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20231119.일. 정선/평창 동강 백운산

kyeong~ 2023. 11. 21. 12:58

 

전국에는 많고 많은 백운산이 있다

그중에 정선땅 동강변의  백운산

정선만 해도 백운산이 두 개나 되지만 

동강을 끼고 있는 백운산은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간다고 말을 해놓고도 한 달 내내 고민이다

동강의 운치에 반해 넋 놓고 있고 싶은데

낙엽이 지고 며칠 영하의 기온을 오르내리고 있는 스산한 계절에

밧줄에 매달려 오르기에만 바쁠 것만 같다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먼저 약속했으니 가긴 가야겠다

몇 년 전 백룡동굴에서 시작해서 올라간

칠족령 능선의 날 선 뻥대길은 세월이 흘러도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 

동강 절벽을 따라 핀 할미꽃 때문에 동강의 유명세는 더해가고 있는데

큰 굽이로 휘어 돌아가는 동강을 바라보며  걷는 맛을 잊을 수가 없다

함께할 벗들도 있으니

한 번만 더 동강 백운산을 걸어보자

설악산과 지리산을 갈 때에도 한 몸으로 붙어 다녔던 

무거운 카메라를 망설임도 없이 집에 두고

전쟁에 나서는 군인처럼 등산화끈을 더 질끈 메고 새벽길 길을 나섰다



동강에서 /梁該憬


어느 길 끝에서 강을 만난다
산에서 내려온 짐승처럼
목을 뻗어 마시고 싶은 맑은 물
물고기떼가 보이고
자갈에 걸리는 물결이 보이고
물속에 잠긴 내 얼굴이 보이는 강
뒤돌아가기에는 너무 멀어
하늘보다 더 푸른 강가에 머문다

오지를 배경으로
천연덕스럽게 휘돌아 가는 강
그 강을 바라보니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투명하다
가을과 겨울이 뒤섞인 계절에 
낮아지는 강을 만나니

걸치고 온 외로움은 사치라
잡념을 강밑으로 내려 놓는다

치는 그대로 나 이리라
물에 걸리는 그대로 나의 옹이 이리라
바닥이 보일데로 낮아지는 강을 만나니
겨울은 그다지 시리지 않은 강



 2023.11.19. 토. 날씨 흐림 
● 산행 코스 : 점재잠수교 → 병매기고개 → 가파른 암릉 → 백운산(882.5m) →

                      문희마을 갈림길 → 668.6m 봉 → 613.2m 봉→ 나륜재 → 칠족령 → 527m 봉 제장마을
● 산행거리 :  6.5 km 
● 소요 시간 : 10:30~16:10(5시간 40분/점심시간 포함)
● 특이사항
- 정선/평창 백운산은 산림청, 블랙야크에서 선정한 남한 100대 명산임
- 점재교~백운산~제장마을 코스는 경사가 급하고 미끄러운 바위가 많은 산이므로 암릉에 적합한 등산화필수

 

 

출발지:정선군 신동읍 운치리 266-3 점재마을 잠수교(점재교)

정선아라리가 생각날 만큼 꼬불꼬불 고개를 넘어서

강변 외길을 따라 도착한 점재마을이다

이 마을은 동강할미꽃 때문에 유명세를 탄 마을이기도 하다

 

 

2019년 3월 31일 점재마을 

여기서 찍었던 사진을 첨부해 본다

절벽에 피는 동강할미꽃이 좋아서 몇 년을 두고 찾아왔던 곳이다

 

 

 

점재마을 잠수교 앞에서 바라본 백운산

큰 굽이를 이루며 시원하게 흘러가는 동강 앞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오전 10시가 넘어섰지만 산머리에는 산그림자가 걸려있다

산이 깊어서 햇볕이 들어서는 시간이 걸리는 마을이다 

이 마을로 들어오는 길은 아스팔트 외길이다

마주 오는 차량이 있으면 비켜서기도 힘든 오지의 마을

산도 깊고 강도 깊은 마을이다 

여기서 백운산을 올랐다가

앞에 보이는 칠족령 능선길 절벽길(뻥대)을 따라 하산하는데

바라보는 것보다 속살은 훨씬 거칠다

 

 

동강을 가로지르는 점재마을 다리를 건너서

마을 쪽으로 올려다보면 보면 간이 화장실이 있다

마을에서 관리를 하는지 깨끗하다

절벽 같은 등산로를 걸어야 하므로 볼일을 보고 산행시작을 하는 것이 좋다

 

다시 30미터쯤 내려와 백운산 입구라는 표지판을 따라 왼쪽 편 진입로로 들어선다

 

 

마을 안길로 가는 길은 포장이 되어 있는 길

백운산 입구까지는 약 400미터이지만

포장도로는 200미터까지 진입한다

 

 

평지 아스팔트길에서 

살짝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왼쪽  강변 오솔길로 길을 바꾼다

깊은 산지 마을이지만

푸릇푸릇 봄풀 같은 초록풀이 자라는 걸 보니 햇볕이 잘 드는 마을인가 보다

작은 목교를 건너 강변을 따라 200미터가량 강변길을 걷게 된다

 

 

툭툭 발걸음이 스칠 때마다 

쑥향기가 진하게 올라온다

봄도 아닌데 양지바른 들길에서 봄냄새에 젖는다

그냥 걸을뻔한 길을 쑥향기 때문에

길을 내려다보며  걷게 된다

스틱으로 툭툭 치니 더 진한 향기가 동강변의 마음을 전한다

 

 

강 섶을 걷는 길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백운산 등산을 시작한다

여기를 시작으로 백운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급한 경사를 이룬다

잎을 전부 떨군 앙상한 잡목들 사이로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산행은 시작된다

 

 

강가에서 약 300미터 올라온 지점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에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잡목이 가득해서 동강은 아직은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금세 흐린 날씨로 바뀌고 제발 비만 오지 않기를 바랐다

 

 

병매기 고개

점재마을에서 대략 1km 걸어온 지점

여기서부터는 밧줄과의 씨름이 시작된다

삐죽삐죽한 바위에 낙엽이 올라앉아 있어서 줄을 잡지 않고는 오를 수 없는 산이다

 

그래도 양지바른쪽이라 요 며칠새 영하의 기온이 찾아왔음에도

얼음이 없어 다행이다

 

같은 날 덕유산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강풍이 불어서 곤돌라 운행을 못했다고 한다

 

 

 

평소 계단을 싫어하지만

오름길에 딱 한 군데 계단이 있다

얼마나 반가운지. 

 

요즘은 이산 저산 계단도 많이 설치해 두고 출렁다리도 많지만

이산은 험준한 산임에도 별다른 설치물이 없고 

고맙게도 밧줄만은 끊임없이 갈길을 보호를 해주고 있다

 

 

큰 바위는 아니지만 

바위들이 빼곡한데

전부 고개를 들고 있어서 

발걸음은 빠를 수가 없다 

한걸음 한걸음 도 닦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걷는다

 

 

첫 번째 동강 조망처

드디어 굽이치는 감입곡류천 동강이 보인다

동강은 여기저기 한반도 지형이 고개를 내미는데

그중에 영월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이 우리나라에서 으뜸으로 친다

 

건너편에는 나리소전망대가 있다

그곳에서 동강변의 하식애( 河蝕崖 ) 층리( 層理 )와 포인트바를 볼 수 있다

 

 

밧줄이 없다면

참 위험한 구간이다

특히 이산은 변성암이 많아서 단단하고 미끄럽고

층리면의 변형이 오면서 이런 절벽구간이 많다

 

 

밟으면 미끄러지기 일쑤인 바위들

밧줄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다

밧줄을 하느님처럼 여기고 거의 매달리다시피 오르는 산길이다

모두들 올라가고 맨뒤에 처져서 사진을 남기다 보니

늦은 걸음이 더욱더 처진다

산은 왜 이렇게 나를 울렁이게 하는지

산멀미가 난다

좋아서 울렁거리고

가끔은 호흡조절이 안되어서 울렁거린다

 

 

 

동강 전망대

조금 더 올라서니 

잡목이 앞을 가리지 않는 시원한 동강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소백산이 고개를 내미는 전망 좋은 곳이다

워낙 가파른 산길이다 보니

따로 전망대를 설치하지 않았지만

오름길에서 최고의 동강 조망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저기 뻥대와 동강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곳이다

 

 

백운산이 힘들다면

문희마을에서 칠족령 전망대와 하늘벽을 돌아서

나리소전망대까지 트레킹 하는 것도 좋아서 트레킹 지도를 첨부한다

백운산 산행보다는 덜 힘들고 동강과 뻥대의 절묘한 극치를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절벽에서 자라는 고사목

전신상을 찍지 못할 정도로 가파른 곳...

 

 

올라서기 힘든 곳

여긴 밧줄도 없다

바위틈을 잡고 자라는 회양목과 소나무 사이로

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되는 바윗길을 오른다

 

 

오르다 보니 몇 겹의 능선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바람도 거칠게 춤을 추며 저 능선을 넘어온다

가운데 능선이 우리가 하산할 칠족령 능선이다

전부 뻥대로 되어 있는 하산구간이다

 

 

저 앞이 백운산이다 

구름이 쉬어갈 만하다

칼날 같은 바위를 세우고

그위를 인간은 점령하듯 올라간다

절반은 기다시피 하는 구간이다

 

 

힘들지만 

이런 풍경을 만나면

금방 마음이 녹아내린다

저 멀리 소백산이 고개를 내미는 산그리메도 좋고

굽이도는 사행천 동강의 풍경도 압권이다

 

 

강 건너 동강을 조망하는 자연휴양림이 있다

구불구불 오르는 길을 보니 정선 아라리가 생각난다

언젠가는 저 휴양림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고 싶다

 

 

다시 잡목숲 때문에 

그림 같은 동강을 감추고

얼마 남지 않은 정상을 향하여 힘을 쏟는다

 

 

정상을 100미터쯤 남겨둔 지점

사진보다 실제는 훨씬 가파른 구간

수직에 가깝게 벌떡 일어선 길에

낙엽이 덮고 있다

서리가 없어서 다행이다

밟을 때마다 낙엽이 발길을 아래로 밀어낸다

몇 번이나 미끄러져서 발에 힘을 줘야 한다

 

 

백운산(白雲山)

정선과 평창의 경계를 이루는 정상

그래서인가

정상석도 두 개 돌탑도 두 개다

2km의 산행거리를

10시 반쯤 출발해서 12시 20분쯤 정상에 도착했다

보통의 산은 한 시간이면 도착하지만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빨리 가는 것보다 천천히 안전산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백운산(白雲山)은 강원도 정선군 주변에도 두 곳이 존재한다.
하나는 정선군 신동읍과 평창군 미탄면에 걸쳐있는 산으로 높이는 883.5m이다.
다른 하나는 정선군 고한읍과 영월군 상동읍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426m이며,

북쪽 사면에 하이원리조트가 자리잡고 있다.

정선/평창 백운산(白雲山)
정선군 신동읍과 평창군 미탄면 경계에 있는 높이 883.5m의 산이다. 
흰구름이 늘 끼어 있는 데에서 산이름이 유래되었다.

산자락의 능선과 골짜기를 따라 큰 물줄기가 굽 돌아 흐르는 동강(東江)의 중간지점에

동강을 따라 6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다.

동강(東江)은 태백의 검룡소에서 발원한다.

정선을 지나 여랑 어우라지에서 대관령서 흘러내려 온 송천과 합류하여 조양강(條陽江)이 된다.
조양강(條陽江)은 오대산 오대천과 합류하여 정선시내를 휘돌아 정선읍 기수리에서

태백에서 흘러 온 동남천과 합류해서 동강(東江)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51km를 흘러내려 영월에서 서강(西江)과 만나 남한강이 된다.

<출처> 워키백과/대한민국구석구석

흰 구름은 산과 밀접한 관계 있다 보니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백운산(白雲山)이 여럿 있다. 
남한에서 '백운(白雲)' 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산은 50여 곳에 이른다 한다.

광양 백운산(1,222m 산림청/BAC100), 포천/화천 백운산(903m 산림청100),

정선/평창 백운산(883m 산림청/BAC100), 정선/영월 백운산(1426 m),
함양/장수 백운산(1279m), 함양/남원 백운산(904m), 제천/원주 백운산(1022m),
울산/밀양 백운산(885m), 부산 백운산(522m),
수원/성남/용인 백운산(567m), 인천 영종도 백운산(255m) 등이다.

 

정상 근처 평평한 땅을 빌려

점심식사를 하며

올라오느라 온 힘을 다한 몸을 달랜다

강을 낀 정상은 바람이 오늘따라 거세다

쉘터를 가지고 온덕에 바람을 면하고 밥을 먹긴 했지만

백운산 바람소리가 요란하게 쉘터를 때린다

바람소리만 들으면 한겨울 강풍소리 같다

강바람 때문인지

잎사귀를 거의 다 떨구고

동면에 들고 있는 백운산의 나무들이다

 

 

 

왼쪽으로 동강을 끼고  칠족령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겨울이 오거나 말거나 소나무는 여전히 푸르고

여름이면 홍수 때문에 동강은 황톳물이 되기 일쑤지만

요번계절에는 수량도 많고 물색이 한없이 푸르다

 

 

내리막길이 수월할 것 같지만

이산만큼은 내리막이 더 무섭고 힘들다

낙엽 속에 숨어 있는 바위들이 어찌나 많은지

손에서 밧줄을 놓지 못하고 조심조심 내려간다

저 밧줄에서 흰 가루가 날려서 손이며 점퍼 앞자락이 흰색으로 변했다

 

 

문희마을로 가는 삼거리

백운산을 좀 더 쉽게 산행하고 싶다면

여기서 문희마을 방향으로 길을 선택하면 좋다

 

이곳 백운산이 세 번째인데

먼저는 문희마을에서 바로 올라와 칠족령 능선으로 하산

또 한 번은 칠족령으로 올라 문희마을로 내려가고

이번에는 반대편 마을 점재마을에서 출발해 칠족령능선으로 하산한다

백운산의 가장 험지 코스라 할 수 있다

 

 

전망대

전망대 데크가 있는 것은 아니고

밧줄로 안전을 확보한 작은 공간이다

 

밧줄을 잡고

그것도 밧줄을 놓칠까 봐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잡고 내려오느라

손에 열이 난다

오른쪽으로 오르락내리락 걸어야 할 능선이 보이고

능선이 내려앉은 곳에 제장교가 보인다

 

이 힘듦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강은 정선땅을 출발해서 영월로 가고 있다

얼핏 봐서 잘 알 수 없는 강물의 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고 있다 

 

 

다른 때 같으면 풍채 좋은 소나무에 기대어 사진을 찍을법한데

바로 아래가 낭떠러지라 소나무를 외면하는 산길이다

 

 

하산길

저 봉우리가 684봉

차라리 올라가는 것이 더 좋다

낙엽 때문에

그리고 돌 때문에 하산길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마음을 사로잡는 강줄기

가끔씩 강풍이 불어서 휘청거리기도 했다

저 어느 강자락에 텐트를 치고 동강물 흐르는 소리와

산을 넘는 바람소리와

별이 사그락사그락 내려앉는 소리를 들으며 잠자고 싶다

 

 

정상과 684봉

내려오면서 뒤돌아 보니 오를 때보다 더 높아 보인다

시각적으로 1000미터가 더 넘어 보이는 급경사 봉우리다

강바닥에서 시작하는 산치고 쉬운 산은 없다

 

 

이 구간은 안전을 위한 시설이 없는 위험한 곳

사진을 찍다가 발이라도 미끄러질까 겁이 나기도 한다

산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능선이 좋아서 정상으로 가는데

이산은 능선을 바라볼 경황이 없다

동강에 매료되어 아래만 내려다보며 걷게 된다

 

 

앞에 보이는 3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마지막 지점 제장마을에 닿는다

오르락내리락 만만치 않은 백운산이다

 

 

하식애가 발달한 절벽산

저 절벽의 봉우리를 넘고 또 넘어야 한다

큰 산은 아니지만 쉬운 산은 절대 아니다

 

 

나무마다 파랗게 자라는 겨우살이

산친구들이 몸에 좋다고 해서 한 컷 남겼다

진짜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이 바위에 올라서 사진 찍다가 사고라도 날 것 같은 지역

다행히 경고판이 있어서 올라서는 사람이 없다

점재마을에서 올라오는 동안은 강원 동강관리소에서 표지판 관리를 하고

하산길은 평창군청에서 안내판을 세워두었다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구간은 아니지만

양옆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밧줄로 막아 두었다

갈잎 속에도 저런 날 선 바위들이 숨어 있어서 자칫 걸려서 넘어지기 쉽다

 

 

곡류가 심할수록 

절벽과 포인트바가 발달한다

포인트바란 

물길이 휘어 돌아갈 때 물살의 바깥 즉 절벽 쪽은 물살이 급하고(하식애)

물살의 안쪽은 유속이 느려지면서 모래와 자갈이 쌓이게 되는데 이곳을 point bar라고 한다

동강의 지형 특색이 보이는 곳이라 한컷 남긴다

 

 

제장 마을이 가깝게 보이지만 갈길은 쉽지 않다

밧줄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잡고 내려갔으면

텐션이 떨어져 늘어진 구간이 많다

 

 

정선 동강변의 마을 풍경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약간의 평지에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농사를 짓고 있다

들어오는 길이 외길인 오지의 마을이지만 

천천히 흐르는 넓은 강 때문에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 마음은 깊고 듬직할 것 같다

 

 

하산길 제법 긴 계단이 이어지는 길이다

산행 중 가장 반가운 계단이다

산행의 묘미를 잃는다고 계단을 싫어하지만

이 순간은 참 반가운 계단이다

 

 

추모돌탑

산을 좋아하는 어느 여인이 25년 전 이곳에서 추락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철제 가드레일까지 설치해 두었다

추모돌탑 뒤에 있는 나무가 죽은 자의 혼령 같다

스산한 날씨이다 보니 이곳에서 괜히 마음이 움츠려 든다

 

 

나륜재

추모돌탑에서 조금 더 내려온 지점 

정상 200미터 아래에서 문희마을 갈림길이 있고

칠족령 능선 2.2km를 더 내려온 이지점에서 갈림길을 다시 만난다

여기서 또 200미터쯤 내려가며 문희마을 갈림길이 또 나온다

사실 백운산은 문희마을 또는 그 옆 백룡동굴에서 더 많이 오른다

 

 

참 많은 사람들의 흔적이다

시그널을 모두 떼어내고 싶은 마음이다

불필요한 깃발이 동강변에서 펄럭이고 있다

꼭 서낭당을 방불케 한다

날 선 바위 위의 리번들

작두 위에서 춤추는 무녀 같다

 

 

한 번 더 돌아보고...

바로 앞 527봉과 그 뒤 684봉 그리고 정상

내려올수록 돌아본 산은 점점 높아만 간다

산의 높이만큼  마음이 커졌다가

점점 마음과 몸을 낮추며 집으로 가는 길이다

 

 

백운산의 유명한 뻥대길 하늘벽 구름다리로 가는 길

하늘벽 구림다리 뻥대길로 내려가면 소사나루터를 거쳐 

제장마을로 가야 하는데 거리가 훨씬 멀어진다

그래서 하늘벽 구름다리를 포기하고 바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한다

 

 

이렇게 가파른 절벽길이 끝날 것만 같은데...

낙엽이 가득한 길을 노래 부르며 가고 싶은데

긴장감의 연속이라서 그 운치를 느낄 여유가 없었던 이날...

 

 

한 번 더 이 바윗길을 기어서 

설설 기며 내려왔다

1km가 십리길 같은 날이다

앞서가는 남자 산우들이 낙엽을 치워주기도 했던 날이다

안전 확보를 위해 갈잎을 치워 주신 산우님 천 번 만 번 고맙습니다!!

 

 

하산길 맨뒤에서 함께 걸었던 산우의 뒷모습이 

장하고 멋있다

이 길을 내려오면서

무섭기도 하고 힘도 들었다

설악산은 혼자가도 이 길은 혼자 걷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된비알의 고된 산길은 끝이 나고

제장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여느 뒷산과 다름없이 평탄하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산으로 둘러싸인 정선땅이다

 

 

영월에 사과밭이 들어온 지 제법 오래되었다

하늘벽 뻥대길에서 아래로 내려오던 그때는 봄이었고 사과밭이 있었다

그때 만났던 사과밭을 오늘 다시 보니 반갑다

사과를 전부 걷어들이고 한그루에만 

'여기 사과밭이야!'라고 말하듯 사과를 그대로 두었다

 

 

정면으로 마을을 지키는 고목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펜션이 있다

사잇길로 곧장 내려가면

제장교가 동강을 건너고 있다

 

 

 

제장교에서 바라본 제장 마을

몇 채 안 되는 마을에 어디를 가나 풍경 좀 좋다 싶으면 펜션이 자리하고 있다

산은 높지만 

넓은 강과 넓은 둔치 그리고 그 안쪽으로 사과밭옆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제장교에서 바라본 백운산

백운산과 칠족령 능선이 제장마을까지 뻗어 내리고 있다

전부 절벽길인 능선을 안전하게 하산을 하였다 

저렇게 험준한 절벽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강할미꽃을 키우고 있다

일기예보에는 비소식이 있었지만 백운산 산신령이 비를 막았나 보다

낙엽길에 비라도 내렸으면  더 노심초사했을 것이다

 

 

 

 

 

 

                                   도착지: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317-15 제장마을

 


산에 가는 것이 좋아

전날은 배낭 꾸리며 즐겁고 잠을 설치기도 했었는데

어느새 겁이 나는 산이 많아졌다

모르는 산이 많아서 용감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산우 중에 80이 넘은 고령자 두 분이  있는데

여전히 온 산하를 겁 없이 누비고 계시다

20년 젊은 나보다 더 호탕하고 당당하시다

나이는 마음에서 세는 거고 읽는 거다

일 년이라는 숫자는 인간이 만든 테두리

계절이라는 산을 넘으며 일 년이라는 숫자를 정했다

가끔은 한해의 달력을 넘기며 고령이신 산우님을 생각하며 힘을 내기도 한다

난 아직 산을 사랑한다고 아름다운 거짓말을 한다

힘들 때마다 망설이고 또 망설이며 오른다

산에 오르는 일 그 일을 대신할 다른 일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산이라는 익숙함을 지우지 못해 주말마다 배낭을 꾸리는지도 모르겠다.

 

 

2023.11.19. 일.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