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시월이면 설악산이 그리움으로 다가선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말로 다 할 수 없는 거대한 풍광을 자랑하는 대청봉
360도 어디를 봐도 카메라로 담기에는 부족한 그림 같은 풍경
무릎이 아파서 걱정은 되지만 독하게 마음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는데
하루전날 아침부터 비가 온다
가을비가 단풍잎을 다 떨어뜨리면 안 되는데....
비 때문에 그토록 보고 싶은 풍경을 모두 가리는 건 아닌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설악의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게
하늘을 열어달라 기도하는 마음이다
만약 올라가지 못한다면
언저리에서 설악의 가을 냄새만 맡아도 좋을 것만 같아
떠나는데 망설임은 없다
설악산의 강한 중독성
중독성을 해독하기 위해 설악으로 떠나보자
2023.10.15. 일. 설악산 무박산행 /날씨 맑음
- 23:30-서울출발
- 02:40-한계령도착
- 03:00-산행시작
- 05:40-한계령 삼거리
- 09:00-중청대피소(아침식사)
- 09:40-대청봉(줄 서서 사진 찍고)
- 10:20-하산시작
- 13:20-오색 하산완료
- 13:40-산채비빔밥 식사
- 15:00-서울로 출발
- 19:00-서울사당 도착
- 산행시간 :03시~13시 20분(여유롭게 설악을 즐기며 식사시간 포함 10시간 20분)
- 산행거리 :13.3km
- 산행코스: 한계령휴게소-한계령삼거리-끝청-중청-대청봉-오색탐방지원센터
한계령에서 끝청까지
지금 이순간 한계령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설악의 중독자들
새벽 2시 40분
모두가 잠에 취해 있을 시간
설악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 이렇게도 많다
화장실이며 주차장이며 가득히 모여 있는 사람들
새벽 3시에 입산을 허락하는 문이 열린다
출발하면서 하늘을 보니 하늘에 별 몇 개가 떠있지만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는다
랜턴 불빛이 설악에 내려앉은 별처럼 빛나는 밤이다
설악산 위령비를 시작으로 가슴 두근거리는 설악의 비경 속으로 들어간다
조금오르다 하늘을 보니
북극성이 따라온다
어제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은 말끔하게 별을 내어준다
왠지 조짐이 좋아보인다
운해가 미리부터 점쳐진다
랜턴 불빛에 바닥에 내려앉은 단풍이 곱다
밤길에 넘어질까 봐
사진 찍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밀리는 인파를 벗어나 한컷 조심스럽게 찍었다
사람이 밀려서 빨리 갈 수도 없고
랜턴이 있다고는 해도
밤길이라 천천히 걸어야 한다
한 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는 한계령 삼거리에
거의 3시간이 걸렸다
우리보다 뒤에 오는 불빛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온다
갑자기 설악산이 사람들로 무겁게 느껴진다
일출은 7시 가까이 되어야 하지만
슬슬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귀떼기청봉으로 가는 서북 능선자락이 건너다 보인다
설악은 어둡거나 밝거나
보이는 데로 남기고 싶다
바쁜 걸음에 숨돌릴틈도 없이 눌러 찍은 사진인데도
귀하게 느껴지고 마음에도 든다
어차피 기록사진인데
이 순간을 남긴 것이 어디야
7시가 가까워 오자 동이 트기 시작한다
동쪽하늘이 운해사이로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두껍게 층을 이루는 구름 때문에
둥근 태양이 감춰져 있어서 붉은 기운만 느껴보는 순간이다
구름이 가려져서 더 이상 일출을 볼 수 없지만
여기저기 등을 내밀고 있는 단단한 설악의 웅장함이 보인다
수없이 보았던 익숙한 풍경이지만 이곳에 또 왔다는 즐거움이 스스로 기특하다
훨씬 더 높은 알프스가 부럽지 않은 바위 준령들
검은 구름이 걸치고 있어서
약간은 걱정이 되지만 비가 오지는 않을 것 같다
일출의 빛을 머금고 있는 운해가 아무리 봐도 신이 내린 풍경 같다
아래쪽 날씨와는 달리 예측하기 힘든 것이 산정의 날씨다
새벽빛에 단풍으로 물든 설악
저만치 귀때기봉은 구름이 덮고 있다
점점 더 내려오는 구름....
제발 위로 올라가라 올라가라...
다른 때 산에 갈 때면 스승처럼 다가서는 이정표가 좋았는데
설악에 올 때마다 거대한 풍경에 미쳐 날뛰느라
표지판은 관심이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고.... 그것보다는
앞에 보이는 풍경을 앵글에 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해가 중천에 떴는 줄 알았는데
설악산 가득히 진을 치고 있는 운해사이로
늦은 기상을 하는 일출
오호!
역시 설악의 일출은 웅장해
신비로움이 전해지는 일출 앞에 가던 걸음을 멈추게 된다
아직 가을을 만끽하고 있는 단풍나무 군락을 한동안 지나고...
끝청 전망대 풍경
운해와 단풍과 설악의 능선이 아름다운 곳
드디어 조망이 끝내주는 끝청에 왔다
오는 길이 너덜길이라
길이 확실하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이곳 끝청부터는 신이 내려주신 풍경을 볼 수 있는 구간이라서
힘든 것도 모르고 열심히 걸어왔다
염려했던 구름들이 하얗게 기분 좋은 풍경으로 변해있고
귀떼기청봉에 걸려있던 구름도 아래로 내려간 탓에
최고의 절경으로 맞이하는 끝청전망대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와보지 못한 자에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곳
잠시 호흡과 말을 멈추고
산멍에 들어보자
끝청의 산멍을 한동안.......
끝청에서 중청구간
중간중간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이 바라보며
귀때기봉을 등에 지고
중청으로~
왼쪽으로 용아와 공룡이 손짓을 한다
아.... 가고 싶다
이젠 체력적으로 포기를 했지만
저 능선.... 꿈의 능선 가고 싶다
중청 앞에서
잠시 쉬어간다
단풍으로 치장을 하고
무덤덤하게 산객을 맞이하는 중청
중청 앞에서
용아의 우람한 등줄기를 감상하는 시간
멀리 동해바다에는 운해가 너울거린다
중청코앞
이놈의 절경 때문에
걸음은 자꾸 느려진다
앞서간 친구들이 기다리거나 말거나
빨리 갈 생각도 없이 설악의 품에서 꿈을 꾸듯 걷는다
중청대피소 앞에서
멀리 울산바위와 공룡이 펼치는 대 광경
대청봉이 어서 오라는 듯 일어서서 반긴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요기 좀 하고 올라갈게요 대청양반
중청에서 바라본 설악산 골짜기
화려하진 않은 골짜기지만
산이 높은 만큼 깊은 맛이 느껴지는 골짜기다
눈꽃구상나무가 단풍나무 사이로 초록초록
눈이 시원하다
눈꽃구상나무가 복원이 잘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겨울에 눈꽃송이가 가득할 때쯤 또 올 수 있으려나...
대청봉
설악의 정점 대청봉
360도 탁 트인 장관
대청봉이 귀하게 느껴지다 보니
올라가는 길도 귀한 풍경으로 다가선다
올라가다 말고 중턱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그리고 멀리 울산바위
설악에서는 쉬어가는 곳마다 최대의 풍경이다
어디인들 그림 아닌 곳이 없다
중청도 그림이고...
조금 더 올라가다 또 봐도
하.... 이렇게 좋을 수가
하늘이 도운 오늘의 풍경이다
대청에서 속초로 밀려내려가는 능선
대청봉[大靑峰] 1708m
대청봉은 설악산의 주봉으로서 예전에는 청봉(靑峯) 또는 봉정(鳳頂)이라고 불렀다.이 중에서 청봉이라는 이름은 창산(昌山) 성해응(成海應)이 지은 ≪동국명산기(東國名山記)≫에서 유래 되었다고도 하고, 봉우리가 푸르게 보인다는 데서 유래 되었다고도 한다. 대청봉은 설악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며, 태백산맥에서 가장 높고, 남한에서는 한라산 백록담(1,950m), 지리산 천왕봉(1,915m)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공룡릉ㆍ화채릉ㆍ서북릉 등 설악산의 주요 능선의 출발점으로 내설악ㆍ외설악의 분기점이 되며, 천불동계곡ㆍ가야동계곡 등 설악산에 있는 대부분의 계곡이 이곳에서 발원한다. 인근에 중청봉(1,665m), 끝청봉(1,610m), 소청봉(1,581m)이 있다. 설악산의 정상인 이곳 대청봉은 일출과 일몰로 유명하며, 기상 변화가 심하고,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강한 바람, 낮은 온도 때문에 눈잣나무 군락이 융단처럼 낮게 자라 국립공원 전체와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늦가을부터 늦봄까지 눈으로 덮여 있고, 6~7월이면 진달래ㆍ철쭉ㆍ벚꽃으로 뒤덮이며,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글귀가 새겨진 바위와 '1,708m 대청봉'이라고 새겨진 정상 표지석이 있다. 정상까지 오색 방면, 한계령 방면, 설악동 방면, 백담사 방면의 코스가 있는데, 오색 방면(남설악 탐방지원센터)에서 설악폭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5.0km(4시간) 거리의 코스가 최단거리 코스이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은 금강산-향로봉-진부령-미시령-북주릉-공룡릉-소청봉-중청봉을 거쳐 이곳 대청봉을 지나 끝청봉-한계령-점봉산-오대산 -태백산-소백산-덕유산-지리산까지 연결된다 |
어제 내린 비가 고맙다
정상에는 단풍의 절정기가 지났는데
운해가 온천지에 펼쳐져 있으니 오늘 풍경의 극치를 이룬다
어디를 봐도 푸른 하늘과 멀리까지 보이는 시야
그리고 산중턱에서 넘실거리는 운해
작년에 이어 축복받은 설악의 풍경을 선물 받았다
대청에 터를 잡고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산멍에 들어있는 우리 벗들
봐도 봐도 좋은 풍경
좀 전에 찍어 놓고
떠 몇 번이나 찍어보는 풍경
같은 풍경이 여러 개인 것은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눌러도 또 눌러보고 싶은 풍경 때문이다
많은 시간을 대청에서 보내고 내려가긴 해야겠는데...
이 그림을 두고 어찌 발길이 떨어지랴
올해가 마지막인 생각으로 올라왔는데
내년에 또 와야겠다
오색방향의 풍경
점봉산쪽은 운해로 가려져 있다
벗들이 내려가 벼려서
이제 더 미적거릴 수가 없다
가야지....
내년에 또 올 거니까 이제는 가자
내려오면서 붉은 단풍과 운해
대청봉을 찍었지만 캄캄한 시간에 출발한덕에
아직 11시가 안 된 오전 시간에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 초입이라 지루한 돌계단을 이때까지만 해도 생각 못하고
풍경에 취해 걸음은 느려진다
드디어 고사목도 눈에 들어오고...
아찔아찔한 돌계단이 많아서
5km 돌계단 하산은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한다
설악은 최고의 풍경을 주는 대신에
어디로 하산을 하든 돌계단의 세례 때문에 발이 풀리지 않게 조심조심 하산을 하다 보면
이런 단풍길도 있고 조금이라도 편한 길도 있긴 하지만
처음에서 끝까지 까칠한 돌계단이다
오색 쪽으로 흘러내리는 폭포와 계곡수
위쪽에는 단풍이 끝물이었는데
오색 쪽에 내려오자 여기저기 손을 내밀고 있는 곱디고운 단풍이다
무시무시한 돌계단의 끝에는 남설악탐방지원센터가 기다린다(오색)
올라갈 때에는 대단원의 풍광을 본다는 즐거움이 있어
어떤 길도 마다하지 않고 오르고 또 오르는데
하산길의 수직 너덜길은 무릎을 너무 아프게 한다
그래도 이 험한 길을 밤에 시작해서 무사히 내려왔으니
날마다 신에게 감사를 해야겠다
설악을 걸었던 그날의 인증
대장정을 마치고 나니
허벅지가 이틀정도 몸살이 났다
그래도 설악의 여운은 한 달 동안 뇌에 돌아다닐 것 같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인데
나만 다녀온 것처럼 자랑을 하고 다닐 것이다
아름답고 장엄한 설악산을 가진 우리나라 만세다
설악을 다녀오면 한동안은 다른 산이 성에 안 차곤 한다
시월은 설악의 계절
설악을 시작으로 방방곡곡 단풍삼매경에 빠지는 시절이다
설악을 다녀왔다는 뿌듯함 꼭 숙제를 잘한 것 같은 마음
이가을이 추수를 잘한 농부처럼 든든하다
20231015. by gyeog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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