제6봉 관망봉(觀望峰)

지친 몸을 쉬어감을 의미

 

이름 그대로 쉬어갈 만한 봉우리다

걸터앉기 좋은 바위가 자리하고 있고

시원하게 조망되는 사자산과 백덕산이 바로 앞에 펼쳐진다 

 

여기서 7봉으로 갈 때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는 것이 안전하다

되돌아 나가지 않고 바위 아래로 바로 내려섰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사자산과 그 뒤로 백덕산

백덕산은 봉우리에 안개가 덮여있다 

정상인 8봉보다 6봉이 가장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6봉에서 절벽 같은 아찔한 바위를 타고 내려왔다가 다시 조금 올라가면

칠봉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정된 봉우리로 맞이하고 있다

 

 

 

제7봉 쇠봉(衰峰)

인간의 병들고 늙음을 의미

 

주변의 돌을 모두 끌어모아 탑을 쌓은 7봉

봉우리는 늙어서 병들어간다는 의미를 띠는데

주변에 흩어진 모든 것을 끌어안아 탑을 쌓았다

문득....

우리가 살면서 끌어모았던 모든 것이 저 돌탑과 같을 것이다

쌓아둔들.... 두고 가는 돌탑 같은 것

 

 

 

아홉 봉우리 중

중반을 넘어서 7번째 봉우리 쇠봉을 만나니  이름 탓인가 

괜히 힘이 쇠해지는 느낌이다

끝까지 굳은 힘으로 지켜주는 노송을 보며 가장 높은 8봉을 향하여 가보자

 

 

 

제8봉 북망봉(北望峰)

인간이 이승을 떠남을 의미

 

산의 오르막을 다 걸었으니 이제 생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

나이 때문인가 조금은 슬퍼지기도 한다

 

생각은 여유에서 슬픔이 오기도 한다

힘들 때는 모른다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백에서 슬픔도 오고 가는 것이다

8봉까지 오느라 바빴고

넓은 터를 가진 정상에 오니 산의 여백을 느끼겠다

 

 

 

구봉산 정상의 모습

법흥사의 적멸보궁 명당터를 보호하고 우백호 역할을 하는 구봉대산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심오한 생각을 하게 하는 이색적인 산이다

원래 '구봉대산(九峰臺山)'이라는 표지석이 있었는데 작은 '구봉산' 표지석으로 바뀌었다

구봉대산의 대(臺)는 성문을 뜻하는 한자로 

절집에서 가장 높은 곳의 성문처럼 이산에서 가장 높은 곳을 의미한다 

'한국의 산하'나 백과사전에는 구봉대산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산정산 표지석이 '구봉산으로 되어 있으니 필자는 구봉산으로 적고자 한다

 

헬기장이기도 한 정상은 평평한 안전지대 

잡목이 에워싸고 있어서 조망은 없다

바람이 거센 날은 이런 정상이 좋을 때도 있다 

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없으니 오래 머물지 않고 길을 재촉한다

 

 

 

이상하게 정상에만 오면 그 많던 소나무들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은 잡목 둘이 무성하게 에워싸고 있다

인생의 정점을 향하며 부지런히 오를 때가  금송처럼 황금 같은 날

인생의 정점은 저 잡목처럼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

 

 

 

8봉부터는 내려가다가 9봉을 만나기는 하지만 

하산길에 접어드는 구간이다

일주문까지 3km 구간이다

길이야 어떻든 하산구간에 들면 산행을 다한 것 같이 편하다

 

 

 

부부소나무

사진에는 연리지처럼 붙어 있는데 연리지는 아니다

두 그루가 다정해 보여서 나도 그 옆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지막 봉우리 9봉으로 오르는 길도 너덜구간이다

 

 

 

9봉으로 가면서 틈새로 내다본 백덕산에 

구름이 자욱하다

하산할 때까지 비가 내리지 말아야 할 텐데....

 

 

 

산구절초가 핀길을 따라.....

 

 

 

9봉으로 가는 길에 돌아본 8봉 정상

여러 그루의 소나무들이 병들어 죽었다

하필의 윤회봉 앞에서 많은 소나무가 죽었다

나무로서는 최고의 삶을 살았는데 그다음 생에는 어떤 나무로 태어날까...

주목나무처럼 그냥 죽어서 천년을 지낼 텐가

 

 

 

정상에서 260미터 내려온 지점

9봉 앞 표지판 

구봉대산은 봉우리 앞을 지날 때마다 표지판이 있어서

무심코 지날뻔한 봉우리를 올려다보게 한다

 

 

 

9윤회봉(廻峰)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불교의 윤회설에 근거를 둔 것이다.

 

아홉 봉우리 모두 걸었으니

다음번 다른 산을 걷는 것 또한 윤회길이지 싶다

이산에서 다 못한 것 

다음산에서 잘하고 

그산에서 얻은 것 또 그다음산에서 풀어가는 것이 윤회의 삶이고 산행이라 말하고 싶다 

 

 

 

더 이상 가지 못하게 밧줄로 막아선 표지판 앞에서

제대로 하산길에 접어든다

 

 

 

하산길 안부에서 잠시 쉬면서.....

곳곳에  산행 안내판과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다

혼자 오는 산꾼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 

 

 

 

하산길 풍경

피크렌즈에서 저 멀리 보이는 산을 금수산이라 일러준다

안개가 조금 있긴 하지만 산능선이 좋아서 산멍~ 

산우들과 함께 오니 산행이 한결 쉽고 재밌는데

산멍~ 을 때릴 시간이 없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 혼자의 산행을 피하고 있다

 

 

 

더 당겨서....

영월과 제천은 지척이니 금수산이 가까이 보인다 

 

 

 

내려가는 구간은 완전 너덜길이다 

급경사 바위구간이 많다 보니 

생각보다 지체하는 시간이 많다 

음다래기골로 이어지는 급경사구간이 대략 1km 정도 이어지는 것 같다

오름구간보다 하산길이 더 힘들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버섯마을

이끼정원이 멋지다

 

 

 

급하게 내려서는 길이 끝나고

음다래기 계곡물이 시원하게 맞이한다

바위에 걸터앉아 배낭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막걸리 한잔 들이켜고 싶은 계곡이다

하지만.... 후미의 비애랄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길을 재촉해 본다

 

 

 

담쟁이와 돌탑

탑에 담쟁이가 타고 오르니 

돌에도 생명이 있는 것 같다

단풍 든 담쟁이가 감고 있으면 더 아름다워지겠다

 

 

 

 

산길을 가다 보면 나뭇가지들이 길을 막는 곳들이 있다

이런 곳이 가장 청정한 구역 같아서 좋다 

누가 손대지 않는 청정의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랄까

 

 

 

법흥리로 흐르는 계곡물을 건너서 

드디어 오늘의 미자막 종착지 일주문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봉선과 패랭이

어릴 때 가장 많이 보면서 자란 꽃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흔하다

자주 봤으니 지금까지 좋아하는 거지

 

 

 

산길이 끝나면 산아래는 늘 밭이 있다

구봉산 아랫자락에는 들깨밭이 있다

연한 깻잎에서 익숙한 냄새가 솔솔 난다 

이제야 꽃이 피면 언제 열매를 맺을건지

구봉산에서 내려오면서  숲을 보니 이곳의 들깨 한말 사고 싶다

 

 

 

일주문 근처 이정표

정상까지는 3.5km

법흥사내에서 출발하나... 거리는 마찬가지만

여기서 출발한다면 오름구간이 좀 더 힘들다

 

 

 

법흥사 일주문에서 구봉산 산행은 끝이 난다

봉우리가 많다 보니 대단한 산행을 한 것 같다

소박한 봉우리를 넘었는데도 대단함을 부여하는 산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데에도 진정한 의미와 깊이를 구가한다면

모든 산행이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산행 끝은 카스 한잔이 최고지 

근처 식당으로 이동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주천면 주천로 92 1층

T 033.375.9253

산행이 길지 않아서 기분 좋은 날

법흥사에서 가까운 주천의 맛집 홍이갈비

두툼한 삼겹살에 카스 한 잔이 그날 산행의 기분 좋은 정점을 찍는다

 


구월이 되니 이젠 산에 오르면 선선하지 싶었는데

아홉 봉우리 다 넘을 동안 바람한 점 없이 후덥덥한 날씨다

짐작이 자연의 섭리를 제대로 알리가 없다

다행히도 산꾼은 덥거나 춥거나 이견 낸다는 것이다

구봉산만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십 개의 산을 들락이다 보니

산앨범에 저장한 마음도 시시각각이라 변덕도 많다

인생의 맛은 산 맛이 최고라

나의 등짐인 배낭은 인생의 등짐같이 함께 가는 것이리라.

2023.09. 17.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