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20231205. 석모도 해명산& 보문사

kyeong~ 2023. 12. 6. 23:57

 

12월은 바닥에 떨어진 낙엽만큼이나 마음이 분주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자숙하고 정리하고 그렇게 보내야 하는 달인데

방향도 없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낙엽과 같은 12월이다

한 해를 보내는 반성과 후회라는 것도 하지 않을 만큼

굳은살이 많은 마음이다 

어쩌다 보니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쪼개어 쓰고 있는 산에서

채우지 못한 꿈과 갖지 못한 많은 것들을 대신한다

많은 것들의 도피처 같은  산,

산에 가는 날은 영락없이 새벽눈이 떠진다

2년 전만 해도 평일 산행은 꿈도 못 꿨는데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내내 산에 갈 수 있는 날이 생겼다

시간의 부자가 되고보니 육신이 더 바쁘다

12월 첫째 주의 화요일을 빌려 오랜 친구 같은 해명산에 간다.

 

 



이맘때 습관 /梁該憬

 
시간이 바뀐다
인연이 바뀐다
그리고 동면
또 시간이 바뀐다
인연이 바뀐다
그리고 또 동면이다
무성한 잎이 사라졌을때
그때서야 보이는 그대를 본다

나무들은 나이테를 보태고
난 인연을 보탠다


합장하듯 서있는 나무
나무처럼 길어지는 잠

모든 연골이 엿가락처럼 늘어진다
어두움보다 더 낮게 누워
지천의 인연에 대해
연골의 농도가 같은 이를 꿈꾼다
잠이 들기 전과 잠이 드는 사이
예상치 못한 의식
무염의 거처는 동면으로 접어들 때
잠이 들기전과 잠이 드는 사이 
누워서 수도승이 된다

 

 

석모도 席毛島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에 속한 섬.
강화도 외포항에서 서쪽으로 약 1.5㎞ 떨어져 있다.
최고봉은 섬의 남쪽에 솟은 해명산(324m)이며,
서쪽과 북쪽에 각각 솟은 상봉산(316m)과 상주산(264m) 사이에는 간척평야인 송개평야가 있다.
해안선은 대체로 단조로우며, 북동쪽에 암석해안이 있을 뿐 대부분 간석지가 발달했다.
특히 남쪽 어유정도(魚游井島) 사이의 간석지는 농경지와 염전으로 간척되어 연결되었다.

한서의 차가 다소 심하며 강우량이 많다.
주민은 대부분 어업보다 농업에 많이 종사한다. 농산물로는 쌀·보리·콩·감자·고추 등을 생산하며,
특히 쌀은 품질이 좋고 생산량도 많다.
연근해에서는 병어·새우·숭어·꽃게 등이 잡히며, 자연산 굴 채취와 김 양식 및 제염업이 활발하다.
취락은 평야와 산저부의 경계를 따라 분포하며, 중심지는 중앙의 석모리이다.

문화재로 매음리에 신라시대 635년(선덕여왕 4)에 혜정대사가 건립한 보문사와 보문사석실(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7호)·
보문사마애석불좌상(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9호)이 있다.
특히 석실은 천연의 굴로 여름에도 추위를 느낄 정도이고 법당 안에는 20여 개의 자연석 돌부처가 있다.
또한 절 뒤에는 눈썹바위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산능선을 따라 작은 도로가 나 있으며
강화도 내가면 황청리와 연결되는 연도교 석모대교가 2017년에 개통되어 육로로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
면적 42.426㎢, 해안선 길이 43.75㎞, 인구 2,213(2013)

 

 

  • 2023.12.05. 화. 석모도 해명산(324m) /날씨 흐림
  • 11:10 석모도 전득이고개 주차장(고도 110m)
  • 11:30 산행시작
  • 14:00 산행종료(원점회귀)
  • 산행코스 :전득이고개-해명산-전득이고개
  • 해명산 산행거리 :3.6km
  • 14:10 차량으로 보문사로 이동
  • 보문사 경내 관람 및 눈썹바위 왕복
  • 16:00 보문사 주차장 상가에서 하산식
  • 17:00 석모도 출발 인천으로 귀가

 

 

전득이고개: 인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산 42-2

인천에서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석모도 전득이 고개 주차장

혼자 올 때에는 한가라지고개에 주차를 하고 상봉산으로 올랐다가 보문사로 하산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전득이 고개에서 해명산까지 왕복을 하고 차량으로 보문사로 이동하기로 했다 

20대 정도는 넉넉해 주차할 수 있는 공간과 화장실이 있다

겨울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한산하다

 

 

한반도 북쪽 오지의 섬이었던 석모도가 많이 변했다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오던 섬이었는데 2017년 석모대교가 생겼다

온천체험 대단지가 생겼다

그리고 예전엔 도로를 횡단해서 해명산으로 올랐는데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구름다리를 조성하였다  

 

정상까지 1.8km

보문사 뒤편 낙가산까지는 6.2km

오늘은 늦은 출발로 해명산까지만 산행을 하기로 했다

 

 

전득이고개 구름다리

잎이 다 진 을씨년스러운 계절

빨갛게 색칠을 한 다리를 보니 산타가 걸어올 것 같다

그래서 12월만큼은  이 다리를 산타교라고 하고  싶다

오늘 산타 선물은 해명산이다

 

 

구름다리에서 본 길

석모대교를 건너서 저 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왔다

건너에는 강화도가 구름처럼 흐리게 보이는 날이다

왼쪽으로 국수산이 잡목사이로 가려져 있다

 

 

초입은 완만하다

월동을 하기 위해 낙엽을 떨군 잡목사이로

산행은 시작된다 

누군가 나무가 생존이 힘들어서 자식같은 잎을 떨군다고 하는데.....

그 말도 맞다 

일조량이 많을 때 부를 자랑하듯 잎들을 주렁주렁 지니고 사는 나무들이다

동면에 드는 잡목들 사이로 산으로 가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300미터 올라온 첫 번째 쉼터

여기서부터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들판이 보이는 시야를 확보하는 곳이다

나무들이 동면에 드는 계절에 오기는 처음이다

들판의 알곡이 여물대로 여문계절에 올라오면

석양과 황금들녘의 조화로움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해명산이다

 

 

시야가 탁 트여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날씨가 흐린 바람에 하늘이 낮을 대로 낮다

섬산행은 바람이 많은 편인데 오늘은 가지 끝에 미세한 흔들림조차 없다

묵직한 하늘아래 조용함이 스며드는 석모도 풍경이다

 

 

석모도 서쪽 해변 풍경

NLL 경계를 따라 늘어선 주문도 아차도 볼음도 삼 형제섬이 건너다 보이는 곳이다

이 삼 형제 섬은 섬은 작지만 배편이 수월치 않아서 일박을 하고 나오면 좋은 곳이다

석모도 북쪽으로는 교동도가 자리하고 있고

동쪽으로는 강화도

남쪽으로 장봉도와 모도-시도-신도가 길게 누워있다

날씨가 맑으면 동서남북으로 보이는 섬들과 인사하며 걷는 재미가 솔솔 하다

 

 

 

함께한 우리 친구들

해명산은 높지 않고 

전득이 고개(고도 110M)에서 출발하다 보니 단숨에 올라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득이 고개에서 1km 정도 올라온 지점

해명산까지 절반지점이다

 

 

250봉

해명산까지 짧은 산행이지만

중간 봉우리도 있고 바위구간도 있다

노간주나무가 사열하며 우리의 갈길을 열어준다

이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해안의 산에 서식하는 서어나무가 많다

 

 

250 봉우리에서 

석모도 들녘을 내려다보지만 시계가 너무 흐리다

탁 트인 조망 때문에 섬 산행을 하는데

해명산 산행하던 중 오늘이 가장 답답한 풍경을 내어준다

산 밖의 풍경을 보지 말고

오늘은 해명산을 수도하듯 느끼라는 정령의 뜻인가 보다

 

 

멀리 아파트 단지 같은 것이 보여 당겨서 찍어 보았다

석모도에 개발되고 있는 온천 체험형 숙박시설인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완공기일이 지났는데 금융권에 문제가 있어서 마무리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쉬어갈 때 습관처럼 뒤돌아보는 풍경

넘어온 250 봉우리가 있고

건너편 강화도의 마니산을 비롯해 산군들이 희미하게 줄지어 있다 

 

 

하늘이 조금씩 열린다

쨍하게 푸르지는 않지만 

좀 더 하늘이 내려앉지 않고 흐린 하늘을 밀어내는 중이다

 

 

주문도 방향의 하늘이 더욱 흐리다

갯벌 위로 내려앉는 햇볕이 힘이 없다 

사실 이산은 오후에 오르는 것이 좋다 

해명산에서 일몰을 보고

어둑어둑한 길을 서둘러 내려갈 때가 가장 좋다

 

 

드디어 해명산 정상가까이 대슬랩구간이다

다행히 바위에 파이프를 박고 안전밧줄을 설치해 두어서 어려움이 없는 구간이다

해명산에서 낙가산을 거쳐 상봉산까지 가노라면 큼지막한 바위들이 제법 많은 능선이다

 

 

줄을 잡지 않고 열심히 잘 올라가는 우리 산우들

가파른 바위구간이지만 주문도 방향 조망이 좋아서 

쉬어가는 구간이기도 하다

 

 

하늘이 맑았다던가

들녘이 누런빛이라던가...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만

흑백사진 찍는 기분으로 사진을 남겨본다

 

 

바위구간을 다 올라와서 뒤돌아본 길

올라와보니 힘들지도 않다

지나고 보니 걸어올만한 세월

힘들었던 지난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고 더 멋지게 살아 볼만할 것 같다

 

왼쪽에  작은 섬은 대섬

건너편으로 고려산에서 혈구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흐릿하게 보인다

 

 

 

바위구간이 있었지만

해명산은 놓지 않아서 좋다

살방살방 바다풍경을 감상하면서 즐겁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유명세 비해 그 흔한 표지석도 없는 해명산이다

목판에 해명산이라고 적어두었지만

비바람 때문인지 갈라지고 낡아서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석모도 남단에 높이 320m의 해명산이 있다.
석모도는 작은 섬이지만 낙가산, 상봉산, 상주산까지 300m 가까운 작은 산들이 여럿 있다.
해명산은 전망대로 유명한데, 정상에 올라가면
강화섬 주변으로 있는 작은 섬들의 군도를 조망할 수 있다.
강화섬 서쪽 편이 잘려 나간 듯한 모양을 지닌 석모도 주변으로
위로는 교동도와 석모도의 주변섬 미법도와 서검도,
강화도 뱃길로 들어가는 볼음도와 주문도, 말도,
멀리 영종도의 신도와 모도, 장봉도까지 파노라마처럼 조망할 수 있다.

예전에 있었던 이 표지석은 어디로 갔을까요?

집 나간 표지석을 찾습니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는데

북쪽 경계의 산에는 표지석을 군사상 이유로 못 세우게 한다는 소릴 얼핏 들었다

밤에 보면 사람처럼 보인다고....(확실지는 않음)

이산도 그 이유 때문일까 천년만년 끄떡없을 것 같은 표지석이었는데

실종되고 없다

 

 

해명산에서 바라본 풍경

작은 섬이지만 잘 정돈된 들녘과 갯벌이 넓게 퍼져 있다

겨울에 찾아온 것은 처음이지만 

날씨가 춥지 않고 바람이 일지 않아서 겉옷 하나만 입고 오른 날이다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좋다 보니 

추억사진을 남기고 충분히 휴식을 한 후

전득이고개로 원점회귀 하산을 했다

 

 

올랐던 길을 되돌아 

출발했던 구름다리로 돌아왔다

짧은 산이지만  관악산을 오른 만큼 즐거웠다

즐거움이 산의 높이에 비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원래는 해명산을 거쳐 낙가산을 오른후 보문사로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시간 관계상 차량으로 3대 해수관음성지 보문사로 이동했다

 

 

3대 관음영지 보문사와 마애석불

 

 

주차비 2000원

입장료 2000원

 

무심코 입장료를 내긴 했는데

얼마 전 뉴스에서 조계종단에서 문화재구역 입장료 폐지한다고 했는데

여긴 왜 아직도 받고 있을까

 

 

보문사 일주문

사찰의 출입문이다

항상 관심이 가는 일주문의 편액

'낙가산 落袈山 '이란 글씨체가 눈길을 잡는다

이름 그대로 직역을 해보면

스님의 가사를 벗어놓은 산이다

 

 여초 김응현(如初 金膺顯, 1927-2007)의 글씨라 한다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서있다

철 지난 석탄일 연등이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 길을 오르는 사람들과 함께 보문사로 가는 소나무들이다

 

 

해명산과 낙가산은 자주 오는 산이지만

낙가산에서 보문사로 바로 내려오는 구간을 휀스로 모두 막아버린 후로는

절에 들르기 싫어 그냥 지나친 지 오래다

오랜 불자로서 절집으로 오는 길을 막고 입장료를 받는다는 것이 싫다

왠지 사찰도 이젠 배를 불린다는 생각을 떨굴 수가 없다

산에서 내려오다가 부처님 앞에 지친 발걸음을 내려놓게 하는 아량은 없는 걸까

주차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

 

어차피 소원을 비는 자체가 욕심이니까....

 

 

올려다본 눈썹바위아래 마애석불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10여분 계단을 따라 올라야 한다

 

 

석모도로 들어오는 석모대교가 건설되고(2017.6)

보문사는 점점 규모가 화려해진다

입장료를 많이 받은 탓인가....

 

 

예전에 없었던 윤장대와 법음루가 생겼다

좌로부터

범종각- 율장대-법음루

 

 

보문사 극락보전

여유로운 산행덕에 마당에서 합장을 하지 않고

법당으로 들어가 삼배를 했다

신발을 벗을수있는  짧은 여유가 행복하다

"부처님 부처님 부처님

오늘도 좋은 벗과 석모도에 올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보문사 普門寺

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인 조계사의 말사이다.
한국의 3대 해상 관음기도 도량 가운데 하나이다.
635년(선덕여왕 4)에 창건했다고 하며,
이 마을에 살던 한 어부가 그물을 쳤다가 불상과 나한상 22구를 건져올렸는데
꿈에 나타난 스님이 일러준 대로 현재의 석실에 봉안했다는 전설이 있다.

1812년(순조 12)에 홍봉장의 도움을 받아 중건했으며,
1893년(고종 30)에는 명성황후의 전교로 요사와 객실을 중건하는 등 여러 차례의 중건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존 당우로는 대법당·관음전·나한전·대방·종각·석실 등이 있다.
특히 이 절의 역사를 대표하는 순례지인 석실(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7호)의 입구에는 3개의 홍예문이 있고,
동굴 내에는 반원형의 좌대를 마련하고 탱주를 설치했는데 그 사이에 있는 21개의 감실에는 석불을 안치했다.

 

 

감나무가 있는 보문사

까치밥이 많다

저 감나무에 흰 눈이 올라앉으면 꽃처럼 아름다운 그림이 되는데

눈 오는 날 석모도에 와 볼까?

 

 

마애석불 가는 길

참.... 이래야 할까

지하도 계단 앞에서

몇 잎의 동전을 기다리며 추위를 견디는 행려자가 생각난다

보시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하는 것이리라

 

 

동자승은 부자네

 

 

마애석불좌상은
1928년에 금강산 표훈사(表訓寺)의 승려인 이화응(李華應)이 보문사 주지 배선주와 함께 조각한 것으로,
높이 9.2m, 폭 3.3m이다. 석불좌상의 상부에는 거대한 눈썹바위가 있고,
좌측에는 비명(碑銘)이 있으며, 불상 앞에는 소규모의 석등이 있다.
이 석불과 석굴에서 기도를 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하여 찾는 여인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다.

 

 

관세음보살

 

양양 낙산사와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낙가산 보문사는 3 대영지 (觀音靈地)라고 한다

 

발바닥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삼대영 지를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다녀왔다

스스로 뿌듯 뿌듯.

 

 

마애석불에서 바라본 주문도 방향의 바다

갯벌 위로 태양이 미끄러지듯 건너가고 있다

주문도와 아차도와 볼음도

그 삼 형제섬에서 백패킹을 했었는데

섬이 조용하고 깨끗한 편이다 

배편이 많지 않고 차량 도선료가 비싼 편이다

 

 

내려오는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상봉산

난 해명산보다

한가라지 고개에서 저 봉우리 상봉산을 오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소나무 숲길로 한참 오르다가 만나는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용이 바다로 건너갈 것 같다 

아침잠을 설치고 석모도로 왔는데

어느새 동지가 가까워 오는 12월의 서녘해는 바다로 내려앉는 중이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갯벌이 좋아서....

 

 

보문사에서 다시 올려다본 눈썹바위

오래된 나무와 함께 오래도록 간절한 불자들에게 힘을 주시길!!

산아래서 올려다보니 어느새 하늘은 푸르게 변했다

미세먼지가 많은 하루였는지 해명산에서 뿌옇게 내려다보던 풍경과는 다르다

 

 

손목에서 오랫동안 함께했던 염주가 낡았다

손목에서의 세월이 너무 길었는지

어느 날  툭 터지더니 이리저리 튀어서 달아났다

염주가 끊어지던 날 왠지 모를 불안감이 돌았다

그 후로 손목은 늘 비어 있다

염주 앞에서 망설이다 그냥 돌아섰다

어쩌면 이 염주가 굴레였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절집에서 삼배를 할 때 무염으로 한다

'나 여기 왔습니다' 문안 인사차 삼배를 하는 것이다

소원이 욕심이라는 것을 떨칠 수가 없어서 무심으로 절을 한지 오래다

 

20231205.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